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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역 출입구에서 영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치...너희들 연애하는 재미가 좋은가보네? -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영주는 나란히 걸어오는 우리를 보며 시샘을 하는듯 하다.
시기어린 말투임에도 언제나 처럼 날려주는 예쁜미소는 보는이로 하여금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도 있다.
그녀는 국민학교 다닐때부터 나에게 호감을 자주 표현하던 아이다.
전학온지 얼마 않되어 가깝게 지내는 여자 아이가 거의 없었지만 영주는 달랐다.
남학생들이 괴롭힐 때면 언제나 처럼 나에게 달려와서 구원을 요청하고,맛있는 먹거리가 생기면
어김없이 나를 챙길 정도로 나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어떨땐 조금은 귀찮을 정도 이기도 했지만 나를 좋아해주고 찾아주는게 고맙게 느껴졌다.
잘해주지 못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다.
가끔 그녀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고,어쩌다 길에서 마주치기도 할때는 조금은 퉁명스럽게 혹은
무뚝뚝하게 대하곤 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다른 여자아이 들에게 그렇게 대하는것이 지정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 너희들 표정을 보니 완전 신나게 놀다왔는 모양이네..?-
살짜기 나를 올려보며 영주가 샐룩 거리며 묻는다...
- 다슬기도 잡고, 피라미도 잡고,,,,매운탕도 맛있었어..-
- 나도 데꾸가지...흥..!-
지정이에게 신경쓰느라 영주를 데리고 가는걸 깜빡했다.
아니 영주가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하는건 미처 생각 못했다는게 정확한것 같다.
사실 지정이에게 빠져 다른 여자아이들은 신경쓸 경황이 없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어찌 됐든
나를 좋아 해주는 영주를 위해 조금은 신경써 주고 뭐라도 해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담에 갈때는 꼭 데리고 갈게...미안....-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녀들의 집쪽으로 걸었다.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앞을 지나고 만화방을 지나고, 하교길에 언제나 들려서 여러가지 먹거리를
사먹곤하던 분식집 앞도 지났다.
저만치 앞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고함을 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노랫소리도 들리는듯 하였으며,가끔 낄낄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는 점점 우리있는 쪽으로 가까워 오는듯 하다.
또래의 아이들중에 나에게 시비를 걸어올 아이들은 없었지만 순간 겁이 덜컥났다.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는 아닌것 같았고...
동네 불량배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불길한 생각이 든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불안한 마음에 서로를 바라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 우리 돌아가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본다.
살며시 그녀들의 손을잡고 도망치듯 그자리를 벗어났다.
마을 입구에 있는 슈퍼마겟 안으로 몸을 숨긴채 밖의 동태를 살폈다.
누구지?
누가 이렇게 소란을 피며 다니는 걸까?
저만치 앞쪽에서 서너명의 청년들이 걸어나온다.
구불부굴 파마를한 장발머리 ,뾰족한 흰구두, 날렵한 체구의 음침한 그 사내....
그는 바로....
그는...바로....상길이였다.
상길이,홍식이,그리고 이름을 알수없는 두어명의 사내들....
아....상길이가 이동네에 나타나다니...
다른곳으로 이사 간줄 알았던 상길이가 그들의 일행과 함께 동네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을 본 순간 말로 표현할수 없는 불안함과 공포를 느꼈다.
그동안 몇번인가 홍식이와 길에서 대면한적이 있었지만 나를 대하는 그의 기세는 예전같지 않다.
나와의 대결에서 호되게 당한적이 있고 ,최근 들어서는 내 체격이 예전과 다르게 커졌으며, 권투
도장에도 쉬지않고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나의 주먹실력도 일취월장 했다는 것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
나보다 두세살이 많았지만 언제 부터인가 나에게 험한 눈길조차 보내질 못한다.
그때 갑자기 홍식이가 우리가 숨어있는 슈퍼쪽으로 뛰어온다.
설마 우리쪽으로 오는건 아닐까?
불길한 얘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가...
무언가를 사려는 모양이다.
홍식이가 우리가 숨어있는 슈퍼로 들어왔다.
당항한 우리는 멈칫 거리다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도 놀랬는지...암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아무 말없이 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덜컥 겁이났지만 아무일 없다는 듯이 눈을 피했다,
라면과 과자를 사려는 듯이 이것저것 만지작 거렸지만 온 신경은 홍식이 쪽으로 향해져 있다.
홍식이는 담배를 사고, 소주를 몇병 사고는 내쪽으로 잠시 눈길을 주곤 밖으로 나간다.
- 슈퍼 밖으로 나가자 마자 집쪽으로 뛰어 가는거야..알았지? -
그들이 우리쪽으로 오기전에 이자리를 도망쳐야 하기때문에 그들에게 단단히 다짐을 주었다.
홍식이가 상길이 한테 우리의 이야기를 할것이 분명하다.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니 우리쪽으로 손짓을 하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뛰어가다가 저들이 따라오면 불켜진 상가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몸을 피하고 있어야돼...-
지정이와 영주가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는 살며시 슈퍼마켓 문을 열고나왔다.
조용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그들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무조건 뛰었다.
잠시후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우리를 발견한 상길이 일행들이 우리쪽으로 달려온다.
잡히면 큰일날것 같았다.
나 혼자라면 도망갈수 있었지만 그녀들은 아무래도 남자아이들 같지는 않다..
뛰어가는데 무리가 따르는것 같다 .
들키지 않으려고 불빛이 적은 곳으로 달렸는데,하필이면 인적이 드문곳으로 도망친 것이 실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들은 우리를 에워싸며 한쪽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 야 색끼야...너 왜 도망가. -
- ,,,,,,,-
- 이색끼 재미좋네..깔따구 두명이나 끼고 노네..킬킬킬...-
어느새 장발로 바뀐 상길이가 그의 일행들과 나타났다.
날카로운 눈빛과 다부진 체격의 그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팔뚝엔 나비문양의 문신도 보였다.
아...어쩌란 말인가....
어떡하면 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 저에게 볼일이 있으시면 여자애들은 보내주세요.. -
내가 할수 있는 방법 이라곤 사정하는것 밖에 없었다.
- 킬킬킬,,,너 요즘 주먹좀 쓴다며? -
홍식이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은것같다.
- 암만 그래도 형한테는 않돼요...-
- 한번 개겨 보시지? 엉? -
손가락으로 나의 이마를 쿡쿡 눌러밀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있다
- 오우...이게 누구야? 지정이...많이 예뻐졌네...-
두려움에 떨고있는 지정이를 발견한 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그녀의몸을 아래위로 훓어보며 입맛을 다신다.
예전부터 상길이는 지정이에게 수작을 부렸었다.
보름달이 뜨던날밤 나에게 쪽지를 전하려 했으며, 다슬기 잡으러 갔다온 날도 지정이네집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기도 했다는걸 나는 안다.
- 히히...오빠랑 연해한번 해야지...-
상길이는 비열한 웃음을 웃으며 지정이에게 다가간다...
- 이러지 마세요..-
내가 양팔을 벌리며 그녀앞을 막아섰다.
순간 상길이의 팔이 휘-익 내앞을 스쳐 지나갔고, 난 얼굴을 감싸 쥐며 비틀거렷다.
얼굴이 데인것처럼 뜨거웠다.
바로이어 다른쪽 뺨에도 뜨겁고 날카로운 그의 손바닥이 후리고 지나갔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어떡하지??
양손을 얼굴위로 들어올려 권투 자세를 취햇다.
그리고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쥐었고 상길이를 향해 휘둘렀다.
회심의 오른 주먹이 상길이의 콧잔등을 살짝 건드리며 지나갔고, 연이어 뻗은 왼주먹도 허공에서 맴돌았다.
- 어쭈 이색끼가... 덤지네...뒤질라고...-
아프다는듯 콧잔등을 매만지며 나에게 발길질을 했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담벼락에 몸이 막혀 더이상 피할수가 없다.
그의 구둣발이 내 다리를 강하게 타격했다.
고통스러웠지만 겨우 참아냈다.
그러나 연이어 상길이의 무릎이 나의 아랫배에 충격을 주었다.
컥,,, 숨이 막히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옆에있던 홍식이와 그일행의 발길질이 쏟아진다.
겨우겨우 팔을 휘져으며 상길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내가 쓰러지면 뒤에 남겨진 지정이와 영주가 무슨일을 당할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 으...여자애들은 보내주세요...-
나는 상길이에게 애원하듯이 매달렸다.
- 때리지 말아요...보내주세요...ㅠㅠ-
지정이와 영주는 울먹이며 나를 감싸고 상길이에게 애원을 했다.
- 참나...ㅆㅂ...생쑈를 하네..킬킬킬...-
비열한 특유의 웃음소리가 나를 비아냥 거리고 있다.
- 니가 홍식이 깼다며? -
홍식이의 부추김이 있었다는 예상을 할수 있었으며 아마도 복수를 하러 온것같다.
치사한 자식....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을 해야지....
- 으....그땐 내가 운이 좋았어요 ...-
사실 당장이라도 홍식이와 붙으면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를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었다,
온몸이 화끈거리며 고통이 밀려온다
아랫배며 얼굴이며 옆구리까지....
- 좋아..여자애들은 보내주지...하지만 홍식이가 너한테 볼일이 좀 남았대...-
역시 예상했던 대로 홍식이 녀석의 복수를 위한 자리였다.
차라리 그 녀석에게 몇대 맞아주고 여자애들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예,,,여자애들 보내고 이야기 하시죠...으..-
옆구리가 심하게 아려온다.
구석에서 울먹거리며 부들부들 떨고있는 지정이와 영주에게 피하라는 고갯짓을 했다.
- 철아 괜찮아? 어떡해...-
눈동자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녀들....
- 괜찮아 ..금방갈게....먼저 가...-
그녀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들을 안심 시키려는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빨리 나가라고 재촉 하였다..
자꾸 뒤돌아보며 나를 걱정하는 지정이와 영주가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 자...잘들어, 내앞에서 홍식이와 재대결 하는거야...-
홍식이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려는듯....
정정당당하게 홍식이와 일대일을 한다면 자신있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것이 좋을것이다.
옆구리가 이상하다.
옆구리가 따갑다는 느낌이 들고 제대로 일어서 있을수가 없다..
이런건 불공평한 게임이다.
설령 홍식이와 대결해서 이긴다 하더라도 평소 상길이의 품성이라면 그는분명 정당한 게임을 하게
놔두지 않을것이다.
홍식이를 마주하고 성치 않은 몸으로 자세를 잡았다.
몸이 조금 흔들렸으며 두려움과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하다.
조심스레 견제하던 홍식이가 앞발을 내밀며 밀고 들어왔다.
몸을 옆으로 비켜서서 공세를 피하며 왼주먹으로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정확한 가격인것 같았지만 내주먹에는 힘이 들어있지 않았다.
바로 이어서 오른주먹에 힘을 실어서 마음껏 휘둘렀다.
그러나 주먹은 헛돌았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상길이 일행중 두명이 나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고, 뒤에서 양팔을 꺾어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다.
홍식이는 앞발로 내 아랫배를 그대로 강타했고, 뒤이어 감정실린 주먹이 가슴과 내얼굴을 타격한다.
- 이색끼가,,엉,,,존만한 색끼가,,, 디질라고,,,어디서 까불어...엉!-
몸을 붙잡힌 나는 제대로 반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었다.
- 킬킬킬...시원하게 복수해삐라...킬킬킬..-
상길이의 야비한 목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대로 맞아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화끈 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 삐이익!,,,삐익!!!-
어디선가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고 후레쉬 불빛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제서야 상길이와 홍식이 일행은 나를 내팽겨치고 후다닥 달아났다.,
먼저 피해있었던 지정이와 영주가 근처 방범대원 아저씨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지정이와 영주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정신이 혼미해져왔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추긍에도 나는 상길이와 홍식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온 얼굴에 멍이 들엇고 군데군데 피멍과 상처가 있었지만 친구들 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중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굳건히 지켜온 싸움대장 이라는 이미지에 상처가 될것이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제 그사건으로 인해 은근히 신경 거슬렸던 상길이와의 악연도 청산 되었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구지 주변에 알려서 소문을 퍼트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속으로는 상길이와 홍식이 일행들이 내앞에 나타 날까봐 불안한 시간을 보냈었다.
특히 밤길 걸을때의 두려움은 더욱 심했으며 그들이 자주 나타나는 교회뒤쪽 언덕이나, 극동맨션
뒷쪽은 아예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일부러 나를 찾아오는 일은 이제다시 없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원하게 분풀이에 성공한 홍식이와 상길이는 이제는 나를 볼일이 없지 않을까?
굴레에서 약간은 벗어난 느낌도 있었지만 가슴 한켠에서 남아있는 뭔가 찜찜한 이기분은 무엇일까...?
약 4년간 열심히 권투를 배웟고, 체격도 많이 커졌는데 왜 상길이를 두려워 하는것일까?
그 앞에서는 온몸이 굳는듯 했으며, 눈도 똑바로 쳐다볼수 없다..
과연 그와 일대일 맞짱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반칙없이 정정당당한 대결을 펼친다면 내가 과연 몇대나 때릴수 있을까?
그와의 결투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또 그려보고...
체격도 비슷해졌고 키도 비슷하고, 그가 온갖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었다면,나는 체육관에서 벌써
몇년째 복싱을 배웠고, 털보 관장님으로 부터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열심히 훈련을 해왔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와의 대결.....이론상으론 내가 늘 이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두렵다.
혹시 다시 내앞에 나타 나지나 않을까.... ?
상길이는 요며칠동안 나의 꿈속에도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용기를 내어 주먹질을 하여도 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내주먹에 몇대 맞을때면 때릴테면 때려 보라는 듯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밀고
들어오곤 했으며, 어떨땐 주머니에서 면도칼을 꺼내 내 얼굴에 휘두르기도 하엿다.
그럴때면 깜짝놀라 잠에서 깨곤했다.
꿈인게 참으로 다행이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해 봄부터 여름방학이 거의 끝날때까지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상길이와 홍식이일행 생각뿐 이었다.
홍식이에게라도 복수를 해주고 싶은데...자신은 있는데...
그의 뒤에 있을 상길이가 두려워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가장 두려운것은 나와 가깝게 지내는 이들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정이에게 눈독을 들엿던 상길이 라는걸 나는 잘 안다..
그렇기에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수 없다는 불안한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한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내힘으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때만다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는 충청도 시골집으로 여행을 갔다.
복숭아 농사를 지으시는 작은댁의 일손을 거들기 위함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사실
시골집 근처에 근사한 저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과의 여행을 하기위해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까지는 꽤나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알만한 남녀학생들이 짝을지어 1박2일 여행을 간다는 것은 어른들이 보기에 좀 조심스러웠을테고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나 여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오죽 했으랴...
아버지와 엄마가 나서 주셔서 그들의 부모님들을 이해시켰고,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을 다녀온다는
그럴싸한 명목으로 핑계아닌 핑계를 대었다.
아버지의 인솔아래 안전하게 다녀 오리라는 약속을 하였고 ,여행 다녀온 다음에는 부모님 말씀도 잘듣고,
공부도 열심히하고....뭐 뻔하디... 뻔한.... 이런저런 핑계와 설득...ㅋㅋ
지정이와 영주,그녀들의 친구 수경이, 그리고 나의 단짝 태환이와 형구....
짝을 정해주지 않았는데도 지들끼리 알아서 짝을 짓는다..ㅋㅋ
수경이와 태환이는 서로 맘에 들었는지 만난지 두어시간만에 아주 친근한 말투와 자연스런 행동들,,
까르르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토닥 거리기도 하며,소근소근 귓속말을 하기도 하고 알수없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형구는 아까부터 영주뒤에서 붙어다니며 떠나질 않는다..
영주는 그런그가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다.
귀찮아 하는데도 형구는 끈질기게 그녀의 옆에서 알짱거린다.
언제나 밝고, 웃음이 많은 영주는 나에겐 늘 관대해왔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나의 이야기에도 까르르 자지러질듯 웃어주었고 ,중학생 시절에는 가끔
핑크빚 편지를 전해주며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고,늘 명랑하고 쾌활한 그녀였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형구에게는 좀 쌀쌀맞다.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눈을 흘기며 째려보기도 하지만 그런 영주가 맘에 들었는지
형구는 마장동 버스 터미날에서 부터 영주 옆자리에서 떠날줄 모른다.
그런 그들을 보며 지정이와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이른 새벽부터 출발해서인지 채 오전이 가기전에 시골집에 도착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작은댁 과수원에서 복숭아 따고,박스포장하는 일을 거들어 드렸다.
감곡의 유명한 특산물 이기도 한 이곳 복숭아는 달기로 유명하다.
복숭아를 따다가 상처가 약간 있는 B품복숭아를 발견하면 그것은 우리들 차지다....
한입 베어 물었더니 말로 형언할수 없는 달콤함과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 나오는 새참이 즐거웟고, 꿀맛같은 그맛에 매료되기도 하였고, 왁자지껄 즐거워하며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다.
이른 저녁밥을 먹고, 어슴프레한 저녁이 되자 우리는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장호원과 이천 중간쯤에 있는 "용풍저수지".....
이곳은 돈을내고 수상 좌대로가서 낚시를 하는 유료낚시터이다..
2인기준 입장료가 1만원 이었는데 아버지의 이름을 팔고, 족보를 들먹여가며 사정을 해서 우리모두의
입장을 허락받았다.
입장료를 내면 주인 아저씨가 조각배를 이용해 우리를 수상좌대까지 이동을 시켜준다.
잠을 잘수있는 조그만 방이 있고 그옆에 벤치 두개가 나란히 있었으며 잠시 쉴수 있는 평상이 깔려져 있고,
좁지만 취사를 할수있는 공간도 확보되어 있다.
거금(?)을 들여서 와본 보람이 있을정도로 시설이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카본이라는 첨단소재로 만든 낚시대들이 유행을 하고 있지만 지정이가 나에게 선물한 대나무 낚시대가
제일 맘에든다.
직접 손으로 다듬어서 만들었다는 점도 있지만, 지정이가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가는 낚시대 이기도하다.
아버지가 빌려주신 낚시대 몇대와 대나무 낚시대를 세팅했다.
이곳에서의 밑밥은 떡밥이 전부이다.
원자탄 이라는 떡밥 두봉지와 신장떡밥 한봉지를 잘 섞어서 밤톨만하게 뭉쳐 바늘이 여려개 달린
원자탄용 바늘채비에 달아 던져 넣는다.
미끼떡밥이 바닥에 닿아 서서히 풀리면서 집어가 되고 붕어가 떡밥을 흡입하는 와중에 바늘까지 흡입하게
되면 찌에 어신이 나타나고 챔질을 하면 된다.
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새벽 시간부터 아침시간까지 입질타임 이라는데 저녁에는 열심히 밑밥을 갈아주어야
새벽즈음 집어효과가 나타나니까 잠자지 말고 열심히 낚시를 하라고 하셨다.
지정이가 내옆에 바짝붙어 앉아있다.
태환이와 형구녀석은 낚시를 온것인지 미팅을 온것인지 영주와 수경이를 앞에 앉혀놓고 무슨 할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깔깔깔,호호호,까르르 웃음소리에 정신이 없다.
저쪽 건너편 옆에있는 좌대에도 불이 켜져있는걸 보니 낚시꾼이 있는 모양인데 너무 크게 웃거나 떠들면
야단을 맞을수도 있고, 어쩌면 쫒겨 날수도 있으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사실 나는 밤낚시가 처음이다.
밤에 찌를 볼수있도록 형광색 불빛의 케미도 처음이었고, 이처럼 무수한 별들이 밤하늘에 넓게 펼쳐저
있는 광경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것 같다.
잔잔한 물위에 별처럼 떠있는 찌의 불빛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해본다.
너무나 평온한 이곳....
밤공기를 가르는 이름모를 산새의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더운 여름철 이지만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 엿으며, 잔잔한 저수지 물위에
반짝이며 떠있는 케미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것이 참으로 운치있고 멋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토록 좋은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한참을 떠들고 재잘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뜸해져 온다.
지정이가 조그만 라디오를 틀었다.
"이종환의 디스크쇼"
거기서 흘러 나오는 팝송....
-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지정이가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으로 내입을 막는다...
바비빈튼의 "Dick and Jane "이라는 노래....
조그만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팝송이 잔잔하게 저수지에 울려 퍼졌고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엇지만
왠지 슬픈가사의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초등학교때 첫사랑 소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얼마후 그 첫사랑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첫사랑의 제인을 생각하며 슬퍼한다는 내용의 팝송이야...-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들리는 음악인데 내용은 참 슬픈내용이었다..
DJ의 잔잔한 목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피곤한지 벌써 한참동안 조용하다..
뒤를 돌아보니 구석바닥에 태환이와 형구가 쭈그리고 누워 잠들어 있다.
평상위에 있던 영주와 수경이도 조용한걸보니 잠을 자는것 같다.
찌를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저수지 주변으로 물안개가 서서히 펼쳐졌고, 얼마후에는 마치 구름위에 올라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정도로
물안개가 덮혀왔다... 환상적 이었다.
바로앞에 떠있는 찌의 불빛도 어슴프레할 정도의 물안개가 우리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풍경앞에 지정이도 넋이 나간듯 했다.
무슨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것인지....
그녀는 아무말 없이 한참을 그렇게 저수지만 바라보고 있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
- 호수가 너무예뻐,,,,,물안개도 그렇고...-
나는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녀가 내 어깨에 슬며시 얼굴을 기대어 온다.
- 너도 예뻐..^^.-
하며 어깨를 꽉 눌렀다.
그녀는 가느다란 숨소리가 느껴진다.
-괜히 나 따라와서 힘들지 않아? -
한손으로 그녀의 머릿칼을 사랑스럽게 쓸어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 너...울어? -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엇다.
왜일까? 고즈넉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한 것일까? 슬픈팝송의 가사 때문일까?
- 철아....-
- ,,,,,,,,,,,-
아무말 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고여있던 눈물 방울이 금세 넘처 흘러내릴것 같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이곳은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한데...-
무슨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오늘은 너무 조용하다...
그녀의 볼을 잡고 가볍게 쓰다듬으며 시선을 맞추었다
한참을 참았던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득하다...
- 나....있잖아....그때...네가 잘못되는줄 알았어...-
얼마전 상길이 일행에게 모진 매를 맞았던 그때의 생각이 나는듯 했다.
찰랑찰랑 고여있던 그녀의 눈동자에서 마침내 눈물이 흘러 내렸다.
- 네가 ...잘못될까봐.. ....무서웠어....-
훌쩍 거리던 그녀가 양팔을 벌려 내목을 끌어 당기며 나에게 안겨온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것 같다..
나 역시 그들과 맞닥 뜨렸을때 많이 두려웠었다.
그들에게 매를 맞는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지도 른다는 두려움이
더 컷던것 같다.
- 괜찮아....이렇게 멀쩡한데 뭘...-
그녀를 위로하며 등을 토닥여 줬지만 더 강한 힘으로 나를 끌어안는다..
나를 걱정하는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으며,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것 같다..
그녀의 표정 그녀의 눈빛을 보면 난 그것을 알수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고,슬퍼해주며,사랑해 주는 그런여자....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 아무데도 가지마.......-
그녀가 살며시 눈을 감는다.
나를위해 울어주고, 나를 걱정해주는 사랑스런 그녀에게 가만히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받아드렸고, 신비로운 향기가 내몸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불안해 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나는 강한 남자라는걸 증명해야 했다.
실제로 나의 권투실력이 어느정도인지 누구보다 내가 더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바램을 하늘이 알아 주기라도 한것일까??
나의 실력을 가늠해 볼수있는 기회는 여름방학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찾아왔다.
- 철아....태환이 삥뜯겼어..-
형구가 울그락 불그락한 표정의 태환이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 누구한테?? 뭘 뺏겼는데?? 많이 맞았어?? -
나는 사뭇 흥분된 어조로 추긍했다.
- 조금전에 홍식이한테.....전자시계랑 회수권하고...-
형구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온 그이름......
홍식이....
순간 멈칫 놀랐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 홍식이 혼자 있드나? 일행이 있었어? -
- 홍식이하고 또 한명....-
형구의 말에 의하면 상길이는 없는것 같았다
- 어디로 갔어? -
형구와 태환이를 데리고 홍식이가 사라졌다는 그곳으로 뛰어갔다.
그들은 아마 한적한 공장 담벼락 뒷쪽이나 막다른 골목 어귀에 있을것이다.
내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식이 일행을 발견했다.
그들은 금형공장옆 담벼락 끝을 지나고 있었다.
- 이홍식...! 거기서...! -
약간은 긴장이 됐지만 목에 힘을주고 큰소리로 그를 불렀고, 그가 뒤를 돌아봤다.
9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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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0부 눈빠지게 기다립니다.
잘읽엇습니다
9부 기대합니다 ^^&
관심과 응원 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관심..
첨으로 1빠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읽을수록 재미가 솔솔.....
빨리빨리..... 아시죠 ㅋㅋㅋ
오늘도 역시 잘보갑니다,,,
일해야 되는데~~~
멈춰야 되는데~~
안돼!!
다 일고 이제 일하렵니다.
중독 증산이 이런거군요...
하염 없이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과연 몇부까지 갈까요~~~~~~~~~~~~.
다음부 기다리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올여름은 마다이님 덕분에 새로운 재미를 찾았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싸랑합미데이.....
오늘은 꼭 종편을 보겠지 했는데...
아주 조금 읽은것 같은데...
스크롤은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져서
9부로 이어집니다.
헉!
어찌 또! 기다리라고 하시나요. ㅠ
빨리 9부 올려 주세요. ㅎㅎㅎ
언제 올리셨지....,
단숨에 다 읽고 크게 숨한번 내쉽니다
제발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되길 빕니다
오늘도 들러주셔서 용기를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9편을 기다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꾸벅!
오늘도 와주셨네요...많은 관심과 댓글,,추천도 감사드리며.....^^
9부가 기다려집니다^^
9부는 언제 나오능교?
퍼떡 올리 주이소
이것 때문에 일이 안되는구마 서류가 산더미 처럼 밀렸는데
이거 보고 있구마 ㅠㅠ
다음편 빨리 올리주이소~~
9부작업 열심히 하겠습니다....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십년전 고1때 읽었던 열한번째 사과나무처럼 잼있습니다^^
9부 언제 기다려야 하나요 ㅡㅡ
빨리 부탁합니다 ㅋㅋ
"방금 뭐라꼬 시불였노 뒈질라꼬..."
다음편 요로꼬롬 시작할꺼죠 ㅡ.,ㅡ
쭈욱 감성에 빠지는 일인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않은 이야기가 남아있고요....
9부 시작을 님의 말씀처럼 시작하면 되겠네요..ㅋㅋ
소리의빛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담 편도 빨리 올리시고....
감사합니다.
작은미소님, 전설붕어님 찾아주시고 버튼 눌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읽고 추천보 한방 ^^
또 기다립니다...ㅎ
아~~~~나에게도이런추억이
잘읽고갑니다
기다릴게요 9부......
묵호사랑님, 팔문님 늘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 올려 주세요
얼렁 다음편 올려주세요~~~
흥미진진합니다ㅡㅡㅡㅡ많이 늦었네요ㅡ
9부 기대됩니다ㅡㅡ
수정이 완성되면 올리겠습니다..^^
며칠만....^^
거의..드래골볼 이후의..최고의 중독입니다.^^
잘보고갑니다^^
지금까진 잘 참아 왔는데 기다리기 넘 힘들어요ㅎㅎ
어쩌다보니 팬레터까지 받아보네요...^^
ㄳ ㄳ
됬어요
책임지세요
무조건
기다립니다
ㅋㅋㅋㅋ
정말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멋진글이네요.
9부 곧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