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4.15:00 – 2015.07.05.15:00
버림으로써 얻으리라.
그대여, 탐내지 말라. / 우파니샤드-고대인도철학서
Prologue>
낚시꾼의 욕심은 끝이 없다.
대낚시꾼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히 물고기를 낚기 원하고
다음에는 다수의 잘빠진 토종 붕어를
그 다음에는 월척, 그리고는 자신의 기록갱신을 위해
더위와 추위를 마다 않고 밤을 지새운다.
자신의 욕심만을 내세우며
대어를 꿈꾸는 낚시꾼들을 보면
그 세계에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하거나,
끝내는 즐기는 낚시가 아닌
욕심을 쫓는 낚시가 되기에
이내 지쳐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러한 욕심은 비단,
낚시에서 뿐일까?...
The Story>
2015.07.04.토
14:00
삶이 싫어졌다.
낚시도 싫어졌다.
살아가며 고민 없는 사람 있으랴?
하지만 내 전부를 잃는 듯하다.
괴롭다. 외롭다. 어찌해야 할 줄 모른다.
그래도 허한 마음 달래려 떠난다.
한 달만의 낚시…
15:00
화성호에 도착했다.
길고 긴 수로를 따라 포인트 탐색에 돌입한다.
넓고 길게 깔린 마름들…
지천이 포인트다.
허나, 일행이 세명이기에
함께 앉을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한 시간여를 욕심 내어 돌아본다.
17:30
대편성을 시작한다.
어지러이 깔린 마름위로 어렵게 찌를 세운다.
(생각에 생각이 얽혀있어 수월치 않다.)
2시간 30분에 걸쳐
1.5칸/2.4칸/2.4칸/2.8칸/3.2칸/2.0칸/2.4칸
총 7대를 세팅 한다.
어둠이 밀려온다.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20:00
새우가 채집되기 전
모든 낚시대에 옥수수로 채비했다.
어둠이 수면위로 뒤덮는 시간
자잘한 입질들이 파장을 이룬다.
생각 속에 묻혀 눈을 뗀 사이
3.2칸대의 찌가 네마디 올라와 있다.
늦은 챔질…
고요 속에 빈 바늘을 들어올린다.
아쉽지도 않다. 한숨이 깊게 새어 나온다.
21:30
서글픈 붉은 달이
어둠을 밀어내며 떠오른다.
자잘한 입질들이 이어진다.
낚시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불쌍한 달빛을 위로한다.
자잘한 입질이 이어진다.
대를 차마 들지 못한다.
서글픈 붉은 달이
수면 위에 드리워진다.
23:50
답답한 마음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
한참을 서성이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맨 우측 2번째 2.4칸대 찌가 몸통까지 솟아
한 두 마디씩 까닥거리고 있다.
‘챔질’
힘없이 딸려 나온다. 6치
2015.07.05.일
00시 20분
굶주린 배 채우고자 식사를 한다.
서글픈 붉은 달이 노랗게 변해 중천에 떠있다.
내 맘도 이러면 좋으련만…
02:00
간간히 입질들이 들어온다.
마음은 달 그림자에 녹아 찌불 아래 잠겨있다.
04:00
좌측 2번째 2.4칸대에 입질이 온다.
두 마디 올리고 두 마디 다시 내리고
슬그머니 찌를 가지고 논다.
찌가 오른쪽으로 스르륵 이동하며
세 마디를 올려버린다.
‘챔질’
맥없이 딸려 나오는 3치급 동자개.
‘빡, 빡’ 소리를 낸다.
07:10
우측 세 번째 2.4칸대 찌가 사라져 있다.
‘입질인가?’ 주의 깊게 바라본다.
한 마디 원위치로 돌아온다.
잠시 후 상하로 요동친다.
‘챔질’
맥없이 딸려 나오는 3치급 동자개
08:00
내림낚시 패턴마냥
한마디씩 찌가 깔딱거린다.
‘잔챙이인가?’
챔질 타이밍이 짧다.
헛 챔질 연발.
잔챙이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새우를 배 꿰기 한다.
또 다시 돌아온 챔질 타이밍
한마디씩 깔딱거리다 두 마디에 챔질
두치급 붕어
09:00
짐을 정리한다.
생각이 얽혀 잠 한숨 못 잔
오랜만의 낚시가 아쉬워
근처 포인트로 탐사를 떠난다.
Epilogue>
낚시에서 뿐만 아니라,
살아가며 욕심 없는 사람 있으랴?
욕심의 종류와 크기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서로 각기 다른 욕심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나도 욕심을 냈던 것일까?
그것도 너무 큰 욕심을 부렸던 것일까?
단지, 한 사람을 향해 꿈꾸던 욕심인데…
Extra Story>
10:00
두 번째 스승님과
대부도 포인트를 정신 없이 돌다,
우거진 숲에 묻혀있던 소류지에 다 달았다.
키 큰 부들이 긴 가뭄을 보여주듯,
1m 넘게 수면아래 잠겼던 줄기들이 드러났다.
2.4칸대, 2.8칸대 두 대에
지렁이를 달아 탐색을 해본다.
1분도 안되 정신 없이 찌가 요동친다.
‘챔질’
10cm 가량 동자개,
낮에도 동자개가 움직인다.
다시 찌를 세운다.
정신 없는 찌놀림.
하지만 가물어서인지 입질이 얕다.
몇 번의 헛 챔질 끝에 성공한다.
메기 한 수 추가.
한 시간의 탐색 끝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11:49
대부도의 수로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수로에 근접해 있는 논바닥이 갈라져있고
벼잎 끝이 누렇게 타들어있다.
기나긴 가뭄, 이곳도 예외 없었다.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12:13
깊은 수심의 수로 둠벙을 찾았다.
수심 2m? 3m?
물색이 인상 깊다.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에메럴드 가루를 풀어놓은 쪽빛 바다 같다.
지렁이를 달아 2.8칸 찌를 던진다.
투척과 동시에 찌를 무섭게 가지고 논다.
‘챔질, 챔질, 챔질…’
완벽한 타이밍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끝내 낚시를 포기하고
함께 자리잡은 두 사람과 수다를 떤다.
바람이 불어온다.
시원하고 개운하게…
욕심을 내려 놓으니 이렇게 편한걸…
- © 1998 ~ 2024 Wolchuck all right reserve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