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밥, 약주, 그리고 약과
조선조 초기에 서울의 변두리에 가난한 선비가 살았다.
벼슬을 하지 못한 선비라 집안이 가난하여 결혼 할 아들이 있지만 마땅한 혼처가 없어 고민을 하는 중에 하루는 매파가 오더니, 마음씨 곱고 인물 좋고 음식 솜씨 좋고 바느질 솜씨가 좋은 참한 규수가 있다고 한다.
부인이 이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띄어 매파를 붙들고.
"그렇게 참한 색시가 있으면 중매를 서 주게, 내 섭섭잖게 하리다."하고 매달렸다.
"헌데 조금 멀어서...." 매파는 말끝을 흐린다.
"이 사람아, 멀면 어떤가? 멀어도 좋으니 다리를 놓아주게나."
"멀어도 한 참 멀어요."
"아무리 멀면 어떤가, 괜찮으니 서둘러 주시게."
"나중에 다른 말하시면 안 됩니다."
"암, 물론이고 말고."
그렇게 해서 신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혼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 당시는 양가의 신분만 확인하고 사주단자만 오고가면 매파의 말을 믿고 혼사를 치르기도 하였던 것이다.
분주한 잔치가 끝나고 드디어 첫날 밤, 신랑이 신방에 들어갔다.
등잔불아래 앉아 있는 신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신랑은 신부에게 다가가 입안에 든 대추를 빼내고, 귀에 막은 솜을 뽑아내고, 눈 위에 붙인 종이를 떼 냈다. 신부의 시집살이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말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말고, 보고도 못 본척하라는 뜻에서 입과 귀와 눈을 막았던 것이다.
족두리를 벗기고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풀려고 하자, 신부는 옷깃을 움켜 잡고 한사코 거부를 하는 것이다.
"부인! 우리는 혼례를 치른 부부입니다. 당연히 합방을 해야지요." 신랑이 신부를 달랬으나 신부의 거부는 완강했다.
"날이 밝으면 떠나실 텐데 저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십시오."
"떠나다니요? 우리는 오늘부터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합방을 하고 아들딸을 낳아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요."
"서방님은 진정 모르고 장가를 드셨나요?"
"모르다니요. 무엇을 모른단 말이요?"
"서방님은 매파에게 속은 겁니다."
"무엇을 속았다는 겁니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입니다."
신랑은 깜짝 놀라 등잔불을 가져다 얼굴을 비쳐보니 눈 뜬 장님이다.
신랑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신부가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니...
신랑은 상위에 있는 술을 한잔 가득 부어 단숨에 들이키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무슨 운명인가? 매파가 멀다고 한 것이 눈이 멀다는 뜻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신랑은, '이것도 운명이라면 인연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신부에게 다가갔다.
"부인! 이것도 인연인가 보오. 어쩌면 앞 못보는 부인을 내가 평생동안 함께 하라고 천지신명이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었나 봅니다."
"서방님! 지금은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날이 밝으면 마음이 달라져 떠나실 텐데 나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시고 하룻밤 지새다 가시지요. 나 또한 다시는 시집을 가지 않고 조용히 일생을 보내겠습니다. 다만 서방님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겠지요."
"부인! 순간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 어떤 일이 있어도 부인과 평생을 함께 할 것이며 부인의 눈이 되겠습니다."
"설령, 서방님의 뜻이 그렇다고는 하나 시부모님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많은 어려움을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내가 마음을 굳혔거늘 다른 사람의 말이 무슨 상관이 되겠습니까? 부모님은 내가 설득을 하리다."
"허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남자가 맹세를 했습니다. 정 믿을 수 없으면 내가 서약을 하겠소."
신랑은 필묵을 꺼내 신부의 비단 속치마에 서약서를 써서 앞 못보는 신부
앞에 내 밀었다.
"부인! 나를 믿어 주시오. 내 진정 부인과 더불어 일평생을 동고동락하리다"
신랑이 신부의 두 손을 힘차게 잡으니, 신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며칠 후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시집으로 가니 벌써 야단이 났다.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와서 매파를 불러오고 속은 결혼이라며 파혼을 하고 변상을 해야된다며 신부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지르고 하였다.
신랑은 집안 어른들을 조용히 안방으로 불러 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굳은 뜻을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했으나 신랑의 뜻이 너무나 확고한지라,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고 당사자인 신랑이 살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북한산 자락 약봉(藥峰)아래 집을 짓고 살림을 차려 주었다. 그래서 택호(宅號)를 약봉댁이라 불렀다.
---2부는 휴가를 갔다와서 올립니다. 동강으로 쏘가리 잡으러...룰루 랄라---
조선조 초기에 서울의 변두리에 가난한 선비가 살았다.
벼슬을 하지 못한 선비라 집안이 가난하여 결혼 할 아들이 있지만 마땅한 혼처가 없어 고민을 하는 중에 하루는 매파가 오더니, 마음씨 곱고 인물 좋고 음식 솜씨 좋고 바느질 솜씨가 좋은 참한 규수가 있다고 한다.
부인이 이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띄어 매파를 붙들고.
"그렇게 참한 색시가 있으면 중매를 서 주게, 내 섭섭잖게 하리다."하고 매달렸다.
"헌데 조금 멀어서...." 매파는 말끝을 흐린다.
"이 사람아, 멀면 어떤가? 멀어도 좋으니 다리를 놓아주게나."
"멀어도 한 참 멀어요."
"아무리 멀면 어떤가, 괜찮으니 서둘러 주시게."
"나중에 다른 말하시면 안 됩니다."
"암, 물론이고 말고."
그렇게 해서 신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혼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 당시는 양가의 신분만 확인하고 사주단자만 오고가면 매파의 말을 믿고 혼사를 치르기도 하였던 것이다.
분주한 잔치가 끝나고 드디어 첫날 밤, 신랑이 신방에 들어갔다.
등잔불아래 앉아 있는 신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신랑은 신부에게 다가가 입안에 든 대추를 빼내고, 귀에 막은 솜을 뽑아내고, 눈 위에 붙인 종이를 떼 냈다. 신부의 시집살이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말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말고, 보고도 못 본척하라는 뜻에서 입과 귀와 눈을 막았던 것이다.
족두리를 벗기고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풀려고 하자, 신부는 옷깃을 움켜 잡고 한사코 거부를 하는 것이다.
"부인! 우리는 혼례를 치른 부부입니다. 당연히 합방을 해야지요." 신랑이 신부를 달랬으나 신부의 거부는 완강했다.
"날이 밝으면 떠나실 텐데 저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십시오."
"떠나다니요? 우리는 오늘부터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합방을 하고 아들딸을 낳아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요."
"서방님은 진정 모르고 장가를 드셨나요?"
"모르다니요. 무엇을 모른단 말이요?"
"서방님은 매파에게 속은 겁니다."
"무엇을 속았다는 겁니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입니다."
신랑은 깜짝 놀라 등잔불을 가져다 얼굴을 비쳐보니 눈 뜬 장님이다.
신랑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신부가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니...
신랑은 상위에 있는 술을 한잔 가득 부어 단숨에 들이키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무슨 운명인가? 매파가 멀다고 한 것이 눈이 멀다는 뜻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신랑은, '이것도 운명이라면 인연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신부에게 다가갔다.
"부인! 이것도 인연인가 보오. 어쩌면 앞 못보는 부인을 내가 평생동안 함께 하라고 천지신명이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었나 봅니다."
"서방님! 지금은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날이 밝으면 마음이 달라져 떠나실 텐데 나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시고 하룻밤 지새다 가시지요. 나 또한 다시는 시집을 가지 않고 조용히 일생을 보내겠습니다. 다만 서방님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겠지요."
"부인! 순간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 어떤 일이 있어도 부인과 평생을 함께 할 것이며 부인의 눈이 되겠습니다."
"설령, 서방님의 뜻이 그렇다고는 하나 시부모님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많은 어려움을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내가 마음을 굳혔거늘 다른 사람의 말이 무슨 상관이 되겠습니까? 부모님은 내가 설득을 하리다."
"허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남자가 맹세를 했습니다. 정 믿을 수 없으면 내가 서약을 하겠소."
신랑은 필묵을 꺼내 신부의 비단 속치마에 서약서를 써서 앞 못보는 신부
앞에 내 밀었다.
"부인! 나를 믿어 주시오. 내 진정 부인과 더불어 일평생을 동고동락하리다"
신랑이 신부의 두 손을 힘차게 잡으니, 신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며칠 후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시집으로 가니 벌써 야단이 났다.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와서 매파를 불러오고 속은 결혼이라며 파혼을 하고 변상을 해야된다며 신부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지르고 하였다.
신랑은 집안 어른들을 조용히 안방으로 불러 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굳은 뜻을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했으나 신랑의 뜻이 너무나 확고한지라,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고 당사자인 신랑이 살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북한산 자락 약봉(藥峰)아래 집을 짓고 살림을 차려 주었다. 그래서 택호(宅號)를 약봉댁이라 불렀다.
---2부는 휴가를 갔다와서 올립니다. 동강으로 쏘가리 잡으러...룰루 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