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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는 미늘 (완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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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던 광란의 동작이 끝난 후, 깊은 나락에 떨어져 한없이 노곤하면서도 지탱하던 심신의 자락이 늘어나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도착했다. 황홀함의 꽃밭 위에 그냥 누워 있었다. 사고를 더 이상 진전시킬 방법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깊숙이 빠져 들어가는 내 모습과 늘어져 있는 육신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지던 소나기와 천둥 번개도 꿈결처럼 끝이 나 있었다. 텐트 자락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가물거리는 느낌 속에 무의식 속에 깊이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무척 더운 느낌을 느끼며 눈을 떴다. 늦잠을 늘어지게 잤나 보다. 어제 밤에 쏟아지던 소나기는 태풍이 몰고 북상을 했는지 주위가 조용해져 있었다. 소주병은 두 개가 텐트 앞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모서리에 걸어 두었던 달력이 머리맡에 뒷면으로 펼쳐져 있었다. 달력의 뒷 여백에 갈색 루즈로 씌어진 글을 보고 있었다.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변함없는 일상의 생활에서 일탈을 꿈꾸어 오고 있는 내면의 자아를 선생님을 만난 순간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모든 내 생활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는 어린 시절 자주 걷던 풋사랑의 장소였습니다. 인사 없이 먼저 떠나갑니다. 다시 불을 켜는 선생님의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게 진정 저의 바램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하시길 빌면서........ 설유경 드림." 밝은 햇살 아래 어제까지 가슴속에 각인되어 잠재하던 M에 대한 환상이 부서져 먼지의 분말처럼 나풀대며 사라지는 아지랑이 같은 환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굳게 닫혀진 빗장의 고리가 부서지고 문이 열리는 환청을 느끼고 있었다 소주를 마셔서인지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왔다. 물병을 찾았다. 병을 입에 대고 한 모금을 마시자 마자 미지근한 느낌 때문에 다시 뚜껑을 닫고 있었다. 텐트 앞에 서서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벌써 내가 펴놓은 낚싯대의 뒷꽂이 부분까지 물이 불어 있었고, 물 유입구에는 황톳 물이 유입되고 있었다. 물에 담겨 있던 생필품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담배를 찾으려 다시 텐트 속으로 기어들었다. 모기장을 걷고 창문의 지퍼를 올린 후 활짝 열었다. 텐트 갓 주머니에 꽂아둔 담배 보루를 뽑아 낱 갑에서 비닐테이프를 뜯어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닫아둔 외부 세계로부터 굳게 차단된 휴대폰을 찾았다.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안테나 곁의 투명 창에 파란 불이 켜지면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아내가 보낸 메시지였다. "○○은행 대여금고 사용 연장건 해결은 어떻게 할래요?" 순간 뇌리를 때리는 번갯불의 선명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 이 막다른 상황까지 쫓기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내팽개치면서 왜 기억 속의 그 작은 실마리는 꺼내지 못했던가? 지금 내게 남은 건 고물 차 한 대와 이 처량한 육신뿐인 줄 알았는데, 대여 개인금고에서 잠자고 있던 고화폐 수집책자,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현물로 소장하고 있던 네 종류의 희귀한 엽전류. 그게 내 인생의 숨막히는 전쟁에 있어서 최후의 방패이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까? 갑자기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사고들이 맑게 은행 알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허상을 쫓아가며 살고 있었다. 먼지 알맹이처럼 흩어진 생각의 사고가 컴퓨터의 CPU가 되어 조합하고, 계산하고 수치 표시를 하며 형상화되어 펼쳐지고 있었다. 낚시 바늘에 대한 미늘의 역할이 생각 속에 황금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사고의 진행 방향이 설정된 이정표를 따라 점점 물이 차 올라오는 펼쳐진 낚싯대 곁으로 향하고 있었다. 살림망을 들어 감금되어 있던 한 마리씩을 꺼내 열려진 수면의 공간 위로 보내면서, 내 자아가 파란 춘란의 신아 촉처럼 생성되는 것을 뜨거운 가슴으로 지켜보았다. 거기에 오버랩 되는 황금 바늘의 미늘을 심장으로 느끼고 있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