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7-8년전 초가을,,,
그 해 여름에 비가 많이 온 터라 대부분의 저수지가 만수여서
어느 저수지든지 좋은 조황이 기대되었던 9월 초 어느 주말...
직장 선배와 함께 계룡산 자락 신원사 옆에 위치한 경천지를 찾았다.
좌대는 거의 꽉 차있었고 저수지 중앙에 좌대가 하나밖에 남지 않아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 좌대에 올랐다.
경천지 좌대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지만,
그 좌대는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곳에 위치한 좌대였다.
군데군데 수초가 잘 발달한 게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관리인이 맨 마지막까지 남겨둘 정도이니 별 볼일 없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금은 실망하며 선배와 나는 나란히 앉아 대를 폈다.
수초대가 거의 일(一)자로 발달해 있어서,
3.3대 2대와 3.0대 1대를 나란히 수초에 붙이고 낚시를 시작했다.
어두워지면서 입질이 간간히 들어오는데,
7-9치 정도의 때글때글한 토종붕어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경천지 붕어들은 계룡산의 정기를 받았는지,
아니면 불루길들과 부대끼며 자라서 그러는지 아무튼 힘이 장사다.
7치만 넘어도 피아노 소리를 낸다.
찌올림 또한 일품이고...
“형님 오늘 분위기 좋은데요.”
“그러게... 남들이 무시하는 자리에서 대박이 나는 법이여.”
그렇게 재미보며 한 12시쯤 되었을까?
좌측의 3.3대 케미가 한마디 올라왔다가 스르르 잠긴다.
아이구 잉어구나 ~~ (한숨)
나는 붕어외 다른 고기 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잉어 입질을 보니 솔직히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어떡하나 채야지...
가볍게 챔질하니 후킹이 성공된 느낌이다.
그순간 낚시대 허리가 “우우욱”하다가 “툭”소리와 함께 빈바늘만 나온다.
8호 카본 바늘 두 개가 모두 쭉 펴친 채로...
순간 전율이 온다.
8호 바늘 두 개 펴진게 뭐 대수냐구요?
맞습니다.
가끔씩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후킹후 저는 전혀 힘을 주지 않고 대만 잡고 있었는데,
순전히 걔 힘만으로 두 바늘을 펴버린 것입니다.
서로 대치 상황에서 두 바늘이 펴졌다면 이해할 상황이지만,,,
‘경천지에 미터급 잉어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놈 중의 하난가?’
이렇게 생각하고 얼른 채비를 바꾸고 그 자리에 투척하였다.
대물이 휘젓고 가서 그런지 입질이 없다.
잠깐 눈이나 붙이려고 좌대 안에서 한 5분이나 누워 있었나?
밖의 선배가 급히 나를 부른다.
내 낚시대가 “팅”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총알이 받침틀 꽂이에 매달려 있었던 같다.
나가 보니 상황 종료.
다행이 대는 걸려 있다. (휴~)
대를 들어 보니 전과 동.
바늘이 또다시 펴져있다.
“이것들이 나랑 오늘 한 번 끝을 보자는 거야 뭐야?”
나는 씩씩거리며 채비를 새로 했다.
그리고 한시간쯤 흘렀을까?
가운데 3.0대에 또 지긋지긋한(?) 잉어 입질이 온다.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심호흡을 한 번하고 과감히 챘다.
예상대로 대물잉어였다.
‘그래 니가 내 낚시대 부러뜨려 봐야 1번대 아니면 2번대겠지’
‘그까짓것 얼마냐 하겄냐...’
속으로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5분 정도 씨름을 했는데...
예상대로 2번대가 “뚝”하고 부러진다. ㅜ.ㅜ
그러더니 놈은 옆으로 방향을 틀어 도망가는데,
부러진 2번대의 끝이 옆의 3.3대 찌를 휘어 감는다.
그러면서 3.3대까지 같이 끌고 간다.
끌려가던 3.3대는 총알이 있어 받침틀 뒷꽂이에 잠시 매달려 있는 척하다가,
받침틀 뒷꽂이를 부러뜨리며 통째로 사라진다.
상황을 정리하면,
선두: 무지무지하게 큰 잉어 <- 3.0대 찌 <- 부러진 1-2번대 <- 3.3대 찌 <-3.3대 <- 3.3대 총알 <- 받침틀 뒤꽂이가 일렬 종대로 사라진 것이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내 손에는
1-2번대가 없는 3.0대만 허탈하게 들려 있을 뿐이다.
순간 오기가 발동한다...
니들이 나랑 정말 해보자는 것이여~?
씩씩거리며 대를 다시 세팅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놈들과 더 이상 싸우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치나간다.
그 날 난생 처음으로 고기가 무서워서 낚시를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ㅜㅜ
물론 지금은 낚시가 귀찮아서 잠을 청하지만,,,ㅎㅎ
그후로 그놈들에게 복수하겠다고
4호 원줄에 3호 합사 목줄, 돌돔 바늘 채비로
정신나간 놈처럼 경천지 그 좌대를 4-5주 정도 연속 탔습니다.
결과요?
잉어는 얼굴도 못 보구요... 무지막지한 채비 때문에 붕어 구경도 못했습니다. ㅋㅋㅋ
다만, 한가지 중요한 교훈만 배웠습니다.
한 번 대박난 자리에 절대 미련을 가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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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붕님 낚싯대가 그나마 허접한것들이라서
그다지 금전적 손실은 크지않았을것 같으니 상한맘 잘 다스리도록......ㅋㅋ
어릴적부터 살다싶이 낚시하던곳이지요.
지금 관리하는 관리인이나 이전에 관리하던분이나 모두 잘알지요.
제방부근에 커다란 좌대 만들어 띄워놓은 친구가 있어서 가끔 집에 가면 들리곤하지요.
날이 더워지고있습니다 모쪼록 안출하시길,,,
한참을 싸우다보면 알통이 튀어나와 손이 얼얼해 다시 투척하기 힘들때도 있고
요즘은 그런놈들 만나기도 힘든것 같습니다`!!^^ㅋㅋㅋㅋ
.
잉어군 님이 가시면 다걸어 냈을껀데..ㅎㅎ 10호 원줄 쓰시는 분인데...ㅎㅎ
삼영이나 삼삼대로는 던만 깨집니다. 오영대 이상으로 들이대야 잡겠네요.
5호원줄 두줄 꼬아서 쓰시는 분도 계시더만요.
안출 하십시요~~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되는건데..
아깝습니다.
만사불여 튼튼.. 아주좋습니다.^^
던 많이 안 깨지 셨기를...ㅎㅎ
경험 쌓이는겁니다
바늘은 뱅어돔을 쓰고 대는 바다민대를 쓰는데 손맛이라기 보다 줄다리기라고나 할까요.
방심하면 순간적으로 딸려가면서 물에 빠집니다.^^
3번 정도 경험했습니다.
그나마 줄끊어지고 바늘 펴지면 다행인데.... 3주전인가 ? 노은지 에서는 2.7대에 괴물이 입질하는 바람에
낚시대 손잡이대가 "뻑"하면서 새벽공기를 갈랏습니다.
그넘 아적도 내 낚시대 끌고 다닐겁니다.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요.
잘 읽고 갑니다.
며칠전 오름 수위때 그 저수지에 가서 60~70cm 잉어 두 마리 걸어내서 한풀이는 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