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털나고 처음으로 결혼기념일에 싸구려 향수를 사러 싸구려 아울렛에 갔다.
향수를 고르다 이 냄새들의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허공에 향수들을 뿌리고 그걸 조그만 종이에 묻혀서 갖가지 향수를
선보이던 별로 호감이 가지않는 중년의 여성판매원에게 이 향수들이 어캐 만들어지지요?하고
물으니 약간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아 그건 향료로 만들어요. 향료를 알코올에 타서..'
그 향료는 뭘로 만들어지나요?
이번에는 약간 짜증이 난다는 투로..어차피 내가 아니라 내 옆의 사람이 Master라는 걸 알기에
'식물에서 나는 기름으로도 만들고요, 화학적으로 배합하기도 하고..'
가뿐하게 말해버린다.
향수라면 뭔가 신비한 물질에서 나는 냄새라고 기대했던 마음은 역시나 하고 무너지고
여자 둘이서 알아서 해라하는 생각으로 먼산을 보기 시작했다.
원인이 뭐냐? Original이 뭐냐? 출처가 뭐냐? 재료가 뭐냐? 가끔씩 이런 의문을 갖는다.
달라이 라마가 메콩강을 지키자는 환경론자에게 물고기를 Bubble of River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아..달라이 라마는 강의 거품이 물고기를 만들어냈구나 이렇게 이해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는 표현이네..
그럼 강은 어캐 만들어지고 물은 어캐 만들어질까? 뭐 이런 것 까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걸 달라이 라마한테 물어보면 아마 달라이 라마도 그 여성판매원처럼 약간의 짜증을 낼
것이다.
왜 그런게 궁금하니? 그냥 궁금해서요...
네 궁금증의 출처가 어딘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구나..
'음...그렇게 말하니 도리어 내가 짜증이 나는구나. 내 궁금증의 출처라..'
이문열이라는 소설가가 오랜만에 좋은 말을 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 그 말을 하지 않는다'
음..좋은 말이다. 진작에 좀 그렇게 처신했더라면.....
여성판매원에게 물어본 내 말은 이런 복선이 깔려있었다. 화학적으로 만든 싸구려 향수를 왜 이케
비싸게 파냐고.....이건 거의 사기질이 아니냐?
아니 그럼 향수라고 이름 붙여놓고 단돈 몇 천원에 팔란 말이냐? 으음..그건 그럴 수는 없겠지.
'네 죄를 이실직고 하렸다. 아님 곤장 50대로 초죽음을 만들어 놓을테다.'
아이고 나릿님 저는 죄가 없습니다.
여봐라 저 놈을 곤장으로 떡실신을 만들어라.
네이~~
나릿님 저는 죽을 죄를 졌으니 제말 곤장을 거두어 주시어 엠한 한 목숨을 살려주십시요.
출처는 얼마든지 거짓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식당문을 열어 제끼는 순간 아 오늘 이 집에서 먹는 밥이 체하겠구나..피해야겠다..다른
집으로 가자 이런 촉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 음식점에서 내 놓는 식재료의 출처가 전송된 것도 아니고 그 집
주방장이 화학조미료 범벅으로 음식을 만드는 건지 정보가 제공된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소설가의 충고를 무시하고 한마디하면 출처는 숨겨져 있지만 훤히 드러나 있기도 한 것 아닌가?
소설가의 충고...
결론은 너무 출처에 집착하지 말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