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메멘토 모리

IP : f005234bab57511 날짜 : 조회 : 3669 본문+댓글추천 : 4

메멘토 모리

사람은 겸손하기가 참 어려운 
동물이라고 성경을 비롯한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다.
매일 같이 발로 꾹꾹 밟아주지 않으면
한여름의 잡초처럼 순식간에 웃자라 버리는,
그것이 잡초의 성질이고 사람의 교만이다.

평생을 머리 조아리며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사람이
돈 좀 벌었다고 거덜대고,
작은 감투 하나에 큰 벼슬이라도 한양,
목에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우쭐대는 걸 보면
교만만큼 인간의 본성이 뚜렷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교만이
‘일만 악의 뿌리’이고
‘패망의 앞잡이’란 가르침이 끊이질 않지만
인류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인류의 흥망성쇠가 교만의 악순환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람은 언제라야 겸손해 질까?

사람의 겸손과 교만은
말하는 것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자기 말만 앞세우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않고 무시하거나,
박수를 치는 것보다 박수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겸손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 교만과 겸손을 구분하는 방법은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 좀 더 다가설 수 있다.
짧은 생을 살다가는 것이 인생임을 아는 사람은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나대지 않으니까.

말에는 묘한 힘이 있고 향이 나는 말이 있다.
라틴어에는 그러한 철학적 의미를 함의한 문장이 많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곳엔 때리고 때려도 솟아오르는

두더지 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이 교만이다.

 

20년은 족히 지났을 기억 하나가 있다.
KBS-TV1 <도전 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이 된 학생에게 마지막 50번 문제가 주어지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고대 로마에서 승리를 쟁취한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장군 뒤에서 계속 외쳐대는 라틴어는?

“메멘토 모리!”

우와~!
학생들의 함성과 함께 영예의 골든 벨이 울리는 짜릿한 순간을 아들과 함께 지켜보았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오묘한 뜻을 지니고 있다.

 

유래는 2000년전 로마공화정의 개선식에서 비롯되었다.
개선식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백마 네 마리가 끄는 전차를 타고 
개선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영웅이 탄 마차가 연도를 메운 로마 
시민의 환호 속을 헤치고 행진하는 장면은 장쾌했다.
그러나
화려한 금빛 마차에는 열광 속에 가린
‘숨은 그림’ 하나가 있다.

개선장군이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화답하는 동안,
장군 뒤에 탑승한 사람이 큰소리로 계속 외쳐대는 장면이다.
대중의 환호소리가 커지면 커진 만큼 
그의 목청도 따라 커지는 외침이 있었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겸손하게 행동하라.”
승리에 도취된 장군을 향해 준엄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승전한 영웅 그대여!
영광의 이 순간에도 유한한 인간의 본분을 잊지 말지니!

교만한 인간의 관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 하나를 둔 것이다.

로마 최고의 환대 물결 속을 가르면서 행진 하는 시간에도,
모두가 너를 향해 열광하는 순간에도,
그림자처럼 죽음이 뒤따르는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에는 세 가지 철학적 가치를 담았다.
‘죽음을 기억하라!
운명을 사랑하라!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것이다.

이 세 경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획 하나 가감 없이 들어맞는 처세훈이자 삶의 태도다.
(옮긴 글)


1등! IP : ea9fa1f30998438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제 눈엔 아주 교만해 보이는 사람이 ....
거대국가의 대통령이 되는걸 보면서,
세상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게 되는구나...
또 느꼈습니다.
추천 1

2등! IP : 284ef9292cf66bc
어인님 말씀처럼

국가의 지도자들이
되려 더 교만한 자가 허다하다는
사실이 참 씁쓸합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