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낚다.
너를 낚는다.
밤새 팽팽한 원줄에 긴장감이 감돌고
활처럼 휜 낚싯대가 윙윙거려도
끝내 낚여 지지 않던 네가
아침 햇살에 저항없이 물위로 건져지고
살림망에 담긴 싱싱한 너의 몸짓에
햇살이 잘게 부셔진다.
너를 낚는다.
잘 마른 낚싯대를 접어 챙기고
물속에 잠긴 살림망을 들어 올리면,
내 곁에서 더 빛나게 농익은 네가
눈부시게 부셔져 내린다.
너를 낚는다.
흩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챙기고
밟혀 누운 풀잎들을 일으켜 세우면,
잘 개어진 낚시 짐을 한 아름 짊어지고
밤새 피어난 들국화에 작별인사를 건네면,
너는 어느새
군살 다 빠진 미끈한 언어로 내 안에 담겨 있다.
너를 낚는다.
너는 어디에나 있다.
아무리 깊이 숨겨져 있어도
네가 그곳에 있음을 알기에
오늘도 너를 낚는다.
네가 간직한 미끈한 비늘들이 너무 고와
너를 낚는 긴 밤이 외롭지 않다.
p.s 나주 이름모를 소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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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