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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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오컬트

IP : 2da3083dfccedac 날짜 : 조회 : 7199 본문+댓글추천 : 4

1. 구불구불한 산길과 숲속을 몇 시간을 헤매 겨우 찾아 들어간 저수지는 2천평 쯤 되보였는데 멧돼지의 흔적이 소나무숲 사이를 지나간듯 여기 저기 발자국과 땅은 움푹 패여 있고 그 사이로 고사한 잡목들이 어지럽게 늘려 있어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달가워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자동차가 저수지의 입구까지 올라 갈수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 울창하고 빼빽한 소나무 숲은 적막과 일시정지버튼을 누른듯 고요가 흐르는 가운데 나의 예민해진 청각은 우거진 수풀 듬성이에 숨어 지저귀는 이름 모를 산새의 반복적인 울음을 쫓고 있었다. 저수지는 오래 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거나 방문객조차 없이 그처럼 은폐되어 있었다. 덤불을 헤치면서 묻힌 길의 흔적을 찾다보니 금새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이마로부터 흘러 눈동자를 파고드는거추장스러운 땀방울이 고역이었다. 코 앞을 가로막는 가시덩굴과 얽히 고 설킨 잡초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야 했다. '제길 이게 뭔 개고생이람, 이렇게 잡초가 사람 키 보다 웃자랐는데 여기서 낚시를 했다고.....' 예정된 동호회 모임을 물리치느라 나는 이미 진을 다 뺀 상태였다. 의리를 무엇 보다 강조하는 모임의 특성상 한 달 한번의 모임과 출조는 피치 못할 사정이나 부득불 급한 약속, 경조사가 아니라면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소모임의 서약 이었지만 그날 따라 아침부터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하며 울렁거려 나는 총무 동석에게 사정을 알리고 어쨌거나 빼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한 후 침대에 누워 쓰라린 속을 달래고 있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부글거리는 속이 진정될 기미가 없어 집 근처 약국으로 달려가 임시방편으로 소화제와 정로환을 사먹은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몸을 추스리는 동안에도 머리맡의 전화기는 선잠 깬 아가마냥 쉬도 때도 없이 빼애~액 울려대며 '오거라 오거라' '배탈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막둥아!!!벌금을 생각해라, 의리없이 네가 형들을 바람 맞치냐, 탁주 한 사발 할 아우가 없어 재미가 없다'는 형님들의 반 협박과 애교와 회유를 물리치느라 나는 무척 애를 먹었다. 그런데 사람심리는 참 우습게도 거짓말처럼 아픈 속이 쑤욱 내려가 조금 살 것 같으니까 이제 몸살이 날 지경으로 마음이 천방지축 물가로 달려 가는 거였다. 뒤늦게라도 모임에 참석할까 방안을 왔다갔다 망설이다 몇 해전 우연한 기회에 동출하게 된 낯선 사내로 부터 소개 받은 못을 이번엔 필히 찾아가봐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동호회모임 장소야 비밀낚시를 끝낸 후 또 운이 좋아 대구리라도 잡아서 형님들을 배아프게 할 겸 가서 죄송하다 인사하고 우쭐대는 재미가 있을거라고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나는 혼자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그렇지 기회는 이때다. 사짜 한 마리 덜커덩 한다면 천하의 잘난 우리 형님들이 밤새 빈 망태기와 말뚝찌를 바라보다 충혈되고 피곤에 쩔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 분명할테니까 흐흐흐' 그런 생각만으로도 나는 의기양양해졌고 삐걱거리는 고물 자동차에 몸을 싣고 낯선 사내가 일러준 기억을 약도 삼아 무작정 찾아온 저수지였다. 초행길, 석양이 꼬리를 물고 곧 해가 넘어갈 것을 암시하는 낯선 저수지의 도착은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 시작된 것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창과 작은 웅덩이를 피해 덤불마저 헤치고 겨우 당도한 상류 포인트, 전을 차리는게 우선이라 나의 마음은 흐르는 비지땀 보다 급해지고 있었다. 저수지는 양 갈래의 산이 만나는 정점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계곡이 맞닿고 빈틈 없이 빼곡한 소나무 숲 한 가운데에 있어서 공중에서 내려다 보아도 그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을게 분명했고 물색은 우유빛이라고도 아이보리도 아닌 회백색에 가까워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고 또 그 깊이 또한 가늠 할 수 없었다. 못 가에 서 있는 초대 받지 않은 방문자를 빨아들일 것처럼 묘한 느낌과 음산한 기운마저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무엇보다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넘어가는 해를 잡고 대를 먼저 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독조에는 이미 이골이 나 있었던 탓에 처음로 와 본 곳이고 곧 어두운 밤이 찾아오며 저수지의 물색이 지금껏 본적이 없는 이상야릇한 빛깔일지라도 내겐 상관 없었다. 돌이켜본다면 낚시에 입문하고 붕어를 찾아 삼만리하던 지난 날 터센 곳에 대물이 뛰논다는 생각에 기어이 대를 담궈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황당한 경험들이 꽤 있었다. 천둥번개가 머리 위에서 내리 찍는 날 펼쳐 놓은 낚싯대 모두 입질이 들어와서 섬광이 눈 앞에서 팡팡 터져도 기어이 챔질을 했던 무모함과 태풍 개미가 한반도를 뒤덮은 날에도 못가에 나가 제방의 왕버드나무가 번개에 맞아 가지가 두 동강으로 부러지는 동안에도 강풍과 폭우와 사투하며 낚시를 할 만큼 뻔뻔했고 많은 꾼들이 기피하는 폐가와 상여집, 공동묘지가 인접한 못에서도 하룻밤의 낚시와 단잠에 빠질만큼 내심장은 강심장이었다. 삶과 죽음은 하늘의 뜻임을

2등! IP : 018d9870a03c49e
맛갈스럽네요

묘사가 내가 그자리에 있는것같습니다

긴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장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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