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낚시터와그조직원들(정도낚시인A씨편)
제가 늘 가는 저수지가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10여년 넘게 다니며
나름대로 그 저수지에서는 최고수로 대접을 해 준답니다.
입어료도 무조건 반땅.
사실 제 입으로 제 이야기를 할려니 조금은 쑥스럽군요.
뭐 말그대로 정도 낚시를 추구하는 골수 전통 낚시꾼입니다.
조과 전혀 연연치 않습니다.
잡으면 그저 손맛 보고 방생을 합니다.
단대에 콩알 떡밥의 외길만 무려 20년입니다.
행동거지 하나 하나에도 후학의 교육을 위해 절제하고 겸손합니다.
"그려 많이 보고 어여 어여 좀 배워라"
그러던 저에게 7-8년쯤 어느날인가 신경을 거스리는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그 무식한 용성대에 생미끼로 무장하고 바늘은 갈코리 같은걸로
무장한 특공대장.(특별히 공부도 못하는게 대x리만 장독만한 놈)
제가 저 남쪽지방에서 휭행하는 생미끼 낚시를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그 녀석 하는 꼬락서니는 그야말로 정도하곤 거리가 멀었습니다.
단대승부의 정도가 아닌 온 저수지를 도배하듯 펼치는 놈의 댓수 하며
지저분하게 물속까지 들어가 떡하니 의자를 펼치진 않나.
그런데 더 저의 심사를 틀어버린건 그 녀석 등장후 웬지 저수지 전체의
분위기가 그 놈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는것입니다.
심지어 저수지 사장까지 제게 한마디 비웃듯 하더군요.
"아저씨. 저기 머리 큰 저 양반이 어제 월척을 세수나 뽑았대요."
"아저씨 10년동안 월척 한번도 못 뽑았죠?"
뭔가 강력한 응징이 필요했습니다.
젊은 놈에겐 뭐라해도 실력으로 제압하는게 뒷탈이 없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길 몇해 .
그 녀석이 이젠 친구까지 대동하여 나타나는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도 꼭 같은 놈이더군요
생긴건 요즘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민이를 닮아 가지고
뜰채로 붕어를 포획하지 않나 (지난 추방 이야기 참조 하시압)
"그래 이놈들 한번 걸리기만 해 봐라."
투박한 경상도 말투에 뭔가 좀 어설픈 관리인을 소개 받은지 조금 지난 날.
이놈은 막무가내로 입어료 반땅을 없애는것입니다.
입어료 반땅이 어디 보통 일 입니까?
그건 제 조력 20년 정도 낚시 외길의 빛나는 무공훈장 아닙니까?
명예를 먹고사는 정도 낚시인으로서 차마 깍아 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그래 이 놈들 머리 큰 놈,민이 닮은 놈,런닝에 금붙이 한 저 같잖은 것들이
경상도 사투리 쓴다는 명분하에 나를 몰아내려 하는구나"
기회는 우연히 다가왔습니다.
단대로 예의 정도 콩알 낚시를 추구하던 새벽 .
참으로 멋들어진 입질과 함께 나에게 다가온 32cm급 생애 첫 월척.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어며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주여 제가 이걸 잡았나이까?"
"너거 세놈 이젠 다 주거쓰"
동녁이 환해진 다음날 행여나 놓칠새라 몇번이나 아이스 박스 뚜껑을
여미며 관리실로 달려갈때는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통 정도 낚시인의 기품을 잃어선 안됩니다.
런닝입은 관리인이 옆구리에 성경책을 들고 나타나더군요.
멸치잡듯 월척 잡아 봤다는듯이 목소리를 착 깔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거 너거 사진기 있어면 찍어 보관하고 선전도 좀 하고 해라"
"장사가 안되는것 같은데 내 다음에도 잡으면 갔다 주꾸마"
"사진은 한장만 찍고 주물럭 거리지 말고 바로 방생해라.그것이 정도이니라."
사장이 출타중이어서인지 어설픈 관리인이 폴로라이드 사진기를
가지고 나왔더군요.
낚시 t.v가 아니었고 머리 큰놈이랑 민이 닮은 놈이 없어 아쉬웠지만
어차피 내일쯤이면 이 저수지 인근에는 정도 낚시인의 위용이
백일하에 드러날테니---
"아저씨 조금 뒤로"
"아저씨 붕어좀 더 높이 드시고"
"예 좋습니다."
찰칵.
한장 더 찍자는 관리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방생을 하였습니다.
"이 녀석 오늘 진정한 정도 낚시인 만났구나.ㅎㅎㅎ"
관리인 녀석이 폴로라이더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팔랑 팔랑 바람에
건조를 시킵니다.
"그려 많이 봐라"
그런데 녀석의 얼굴이 점점 ? 형태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어- 이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휘뿌옇게 타이어 바퀴 같은게 두 개가 있었습니다.
건조가 덜 되었나?
제가 받아 팔랑 팔랑 해 봅니다.
점점 뚜렷해 지는 형상.
어 이게 뭐지?
아아 나는 거품 물었답니다.
점점 뚜렷해지는 필름속에 마징가 Z 처럼 떠오른 눈알 두개
이노무스키!!!!
거꾸로 들고 사진기 찍은 겁니다.
그 놈 눈이었습니다.
(에필로그)
그 이후 그 낚시터에서 정도 낚시인은 사라졌으며
경상도 어디에선가 디지털 카메라를 꼭 움켜지고
엄지발가락만한 새우를 끼우는 모습을 봤다는 소식만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엽기낚시터와그조직원들(낚시터사장편)
제가 이 저수지를 관리한지가 햇수로 약 8년입니다.
하고 많은 일 중에 젊은 사람이 웬 낚시터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행동거지가 진중하고 낙천적인 삶을 모토로 하는
제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직업입니다.
제 좌우명은 "오늘 놀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입니다.
그런다고 제가 이 일에 투자를 안했냐하면 그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온 몸으로 투자 했습니다.
초창기 이 일을 시작할때 저를 가장 골치 아프게 했던 부분이 입어료
시비였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어려보이는 제 외모때문에 만만히 대하고 반말하고
어떤 콩알 낚시하는 사람은 당연한듯이 입어료를 반땅만 하더군요.
사실 제가 덩치가 크고 조직스럽게 생겼지만 로보트 태권 v를 보고
너무 슬퍼 눈물흘린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 밖에 없을것 입니다.
팔이 슝하고 빠져 나가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조금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던중 기발한 방법이 떠 오르더군요.
"그래 내 몸을 캔버스로 여기고 예술한번 하자."
사실 소위 말하는 문신이란것이 그까이꺼 대충 매직으로만 그려도
면단위 목욕탕에서는 먹어 주잖아요.
효과는 직빵 이었습니다.
시비꺼리 전혀 없더군요.
머리큰놈은 아예 선입금조치후 포인트로 가더군요.
단 한가지 충고 드리고 싶은 부분은 문신하는 사람의 학력을 꼭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도카게 살자" 이게 뭡니까?
옆 칸에다 "차카게"라고 새기곤 이 놈이 중도금 안준다고 도망가 버렸는데
무슨 뜻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제가 요 근자에 들어서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경영인의 입장에서는 모름지기 사람관리가 제일 중요한데
지난번 소개받은 관리인은 첫 대면부터 제 부아를 돋우더군요.
저수지 한켠에 웬 택시가 도착을 하더니 목에 금붙이를 두른 사람이
성경책만 달랑 들고 관리실로 왔습니다.
"외람되지만 사장님 되십니까?"
"그렇소만"
"누구 소개로 이 곳에 관리인으로 온 사람인데 초면에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택시비좀 주시겠습니까?
문신할려고 모아둔 피같은 돈 6만 9천원을 날로 떼였습니다.
악몽은 시작되었습니다.
머리 큰 양반 친구(질문 많은 녀석,민이 닮은 놈) 가 준 빵과 수박한통을
관리실 뒤에서 혼자 몰래 먹고 설사한것은 애교였습니다.
새우 채집망에 죽은 쥐를 넣어 큰머리 손님 뒤로 넘어뜨리질 않나
민이 닮은 똘마니 중국집 간 사이에 대를 두대나 해먹질 않나
뭐 지 눈알 지가 찍어 손님 끊은건 차마 부끄러워 말도 못하겠습니다.
이 사람을 좀 연구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을것 같았습니다.
저수지 쓰레기 청소를 일부러 내보내고 몰래 그 양반이 가지고 온 가방을
열어 보았습니다.
짐도 뭐 그런 짐이 있는지요.
저수지에서 주운 온갖 잡동사니말린것과 무슨 한약재 비슷한 나무 껍질.
여자 팬티는 뭐하러 그렇게 모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그것도 사용한것만-
공책이 한권있어 열어 보았습니다.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져 있더군요.
"건강하게 살자!"
"아구찜을 먹자!"
"무조건 효도하자!"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문구들 ,성경책 까지 볼려고 하는 순간
민이 닮은 똘마니가 사색이 다 되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가스통 터준죄로 낚시비 돌려주고 우황청심환도 먹여 보냈습니다.
아!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지렁이를 싱싱하게 보관하랬더니 냉동실에 넣었더군요.
이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관리실에 불러다가 눈물이 쏙 빠지게 군기를 잡았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건 그 관리인이 눈을 딱 부릅뜨고 저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쇼"
"옛말에 이르기를 칭찬을 하면 물속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더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 더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냥 돌려 보냈지만
이건 분명 심오한 뜻을 가진 하극상입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그냥 둘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이 끊기는건 둘째치고 제방으로 배 끌고 올라가면 어떡하겠습니까?
식당으로 불렀습니다.
뭐 먹고 싶냐니까 아구찜 시키더군요.
단호하게 짤라야 낼 필요성이 있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쪽이 아파 로보트 태권v 이래 눈물이 쪼까 나더군요.
그날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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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요즘 조행기 보다 이쪽이 더 끌립니다
잼나게 봤습니다^^
불경기에
눈물이 나긴하네요...
에휴~
사람은 착하기만 해서는
살기 힘든거같네요...
글 보며 실컷 웃었습니다.
ㅎㅎㅎ~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아무래도 사연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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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 조행기에 멋진 글 올려 주시는 분들 중에 한 분은 설마 아니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