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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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괴물, 그리고 소년-3

IP : b081c5bcf66bdef 날짜 : 조회 : 9645 본문+댓글추천 : 0

"첨벙! 푸드득...!!!!" 한참 정신을 몰두하며 노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물의 파장음은 우리 둘을 흠칫 놀라게 했다. "...허허....저 놈들이 도망가려고 애를 쓰는구먼..." 아까 잡은 두 마리의 생명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함인가. 살림망이 좁아서 일까. 그 소리는 나의 살림망에서 난 소리였다. 어느새 관심밖으로 물러나버린 나의 낚시자리를 잠시 지켜보다 다시 노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낙동강의 괴물... 이무기... 흑메기? 마치 전설 같습니다. 어르신." ".....이무기도 아니고 전설도 아니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노인을 보고 아차 싶었지만 노인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무언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약간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래...전설이라.... 전설... 예전에는 사람도, 동물도... 전설이 되었었지. 참....많은 전설들이 세상에 있었는데...허허... 어쩌면 자네 말처럼 나 역시 전설을 만난 것일지도 모르지. 허허..." 그러한가. 그러고보니 이 세상엔 전설이 어느새 사라졌던가. 다시는 후대에 전설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이 어둠 속에서 듣던 노인의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나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까마득했던, 어느새 흘러가버린 어린시절에 할머니의 무릎을 베게 삼아 비고는 호기심 어린 눈에 귀를 쫑긋 세우며 옛날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로... 노인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삼십년 전에 만난 그 전설로....... --------------------------------------------------------------------------------------------------------- 매미소리마저 씻어버린 여름장마는 참으로 지루하다. 모처럼 아내가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낚시도구는 아직 기침을 하는 내게 이런 비오는 날에는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황토빛으로 불어나버린 낙동강을 바라보니 빗물속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가지처럼 나의 생각도 표류한다. 봉구의 아버진 이년전, 저런 황토빛 낙동강물에 휩쓸려 40을 목전에 둔 나이에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수일 후, 봉구의 아버지시체가 발견된 것은 사고지점으로부터 수키로 떨어진 낙동강변의 어느 나무등걸에서였다. 일부 나이 든 노인들은 봉구네의 뒤에서 수근대며 바로 이무기의 보복을 당한 것이라하며 쉬쉬하기도 했다한다. 울부짖는 봉구의 귓등을 스친 이 이야기에 봉구는 문득 10살적의 그날을 떠올리며 대상 모를 분노에 주먹을 쥘 수 밖에 없었다. 봉구가 열살이던 그 해. 봉구는 처음으로 놈을 마주쳤었다. 아니, 그건 봉구 혼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마찬가지였으리라. 낙동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평범한 아버지가 그 때만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도 없었다. “김씨가 이무기를 잡았데!” “무어? 매기소의 이무기를?” “아녀~ 이무기가 아니라 메기여, 흑메기” “이무기라니까! 메기가 그렇게 클 수는 없지.” 소란스런 마을 사람들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달려간 봉구의 눈엔 저 멀리 강변에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어렵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봉구는 마침내 그 놈을 보고 말았다. 흡사 괴물처럼 흉측하고 거대한 낙동강의 흑메기를… 검푸른 고래거죽 같은 등. 누리끼리한 배. 어른의 키보다도 족히 한자는 넘을 것 같은 길이에 어른 둘이 껴안아야할만큼 두터운 몸통과 배. 놈은 헐떡이며 간헐적으로 봉구의 엄지보다도 두꺼운 수염을 움직이고 있었고 10살짜리 봉구정도는 한 입에 삼켜버릴만큼 커다란 입에서는 우유빛 끈적끈적한 진액이 모래를 적시며 사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미끌미끌한 놈의 시커먼 몸뚱아리와 마치 저주하듯 바라보는 둥그런 두 눈알에 오금을 못피고 멀거니 바라보던 봉구. 그런 흉측하고 무섭던 놈을 이제 스스로 찾아 나설 줄이야 7년전의 그 때는 짐작도 못했으리라. 봉구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그 때를 기억하는 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놈의 덩치와 외모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때, 그 시절만큼 봉구는 살아오면서 쌀밥과 고기를 며칠간 실컷 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네 사람들은 불길하다며 모두들 놓아주라고 했다한다. 낙동강의 이무기를 잡으면 천벌을 받아 홍수가 난다는 둥, 이런 영물을 죽이면 마을에도 재앙이 올 지 모른다는 둥… 하지만 봉구의 아버지는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않고 그 놈을 먼 도시에서 온 사람에게 팔아 넘겨 봉구형편에는 제법 되는 목돈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한다. 처음에는 이제 큰일날지 모른다는 노인들의 힐난을 들어야 했고 어쩌면 홀로 남아 외톨이가 된 낙동강 이무기의 짝이 보복을 할거라는 근거없는 저주의 예언도, 손가락질도 받아야 했던 봉구네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런 일은 이제 미신으로 남아 잊혀져 갔었다. 봉구의 애비가 익사하는 그 사건이 있기전까지는…… 공교롭게도 사고를 당한 자리가 예전 그 놈이 누워있던 장소란 것을 누가 얘기하지않아도 서로들 알수밖에 없었던 그 사건이 있기전까지는…… 비가 멎었다. 그와 동시에 내 생각의 표류도 따라 멈춘다. 저 불어넘친 강물이 가라앉으려면 며칠은 걸리리라. 그동안 신세만 지니 소화도 잘 안되었고 조금은 눈치가 보였던터라 난 그 후 며칠간은 집 근처 텃밭일을 거들며 보냈다. 아내가 가져다준 신식 글라스대와 칸델라덕에 이제는 밤에도 낚시를 할 수가 있어 좋았다. 흘낏…잠시 옆을 보고 스산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린다. 지난번 봉구와의 대화도 있고 꺼림칙한 기억도 있어 나는 매기소에서 근 50여미터 떨어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하지만, 가끔 그 근처에서 이 혼자만의 밤에 들려오는 텀벙대는 물짓소리는 나에게 왠지 모를 두려움을 주곤 했다. 아내는 봉구에게도 그토록 그리던 주홍빛 새 빨래줄을 무려 백미터가 넘는 다발로 사다주었다. 내가 한 약속대로. 알고보니 그것은 봉구가 놈을 잡는데 쓸 낚시줄이었던 것이다. 봉구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그 거대한 흑메기의 존재만큼이나 봉구의 눈빛에서 읽은 집착에 관심이 갔다. 봉구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놈을 잡으려는 걸까. 아버지를 잃게 만든 존재라 진정 믿고있어 부친의 복수를 갚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마을 사람들의 냉대에 대한 설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미신에 대한 반증을 하려는 보상심리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녀석의 말마따나 아프신 어머니를 위해 쥐뿔도 나올 것 없는 집안에서 병원비라도 마련해보고자하는 마음때문일까. 어쨋건 이젠 밤낚시 동무가 생겨 심심치않아 좋았다. 봉구와 난 하루가 멀다하고 나이를 떠나 물벗이 되어 만나곤 했으니까. 운명의 그 날…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간, 제법 찬바람이 부는 스산한 그 밤에 평생토록 잊지 못 할 그 시간은 마침내... 오고야 말았다. 그 날... 그 때도 난 저녁식사를 마치고 흐르는 물소리, 풀벌레소리를 즐기며 봉구보다 한 발 먼저 대를 담그고 있었다. “오늘은 뭐냐?” 언제나처럼 봉구는 오늘도 내 왼편의 갈대를 헤치며 한 손엔 작살을, 또 한 손엔 미끼로 쓸 무언가를 들고 특유의 헤벌레한 웃음을 지며 나타났다. 오늘 쓸 미끼를 궁금해하며 살펴보니 큼지막한 멧비둘기 한마리가 봉구의 손에 들려 있었다. 타고난 어부의 피가 흘러서일까. 소년은 이런 낚시는 처음 해보는 것이 분명할 터인데도 몸짓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다. 낙동강의 괴물….이무기라 불리우는 흑메기를 잡으려는 봉구만의 채비는 단촐하지만 무지막지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사 준 백여미터의 빨래줄의 한쪽 끝엔 어른의 주먹만한 돌덩이가 하나 묶여있고 그 밑으로 일미터 남짓되는 줄의 끝엔 흡사 어느 상이군인의 손끝대신 달려있을 법한 무쇠 갈쿠리가 낚시바늘 대신 흉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봉구는 멧비둘기의 배를 갈라 그 갈쿠리를 집어넣고 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갈 준비를 한다. 밤바람에 새의 비린내가 화악 코끝으로 밀려온다. 과연 저런 터무니없는 미끼를 그 놈이 물을까. ‘물고기를 잡을 때는 절대로 육지의 고기를 써서는 안된다던데…’ 문득 예전 어느 어촌에서 만난 촌로의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소년이 나름대로 거친 시행착오가 있을거라는 짐작에 입을 다물었다. 만일 예전 청동오리를 잡아먹은 것이 이무기가 아닌 그 흑메기였다면 입질을 할 수도 있겠다싶은 마음도 있었다. 낙동강의 괴물이라는 호칭에 어울릴법한 미끼를 꿴 채비를 싣고 봉구는 지 애비가 남겨준 유일한 나룻배를 몰고는 강심 깊은 곳에 정성스레 준비한 채비를 던져 놓기위해 칠흙같은 밤에 노젓는 소리만 들려주며 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갔다. 잠시 뒤, 돌아 온 봉구는 나머지 다른 줄의 끝을 강물 뒤에서 근 십미터 떨어진 어느 나뭇가지에 묶어 놓고 그것도 모자른지 제 머리만한 허연 돌을 주워다 늘어진 줄위에다 올려놓고는 그제서야 헤헤거리며 내 옆으로 왔다. 녀석과 나란히 모래톱옆 바위에 앉아서는 떨어지는 유성을 바라보며 칸델라빛에 올라오는 찌를 바라보던 그 밤의 추억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난 자정이 되기 전엔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시골의 시간은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기에… 굳이 밤샘낚시란 것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기가 느껴져 일어서려 할 때 보면 봉구는 마치 춘천 강변의 인어동상처럼 바위에 무릎을 구부려 앉아서는 미동도 앉고 밤의 시커먼 강물을 바라보고 있어 내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그 날밤도 그랬다. “봉구야, 이젠 날도 추워지는데 들어가라. 더 있을게냐?” “네? 예….히히히” 나중에 보자는 작별인사를 하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들고 몇 발자국이나 갔을까. 그것은 우리 둘이 만든... 소리가 아니었다. . . . . . “드르륵…” ' !!!!!!!!!! '

1등! IP : 62d0b9c7bffb355
노인과 바다의 그놈이..
아직까지는 분명 그놈인듯한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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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358bd5b0a26d81c
너무 잼있게 보고 있습니다 장문에 글 쓰시기가 힘드신줄은 알고 있지만 또 기다리려니 하루가 일년처럼 너무 길게 느껴지네요ㅜㅜ언능 낼이와라 ㅎㅎ재미난 글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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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a1bd76bc22f22f
1,2편에 이은 3편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느낍니다.

즐감하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다음편을 기다리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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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ff95a0c1fdaa3c
우와,,, 가슴이 콩닥콩닥하네요.

커다란 흑메기가.....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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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a312b6a63d5e71
"드르륵"소리는 늘어진 줄에 눌러 놓았던 돌이 구르는 소리가 아닐런지요.......ㅎㅎ
아 마치 한편의 반전이있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기대 합니다.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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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c7b796c8eacdca
대단하십니다 글솜씨가 그어떤 소설보다더 흥미진진하네요 다음편을 애타게기다레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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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85a565230b8372
와...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서 다음 얘기가 궁금해 죽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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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081c5bcf66bdef
오점투성이인 글에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4편은 업로드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개인적으로 시간이...
그냥 천천히 잊고 계시기바랍니다. 기다리신다면 제가 부담이...ㅋ
태풍이 오고 있다는데 모두 안전 출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달아 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신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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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cba2625f9ac10d
언능 업로드 해서 올리고
시간날때 낚시갈 생각말고 (고기도 못잡음서.....ㅎㅎ)
좋은 글이나 맹글어서 신작품 발표할것

엉아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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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e1ddd38022d7fa
ㅠㅠ3편 이후로 지금까지 258번째 들어옵니다 을매나 더 열어봐야...ㅠㅠ 언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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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e35b92cab9afbf
낰시가까., 콩머거님,
전 지금 충주에서 낚시중입니다.
쌍봉이 두개가 동시에 바늘이 펴졌네요.
일요일 오후에 철수하니 글을 올릴수가 없네요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네요
그렇다고 스마트폰으로 올릴순 없고...^^;
월요일에 업로드합니다. 주말 대구리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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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406ec9ed0ddc8f
가슴 졸이는장면 입니다...
4편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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