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납량시리즈(귀신붙은 저수지)

IP : 25297cccde4f02f 날짜 : 조회 : 6528 본문+댓글추천 : 0

귀신 붙은 저수지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은, 新羅의 名將 金庾信 장군이 修道를 하다가 道가 터졌나 시험을 하려고 칼로 바위를 치니 바위가 갈라졌다는 斷石山의 줄기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朝鮮말기에 大院君이 천주교 박해를 할 때 교인들이 피난처로 삼았고, 解放이 되고는 빨치산들이 가지산을 근거로 활동하면서 韓國戰爭이 끝날 때까지 출현을 하였으며, 전국의 산들이 벌거숭이였던 60년대에도 산림이 울창하였고, 특히 우리 마을은 참나무가 많아서 참나무골(眞木洞)이라 불렀다.
面이름이 山內面이니 가히 산골임을 짐작할 만하다.

마을 위 五里(2km) 떨어진 곳에 화전민이 살던 작은 마을이 있고 그 위에 해발 500고지가 되는 盆地에 용출수가 솟아 나와 자연으로 생긴 저수지가 있는데, 新羅 때 軍馬를 길렀다고 전해진다. 2천평의 저수지는 깊지 않았고 물가에는 부들과 갈대가 무성하게 자랐다.

십여년 전에 그 마을의 처녀가 결혼을 비관하여 저수지에 빠져 죽은 후부터 이상하게도 이 저수지에는 1년에 한 사람씩 죽어 가는 것이다.
자살도 하고, 고기를 잡거나 멱을 감다가 빠져 죽고, 실수로 빠져 죽고, 심지어는 저수지에 있는 수양버들 나무에 목을 매어 죽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 저수지는 귀신이 붙었다고 사람의 접근이 없었고,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이사를 가고 하여 빈집만 남았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어느 섣달 그믐날 밤이었다.
밖에는 하루 종일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 집 草堂房에는 머슴과 이웃집 청년 5명이 겨울의 기나 긴 밤을 새끼를 꼬거나 짚신을 삼으며 볶은 콩을 먹고 있었다. 나도 등잔불 아래서 새끼 꼬는 것을 도우며 콩을 먹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자 누구 불쑥 말했다.
"올해도 다 가는데, 윗마을 저수지에서 올해는 죽은 사람이 없구나."
"글세, 귀신도 지쳤나 봐."
"열 명도 더 죽었으니 이제 잡아갈 사람도 없지."
"알 수가 있나? 아직 하룻밤이 남았으니..."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라 저수지도 얼었고 빠져 죽을 사람이 없지."
"모르는 소리, 몇 해전에는 겨울에 나무하러 갔던 노인이 죽지를 않았나."

심심풀이로 겨울밤을 보내던 사람들이 정말 심심 했나보다.
"죽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누가 가보고 오지?"
"그렇게 간 큰 사람이 있나."
"우리 내기를 하지, 그 못에 갔다 오는 사람은 나머지 사람이 쌀을 한 말씩 주기로 말이야."
"쌀이 닷말이면 반년치 새경일세."
"그럼 자네가 갔다 오지 그래."
꼭히 간다는 말이 아니고 장난삼아 하는 말들이다.

그 때, 갑자기 드르륵 방문이 열리고 찬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확 방안으로 들어오고 등잔불이 꺼졌다.
모두가 놀라 다시 불을 켜고, "누구요?" 하고 어둠 속으로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어둠 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한 여인이 가만히 방안으로 들어왔다.
누더기를 입고 헤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거지여자였다.
당시는 전쟁으로 피난을 왔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구걸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동네마다 다니곤 했다.
"피난을 왔다가 돌아 갈 곳이 없어 빌어먹고 사는 여잡니다. 날이 추워서 마구간 부뚜막에서 잠을 자다가 당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나 갔다 와도 된다면 제가 가면 안 될까요?"

모두 다 얼굴을 마주보며 할 말이 없는데, 여인이 말을 이었다.
"쌀이 다섯 말이면 저와 어린것이 1년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여인의 등에는 어린아이가 누더기 속에서 배가 고픈지 잠들어 있었고, 여인의 얼굴은 핏기가 없고 황달로 부어 있었으며 며칠을 굶었는지 힘이 없어 보였다.
"적선을 하는 셈치고 한 번 기회를 주시지요. 어차피 당신들은 장난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다시 또 침묵이 흐르고 얼마 후 누군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겨울에 여자가 어린것을 업고 다니며 동냥하는 것도 힘들지."
"그러게 말일세, 동냥인들 주는 사람이 있나, 모두가 굶어 가고 있는데..."
그래서, 그 여자가 갔다오면 6사람이 한 말씩 주기로 했다.
"갔다는 증표는 무엇으로 하면 되나요?"
여인의 물음에 또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 못의 위쪽에 수양버들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수양버들이 그곳밖에 없으니 그걸 잘라 오시오."
"그럼 낫을 한 자루 빌려 주십시오."
짚신을 삼을 때 쓰던, 날이 시퍼런 낫을 여인에게 건네 주었다.
"길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 마을 빈집에서 자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어 무서워서 이리로 왔습니다. 五里가 되니까 한시간이 남짓하면 갔다 오겠습니다."
여인은 낫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모두가 얼굴을 마주보며 못할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은 눈길 산 속으로 걸어갔다. 눈 위에 미끄러져 무릎에는 피가 흐르고 등위로 식은땀이 났다.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길을 오로지 쌀을 구하기 위하여 죽음 힘을 다해 걸었다.
어디선가 짐승이 뛰어나와 덮칠 것 같고 뒤에서 귀신이 잡아당기는 듯하여 뒤를 돌아보며 계속 걸었다. 눈 위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위 마을 앞을 자나면 억새풀이 가득한 산길이다. 키보다 더 큰 억새밭을 지나는데 갑자가 푸더덕 겨울잠을 자던 꿩이 놀라서 날개를 쳤다.
여인은 놀라 풀석 주저앉았다. 겨울밤이지만 온몸에 땀이 흘렀다.

드디어 저수지 뚝 위에 올라서니 저수지는 얼었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쌓였는데, 저 쪽 저수지 끝에 수양버들이 보인다. 천지가 하얗게 덮혀 있으나 버들가지는 바람에 흔들려 눈이 쌓이지 않아 검게 보였으며, 바람이 불 적마다 흔들리는 모습이 귀신이 산발한 머리를 흔드는 것 같았다.
여인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달래 저수지 얼음위로 가로질려 건넜다.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온 여인은 낫으로 가지를 자르려고 했다.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고 나뭇가지가 흔들려 잘 잡히지 않았다. 나무에서 귀신이 내려와 자신을 붙잡을 것만 같았다. 여인은 가까스로 가지를 잘라 뒤돌아 서려는데, 누가 뒤에서 머리의 수건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여인은 "귀신아! 놓아라." 하면서 등뒤로 낫을 휘둘렀다.
얼마간 휘두르니 이번에는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미 여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낫으로 등뒤로 내려치고, 휘두르고 하였다. 얼마간 낫을 휘두르니 머리칼을 당기지 않았다.

여인은 눈 속을 달렸다. 올 때와는 달리 정신이 없어 넘어지고 자빠지고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마을로 향해 달렸다.
초당방 문을 열고 들어선 여인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머리칼은 산발이 되었으며, 헤진 옷이 찢어져 살점이 보였다.
여인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손에는 한 줌의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의 등위로 피가 낭자하고 등에 업힌 어린아이의 머리와 얼굴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숨져 있었다.
잠을 깬 아이가 어머니의 수건과 머리칼을 당겼고, 혼이 나간 여인은 바람 속으로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고, 귀신이 잡아당기는 줄로만 알았다. 여인은 낫으로 등뒤로 내려쳤고, 아이는 내리치는 낫에 찔려 죽은 것이다.

청년들이 찬물을 먹이고 미음을 끓여 먹였지만 정신을 차린 여인은 아이의 안부는 묻지도 않고, "쌀을 주시오, 쌀을..." 하고는 숨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 해에는 그 저수지로 인하여 2사람이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녀를 그 저수지, 그 수양버들나무 아래에 고이 묻어주었다.

그래서, 그 저수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끊어져 월척들이 수도 없이 자라고 찌만 세우면 대물이 올라왔다. 그러나, 감히 대를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 그 저수지 일대는 목장이 들어섰다가 망하고, 대구의 어느 방직공장 사장이 매수해 수련원 등 위락지로 만들었다가 IMF 때문인지 또 망하고, 최근에는 몇 번의 유찰을 거친 후 부산의 어느 불교단체에서 매수해 공원묘지을 만든다고 한다.
저수지는 인공적으로 변형하였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 FIN

* 낚시하는 사람은 저수지에 있는 수양버들을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