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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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4.

IP : 30085c4e535c0a0 날짜 : 조회 : 7474 본문+댓글추천 : 0

비밀의 정원 4. 비밀의 정원은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나를 너무 많이 알게 해주는거 같다. 지난주 그리 난처한 일을 겪고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또 이렇게 이곳에 낚시대를 펼쳐놓고 있다. 나에게 이런 뻔뻔함이 있었던가? 지난주 담을 넘은 도둑처럼 여인의 몸을 탐하다 걸리구도 이리 태연하게 앉아 있는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니 무슨 일인가 벌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처럼.....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즈넉한 수면위로 고추잠자리 몇 마리가 까불대며 날아다닌다. 여전히 햇살은 좋았고, 수초가득한 물속에 파란하늘이 내려와 있었다. 지난주 이미 마릿수를 확인했기에 지난번 패배를 안겨줬던 놈을 낮부터 본격적으루 공략했다. 모든 대엔 채집망에 들어온 살이 통통히 오른 대물참붕어들을 미끼로 끼워 놓았다. 손가락만큼이나 큰 참붕어들을 달아서 인지 미끼들이 자꾸만 찌를 흔들고 있었다. 조금씩 미동하는 찌들이 살짝 짜증스럽게 느껴질 무렵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청바지에 하얀브라우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이지만 청바지가 무척 잘어울렸다 그녀가 나오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번 일로 인해 불쾌한 의사표명이라두 할것만 같았다. 나는 마치 도둑질하고 걸릴가 두려움에 떨고있는 아이 처럼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어색한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다행이 그녀가 마당 중간쯤 나왔을때 “딱”하는 소리와 함께 첨벙하고 가물치가 튀어올랐다. 그녀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랬는지 주춤하며 쳐다봤다. 정면에 던져놓은 3.2칸대 방울이 걸려있었다. 대형 참붕어를 가물치가 물어버린 것이다. 다행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니 60센티 전후의 가물치였다. 힘껏 대를 세워 제압에 들어가니 몇 번 힘을 쓰던 녀석이 수초를 감고 딸려 나왔다. 곁눈질로 바라보니 그녀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놈 아가미 밑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볼에 보일듯 말듯한 보조개를 만들며 미소짓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조금 슬픔이 배인듯한 얼굴이었는데, 저리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다시 심장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얼굴이 조금 상기되며 대문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가물치를 망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한참을 멍하니 그녀가 떠난자리를 보고 있었다. 가슴속에 희열이 밀려들었다. 무서운 벌을 기다리던 아이가 용서를 받은 심정때문일까? 아니면 한단계 더 발전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확신 때문일까? 비밀의 정원에선 내가 나를 알지 못하겠다. 모든게 혼란스럽고 명쾌히 단정지을수 있는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가지구 새우미끼를 끼우고, 찌불이 몇 번 올라왔고, 턱거리급 월척 몇 마리와 다수의 준척을 낚았지만, 기억되지도 않을 몽롱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그녀를 기다리는 낚시가 되어버렸다. 붕어의 정갈한 찌올림도 물속으로 처박는 당찬 손맛도 지금 이 순간만은 무가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정말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다. 낚시터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흘러갔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일을 하는 사람일까? 이런 소읍에서 오후 다섯시경 출근해서 밤열두시에 들어오는 직장이 무엇이 있을까? 소읍을 지날 때 보았던 다방, 노래방, 유흥주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런 곳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런 곳에 결코 어울릴 사람이 아니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그녀가 그런 곳에 있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 보아도 소읍에서 그 시간에 일을 하는 곳은 그곳밖에는 없었다. 문득 차라리 그냥 그런 곳에서 일하는 화류계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서로 쉽게 몸한번 섞어버리고 이리 어울리지 않는 가슴앓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생각하면 그녀의 삶이 너무 안타깝게 여겨 졌다.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열두시가 넘자. 둔탁한 철문여는 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몸집이 크구 키가작은 늙은 아주머니 한분과 같이 마당을 지나갔다. 지난번 놈과의 싸움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탓인지 누군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순간 긴장했던 마음과 몸이 원줄이 끊어지듯‘툭’하고 긴장감을 상실했다. 오늘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었던 것인가? 무슨 일이 금방이라두 벌어질거 같은 긴장감을 맞보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헛웃음이 지어졌다. ‘정신 차리자! 이게 뭣하는 짓이냐!’ 내 자신에서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이제는 벋어나야 한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리 유치한 인간도 아니구, 치졸한 인간도 아니다.' '무료한 중년에 삶에 잠시 깜찍한 상상을 해보았을 뿐이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내자신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잠시후 쪽창의 불이 밝혀졌을때 좀전 내스스로의 다짐과 변명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또다시 뛰기 시작하는 심장. 머릿속에 그려지는 나신의 영상들. 그녀의 몸을 조금이라두 훔쳐본 탓인지, 그녀의 얼굴을 정확히 본 탓인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지는 모습에 속이 울렁거리며 강한 욕정이 물밀듯 덮쳐들었다. 그녀는 시멘트 벽으로 커튼을 드리웠지만 그녀의 머리가 쪽창에 비칠때면 투명한 유리벽처럼 그녀의 나신전체가 내눈에 보여짐을 모를 것이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져서 숨쉬가 골란할 만큼 강력한 욕정이 일었다. 이런 느낌을 언제 느껴보았던가? 까막득히 오래전 시절이다. 이 느낌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내몸 어디에 이렇게 강한 들끓는 욕정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가 샤워를 마칠때까지 나는 솟구처오르는 욕정과 내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자책감으로 범벅이되어 혼미한 꿈속을 헤메는듯 했다. 쪽창의 불이 꺼지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후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나온 것이다. 금방이라도 그녀가 나에게 다가 올것만 같아 가슴이 터질듯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마당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처마밑 어둠속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는것이다. 마루쪽은 어둠이 너무 짖어 형체를 알아볼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젠 상황이 역전되었다. 내가 어둠속에 숨어 쪽창 불빛을 통해 그녀를 지켜봤듯이 이번엔 그녀가 어둠속에 숨어 먼 가로등 불빛과 달빛에 드러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행동이 부자연 스러워 졌다. 최대한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노라니 관절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시간이 지나도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이젠 허리마져 뻐근해 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녀와 나 사이 중간에 놓이 3.2칸대가 서서히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찌의 움직임이 범상치가 않았다. 묵직하게 한두마디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서서히 옆으로 이동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노라니 서서히 찌가 오르기 시작한다. 다섯 마디쯤 솟아올라 멈짓거린다. 다른때 같으면 챔질의 순간이었지만 그녀에게 환상적인 찌올림을 선사해 주고 싶어 챔질을 하지 않았다. 미끼를 뱉은건지 찌가 툭 내려간다. 괜스리 챔질을 늦췄다는 후회가 일려는 순간, 찌가 다시 솟기 시작한다. 중력을 잃어버린듯 찌가 무저항으로 서서히 솟아오른다. 이런 찌올림은 일년에 몇 번 보기도 힘든 찌올림이었다. 하늘을 뚫어 버릴듯 그렇게 오른찌가 한쪽으로 기울려는 찰라 힘차게 챔질을 했다. 피이이이윙 줄에서 피아노 소리가 난다. 제법 힘을 쓰는 놈이지만 지난번 놈과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힘이다. 계속해서 이쪽 저쪽으로 힘을 쓰지만 충분히 제압할만한 수준의 힘이다. 일부러 쉽게 견인하지 않구 힘을 쓸수 있게 여유를 줬다. 계속 힘을 쓰던 놈이 지쳤는지 서서히 배를 드러내고 수면위에 누웠다. 짧은 순간 항복하고 수면위에 누워있는 붕어의 흰 어체 위로 그녀의 나신이 오버랩 되고 있었다. 언제가 수면위에 배를 드리운 붕어처럼 그녀가 내앞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눕게 되리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은 마치 피할수없는 운명처럼 여겨졌다. 허릿급 붕어를 망에 넣었을때 다시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간 것인지 게속해서 느껴지던 그녀의 시선이 느껴지질 않았다. 5부로 이어집니다. 휀님들이 기대하시는 것이 뭔줄 알지만 4부는에서 만족시켜드리지 못한점 죄송합니다. 근디 설익은 밥을 묵을순 없쟎아여, 뜸을 좀 들여야 찰지고 알찬 밥이 되쥬....ㅋㅋㅋ 눈빠지게 살색을 기다리고 게신 휀님들 죄송혀요. 5부에서는 흐흐흐....

2등! IP : 36d80e90d029b79
고생하셨어요^^
맛깔나는 글솜씨에 즐거워집니다
실화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ㅎㅎ
왠지 지켜 주고픈 여인...ㅋㅋ
내껄 빼앗기는듯한???^^
추천 0

IP : 35282488a9fb6e5
"마음과 몸이 원줄이 끊어지듯‘툭’하고 긴장감을 상실했다."

오늘 글에서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기대만땅 5부 기다립니다.
추천 0

IP : dc2526ec1b69244
걍... 손빨래로...ㅎㅎ
사람 애간장 태우지말고
빨랑 눕히소
난 일주일 이상을 소비한적이 없어서.....에헴..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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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b829b7a0b1026c
붕어우리님,
게시판에 있다가 붕어우리님께 혼나고 이곳에 출첵합니당.
소설가로 직업을 바꾸시지요.
호기심으로 글을 읽고 호기심을 남기고 갑니다.
추천 0

IP : e10bf04436f829f
ㅋ ㅋ우에대물선배님 ㅋㅋ 설마실화를바탕으로한건아니지요 다음편 빨리보고싶네요
추천 0

IP : 5ce385041588e2a
최곱니다

제가 다 떨리네요

붕어우리님

제발 빨리 끊네지 마시구여

길게
아주 길게

써주세요

ㅋㅋㅋㅋ
추천 0

IP : 2b8538189199241
어째 예전 베스트극장 한편을 보는것 같은 느낌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