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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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눈(함박눈) 오던 날.

IP : 47ad08901f5b535 날짜 : 조회 : 10098 본문+댓글추천 : 3

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정도 전이겠어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 밤 아홉시 대한늬우스 일기예보에서는 내일 오전에 호남지방에도 한두 차례 눈이 내리겠다고 했겠죠. 그때는 그나마 총기가 있었던지, 찌르르~ 뇌를 자극하는 신호음과 함께,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곤 했었습니다. 빨리 날이 밝기를 고대하며 일찍 잠을 청했고, 이틑날이 되자 정말 하늘에선 함박눈이 간헐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때 마침 당일이 일요일이였었고, 그 시기 일천한 저에게 낚시 비슷한 것을 배우고 계셨던 두 살 많은 형님께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형님~ 지렁이 한 통만 사셔서 용동지로 넘어오십시오. 오늘 준척 포함 20여 수는 나올 듯합니다." 항상 일찍 일어나는 그 형님은 바깥 날씨를 이미 확인했을 것으로 판단, 불가하다는 형님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저는 서둘러 내 할 얘기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용동 저수지에서 기다리는데, 마지 못해 억지로 끌려나온 춘향이 언냐 처럼 그 형님도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더군요. 저는 그냥 히히 거리며 형님 낚시가방만 챙겨들고 최상류 논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좌에서 우로 1.5, 2.5, 3.0, 3.2, 2.9칸을 펴서 수초 위에 대충 얹어두고 입질을 기다렸습니다. 그 시각까지도 북서풍을 타고 내달리던 함박눈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백설기 처럼 옷에 달라붙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낚시대를 다 펴두고 5분 정도나 지났을까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저는 챔질은 하지 않고, 형님 옆에 바싹 붙어앉아 "몇칸대 입질이 들어옵니다." "형님 챔질이요." 하면서 코치만 했습니다. 조과요? 둬 시간 낚시에 정말 준척 서너 마리 포함 스물댓 마리는 낚았습니다. 톡톡 거리다 천천히 정점까지 올려주는 입질에 챔질을 하면서 고기를 끌어내던 그 형님의 감격에 겨워하던 그 표정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네요. ^.^ 둬 시간 정도 지나자 그 많던 입질이 뚝 그쳤고, 점심 시간도 가까웠으니, 우린 미련없이 대를 거두고 소주나 한 잔 청하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먼저 그 식당에 자리해 계시던 지역 선배들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혹시 너희 둘이 용동지에서 낚시했냐 물으시더군요. 맞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이 눈보라 몰아치는 날씨에 낚시하고 있을 인물이 너희 밖에 더 있겠냐며... ^^; 우리도 구석진 자리를 택해 자리를 하고 오늘 낚시에 대해 '복기'를 했습니다. 오늘 함박눈 속에서 소나기 입질을 받았던 그 형님은 상기된 목소리로, "어떻게 이런 날씨에 이런 조과가 가능하냐. 믿을 수가 없다. 내 생전 처음이다. 원래 눈 오는 날 붕어가 잘 나오냐." 하며 속사포 처럼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진정하시라며 먼저 술도 한 잔 권해드리고, 식사도 하면서 둬 시간 동안 입낚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먼저, 북서계절풍이 어떻다느니, 수온이 어떻고, 수초와 은신처라거나, 2~3일 전에 수온을 재보니 어떻더라, 이미 그곳에 붕어들이 머물러 있을줄 알았다던가 하는... 그렇게 그날, 아름다운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 지나고, 그 이후론 지금까지 그 형님과 눈을 맞으며 낚시를 해본 일은 없네요. 올 겨울 눈이 내리는 날 물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며 그 형님과 낚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등! IP : 63642d0c8336548
언제 저도 불러주시죠.
이박사님의 해박한 낚시지식을 얻고 싶습니다.

우셔도 상관 없고 바지에 지려도 괜찮다면,
윤뺀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ᆞ사랑 2를
답례로 불러 드리겠습니다.

그러실려면 먼저 쾌차하셔야 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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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2b8538189199241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공명의 남동풍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대단하십니다
추천 0

IP : 5578de704ee4bfe
낚시에도 복기가 있다는걸 첨 배웠습니다.

자주 복기 하실려면

빨랑 쾌차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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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7ad08901f5b535
그래도 10년 전만 해도 제법 총기가 있었는데, 이젠 가면 갈수록 멍청해지는 듯해 남들 몰래 속앓이를 하는 중입니다. *^^*

저 때만 해도 그나마 어떤 자연현상이나 절기에 맞춤하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제법 읽을 만한 글도 거침 없이 써내려가곤 했었고,
지금 이 시기 어느 저수지 어떤 포인트에 몇 칸대를 펴면 제법 굵은 씨알이 솟구칠 거야 하며 누군가에서 소스를 주면 그분이 4짜도 낚아내고 월척도 너댓 수 씩은 했었는데...
지금은 이 모양(=꼬라지)입니다. ^.^


예전 처럼 10m 높이 골조 위에서도 거침없이 달려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몸을 좀 사려야겠어요.
오늘도 한갑보에서 돌붕어 7~9치가 나온다지만,
방에서도 점퍼 입고,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이렇게 있답니다.

소설이 코앞이라 그런지 날이 무지 차네요.
감기 걸리시지 않도록 잘 살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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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85939735e5f1d2
일천한 글에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좋은 날 지속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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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7371acdf46150b
환상속 낚시모습입니다.
멋진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잼나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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