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지난 뒤, 서사장은 제 가게로 놀러와 히죽히죽 웃으며 약을 올립니다.
"남형, 거 가서 두어 번 재미 쫌 봤소. 그저께는 월척도 한 수 했소."
"그카고 또 갔나...요."
못말릴 사람, 동네 사람이 제재하면 그 좋은 넉살로 가볍게 받아 넘기며 낚시를 한답니다.
서사장 가고 나서 또 다른 유혹이 슬그머니 움트고 있었습니다.
벌금 문 것으로 속도 쓰렸지만,
요즈음 그만한 잔재미 보는 곳도 드문데다 월척까지 잡았다니……
머릿속은 어거지 합리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 본전도 찾고 월척 손 맛도 볼까?'
다음 날 오후 한가한 시간을 틈타
'잠시 배달중' 팻말을 걸고 그곳으로 탐색하러 갔습니다.
저수지를 한 바퀴 휘이익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아주 멋진 포인트를 발견하였죠.
부들 밭과 수초가 적절히 어우러진 그림 같은 포인트를 점 찍어 두고 가게로 와서
그에 맞는 채비를 교체하고 밤이 되기를 새신부 기다리듯 두근거리며 기다렸죠.
저수지와 동네가 붙어 있어 다들 주무시면 도둑 낚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밤 12시, 가게에서 출발하여 저수지를 향하는 마음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꼭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하였습니다.
칠흙 같은 어두움에도 후레쉬를 비추지 못합니다.
철조망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데 '찌이익" 점퍼가 철조망에 걸려 버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길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전 수행에 옷 정도 찢어지는 게 대수였겠습니까?
대를 한 대 두 대 펴는데,
정말이지 그 묘한 기분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스릴감 그 자체였습니다.
수초 옆 포인트는 그럭저럭 투척을 합니다만,
부들 옆 가까이 붙이는 포인트는 그야말로 감으로 투척해야 했습니다.
해 지기 전 자리했다면 다섯 대 정도는 편성 가능했지만 겨우 세 대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부들 옆 우측 두 칸대 포인트, 던지자마자 멋진 찌올림으로 7치급이 첫 인사를 합니다.
느낌이 아주 좋은, 짜릿한 흥분감으로 도둑 낚시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마리 잡고는 동네 불빛을 흠칫 봅니다. 아직은 두 세군데 불빛이 보입니다.
밤 1시가 되었는데 아직 잠도 없는가, 갸우뚱 거립니다.
어! 이번에는 좌측 수초 옆 3칸대에서 입질이 옵니다.
시원하게 찌를 끝까지 올려 줍니다.
챔질, '아싸' 이번에는 8치급...
고요한 밤에 찰방찰방 물소리가 저수지를 수 놓습니다.
점퍼 깊숙이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행여 불빛이 새어 나가면 도둑 낚시가 들통 날까 봐
동네 반대편으로 깊숙이 한 모금 빨고는 이내 내뿜습니다.
까만 밤에 안개 낀 듯 뽀얀 담배 연기 사이로
중앙 수초 사이 2.7칸 찌가 꿈질꿈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경박하게 '쑥' 솟아 오릅니다. 예상대로 6치급...
참으로 다양한 씨알들이 심심치 않게 놀아주고,
분명 월척급 덩어리가 찾아와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시간은 어찌어찌 가는지 모르게 어둠 속으로 묻혀져 버립니다.
열 댓마리를 그렇게 잡은 후 허리 한 번 펴고 있는데...
부들 옆 포인트에서 심상치 않은 예신이 들어옵니다.
바짝 긴장하여 케미를 응시하며 '꾸울꺽' 침을 한 번 삼킵니다.
'깜박깜박 하더니 스무스하게 조금씩 올려주는 멋진 찌올림…
'좀 더... 좀 더어... 더~어~ ......
'오올치, 그래...!'
아뿔사! 너무 찌 맛을 즐겼나 봅니다
챔질 순간 이미 수초를 감아버리는 야속한 놈...
강제집행도 어렵고 불도 비추지 못하고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으라~챠' 강하게 들어올리는 순간,
'투~둑~. 아~! 원줄이 터져 버립니다.
허탈함과 동시에 이내 여분의 낚시대로 바로 교체하고 다시 투척합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분 가까이 입질이 '뚝' 끊겼습니다.
한 시간 쯤 있으면 날이 밝아 올텐데......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다시 입질이 들어오고 고만고만한 7치 전후의 씨알들이
한 놈씩 올라오면서 아침을 불러냅니다.
뿌옇게 날이 밝으며 소나기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런...
'째잭째잭' 거리는 새 소리의 장단에 맞추어 찌가 춤을 춥니다.
그 찌의 춤에 질새라 5치급 붕애도 아침이 왔다고 귀엽게 앙탈을 부립니다.
동네 분들이 일어나실 시간이라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상황.
작은 넘들은 바로 방생하고 쓸만한 놈들 스무 여수 정도. 다시 한 번 이쁜 얼굴을 봅니다.
오랜만에 찌 맛, 손 맛을 마음껏 만끽하게 해 준 고마운 넘들,
'잘 가거래이......'
월척을 잡지 못한 미련을 훌훌 털고 일어서는데, 허~억
동네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총총 걸어 오시면서 절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또 걸렸나 싶었죠. 부르시는데 냅다 도망갈 수도 없고, 으이그...
"보소, 고기는?"
"예, 어르신 다 놓아 주었고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았심더..."
"에~해이~ 고기 다 놔주따고...갑자기 매운탕 생각나서 탕거리 쪼매 얻어갈라 캤디마..."
"어르신 죄송합니다."
"아이구마 됐구마, 담에 묵으머 되제..."
"낚시 하는거 보이 옛날 생각도 나고...허~허~..."
웃으시면서 뒤돌아 가십니다.
잠이 결코 올 수 없었던 하룻밤 도둑 낚시,
아마 내 생애 이처럼 짧게만 느껴진 밤낚시는 없었을 것입니다.
숨 죽이면서 밤을 지샌 손 맛 같은 짜릿하고 흥분된 도둑낚시,
월척에 대한 아쉬움보다 어르신께 탕거리 드리지 못한 아쉬움만 남기고 일어 섭니다.
불륜의 밤을 보낸 듯한 긴장감과 함께 어르신에 대한 아쉬움은,
잊을 수 없는 제 낚시 추억의 한 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낚시터에는 추억과 발자국만 남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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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전 수자원보호구역 ..
아직도 상수원으로 접근금지..한3년전에야
낮에 일반인 산책로로 문을 연 저수지에서의
(지금의 부산 팔송 법기수원지와 부산 서대신동
동아대학교안 저수지 )
중학교급우와 잡혀서 벌썼던 추억....ㅋ
엊그제 같은데...벌써 ㅡ,.ㅡ;;
한두해전에 경산 남매지서 낚시하다가 벌금 300만원 물었다는 카드라 통신이 생각나네요
무슨일이든 하지 말라는것 몰래 할때가 스릴있고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안출하십시요~~~
한 겨울 도둑 낚시 하던 생각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도둑낚시라는 건 사유재산을 몰래 훔쳐갈 때 써야 맞는 표현 같고,
'몰래낚시'가 좀 더 애교있고 합당하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몰래낚시의 선수이십니다.ㅎㅎㅎ
갈수록 금지구역이 많아지니....참 아쉽네요.
긴장감 두배~
님의 대명 한자음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맞을른지 궁금하네요?
♥ 소요님 저도 4~5년 전에 남매지 얘기는 들었습니다.
벌금 300만원! 그 얘기 듣고 놀랐습니다.
♥ 소풍님 가까이 계시면 저와 소풍 한 번 가시면 좋을텐데...
좋은 원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부담은 갖지 마시구요^^
♥ 물나그네님 언어순화 고맙게 생각합니다.
조금 더 긴장감을 표현코자 했는데 짧은 글 재주로 부족한 것 같네요.
♥ 강형붕어님 처음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잘읽었습니다!
자주자주 올려주십시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읽고갑니다...
늘 행복한 출조길 되세요. ^*^
독수리의 비애를 모르시나요?
♥ 묵호사랑님 님의 본명은 제 가슴에 새겨진 이름입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이름이지요.
♥ 율포리님께서는 많은 추억이 있으시겠지요.ㅎㅎ
늘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 그대로그렇게님 휘버스의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70년대말 인기곡이었지요.해변가요제도 생각이 나구요.
♥ 장핑퐁님 추억의 조행기 애독자 중 한 분이시지요.
님께서도 추억의 한 편에서 미소지으실 것 같네요.
♥ 말뚝왕박방랑님 4짜는 아무나 잡는 것이 아니죠.
전 아직까지 4짜 잡아보질 못했습니다.ㅠㅠㅠ
♥ 신수향2님 적당히 즐기고 싶었은데 그것이 잘 안되네요.^^
아마 분위기에 훨씬 취했던가 봅니다.^^
♥ 은빛붕어님께서는 크나큰 축복을 받으신 것 같네요.
저 또한 스승님의 건강하심을 기원드립니다.
그때는 루어 낚시에 한참 열중 일때인데,
동네? 사람이 멀리서 호르라기를 불어 댑니다.
급히 논둑을 돌아 나가려는데...
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ㅜㅜ
두사람이 쫒아 와서 뭐라 합니다.
신분증을 내 놓으라는 등
물에 빠진 뒤라 약간 이성을 잃어서
씩씩 거렸더니, 그냥 가더군요^^
그뒤로 팔당 댐 방류 할때
대박이라 는 등...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때의 쪽**으로 다시는 낚시를 안했습니다.^^
마치 제가 그 현장에 있듯이 긴장이 되네요...
철수할때 동네 어르신...생각만 해도 가슴이 덜컹...ㅎㅎ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태양처럼 밝고 환하게 키우시길 바랍니다.
♥ 어느날갑자기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을 그리 보아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 설용화님 초등학교 1~2학년 때 논산 수로에서 붕어 잡고 참게 잡던
추억이 떠오르네요.외갓집이 논산에 있었고 방학 때 놀러갔던 기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지금도 외가의 집과 마당,뒷 산, 그 아래 수로...
너댓 번밖에 안갔는데 또렸하게 그려집니다.
♥ 바른생각님, 님처럼 바른 생각의 낚시가 아닌 도둑 낚시라
고민은 조금 되었습니다. 재미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훔쳐먹는 사과가 맛이 있는법이라는.....
여자도.....ㅎㅎ
그동네 한번더 도전하이소
물론 고기 잡아서 동네 어르신 드린다고 하시구요...
늦게와서 이제야 보고 갑니다
제 아들 이름입니다^^
태양이란 이름이.. 태명이인데
너무 좋아서 태명이 이름이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