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망나니들>
" 형, 형, 일어나봐 눈내리고 있어 첫눈이 내리고 있다구. 내가 이겼지/ 우하하하하하"
비로(辛飛露)는 꿈결엔듯 춤추는소년의 목소릴 듣자 아차 싶었다 새벽에 일어나 몰래 떠나려고 했는데
지난밤에 술자릴 옮겨서 2차로 마신 생맥주가 결국 탈을 부렸는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비로는 슬그머니 이불 속에서 손목에 찬 전자시계를 보았다 아침 7시 20분이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6시면 일어나는 것이 습관인데 맥주가 폭탄주가 되어 뇌혈관을 팽이와도 같은 속도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자 춤추는소년을 떼어 놓고 가는건 틀렸다고 생각하며 부시시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허....떨그럴.....이눔아 넌 잠도 없니?"
비로가 이불을 개며 한마디 하자 춤추는소년이 예의 그 호방한 웃음을 날리며 싱그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우아하하~ 난 용광로도 녹이는 이팔 청춘이잖수 그건 그렇고 어젯밤에 한 약속을 이행하셔야징"
키득거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춤추는소년의 얼굴을 보자 비로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싱긋 미소를 짓는다
며칠전, 근 100여일 만에 스승님이 보내준 메일을 확인한 비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약간의 긴장을 느꼈다
국내 재벌기업 1-2위를 다투는 거성그룹 이병건 회장의 집이 타깃이었다
만만치는 않겠다고 생각한 비로는 며칠동안 이병건 회장의 집주변을 배회하면서 철저히 지형지물을 익혀두었고
각종 준비물과 사전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새벽일찍 집을 나서려고 했는데 어젯밤에 춤추는소년이 친구 두명과 함께
집으로 쳐들어와 술 한잔 하자고 해서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 가서 술을 마셨는데.........
춤추는소년과 친구 둘, 셋이서 마신 소주가 13병이었다 가히 술망나니들에 다름 아니었다
" 형, 2차는 노래방 가서 해야지?"
"2차는 안돼.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려고해. 그만마셔"
비로가 일부러 목에 힘주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춤추는소년이 생글거리는 얼굴로 애교있게 말한다
"에이, 내일은 아침부터 첫눈도 내릴 것 같은디 이렇게 아쉽게 끝내면 안되지
그러지말고 오늘은 진짜루 2차로 끝낼테니까 노래방 가자 응?"
"내일 아침에 첫눈이 내린다구?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거지?"
" 우아하하하하 형도 참,, 근거는 뭔 근거, 순전 내 직감인거지"
그러자 비로는 옳지 잘걸렸다 싶어 춤추는소년에게 한가지 제안을 말했다
"소년. 나하고 내기할까? 너 말대로 내일 첫눈이 내리면 내가 아침에 해장국과 해장술을 사마
그대신 눈이 안내리면 넌 한달동안 나에게 술사라는 말 못하는걸로 하자 어쩔거야?"
그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년이 기다렸다는 듯 생글거리는 얼굴로 내기가 성립되었다고
새끼손가락까지 걸며 환호하자 비로는 웬지 찝찝해지는 기분 한켠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춤추는소년의 직감이라는 거...........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들어맞곤 했었으니까.......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비로는 좀 궁색한 말투로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소년, 니가 아침이라고 했으니까 오전까지로 간주하겠다 딱 12시 정오까지야"
그리고 결과는 소년의 승리로 끝났고 비로는 해장국과 해장술을 사주며 소년과의 만남을 아련히 떠올려 보았다
** 3년 前 **
비로는 등산용 k2 밧줄을 사기 위해 강남백화점 등산복 코너로 가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백화점은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데 약 3미터 정도 앞쪽에서
웬 자그마한 녀석이 앞에 선 신사의 뒷주머니를 면도칼로 째고 지갑을 꺼내 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눔봐라.....
비로는 참 재밌겠다 싶었다 처음엔 상관치 말고 그냥 가자 했는데 보아하니 미성년자 같았다
저눔 저대로 두면 커서 뭐가 될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따끔하게 충고좀 해줘야겠지 싶어서
녀석이 어떻게 하나 보자고 뒤를 따라가 보았다
녀석은 신사의 지갑을 후린걸로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이번엔 4층 숙녀복 매장으로 향하더니 좀 비싸 보이는
수입의류점에서 옷을 고르는척 하더니 복부인으로 보이는 살집 좋은 아줌마가 놓아둔 핸드백을 잽싸게 나꿔채서는
자신의 스포츠 가방에 집어넣곤 태연한 표정으로 매장을 나가는 것이었다
비로는 감탄이 나오는 한편 어이가 없기도 했다 아직 주민증도 안나온것 같은 나이로 보이는데
실력은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통상 저런 일은 바람잡이가 한명 있어야 하는데 녀석은 독고다이인지 혼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녀석은 휘파람까지 솜씨좋게 불며 백화점을 나와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아마도 수확한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비로가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양아치로 보이는 세명의 남자가 녀석을 포위하며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바로 니/놈이었구나 이제 잡았다 괘시꺄"
소매치기 소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세명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이마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말했다
"감히 내 나와바리에서 허락도 없이 작업을 해? 뒈지고싶어 환장을 했나보구나 요 꼬맹이가"
"무슨 말이예요. 내가 뭘 어쨋다고...."
"어쭈구리 요 씁쌔봐라, 백화점에서 두 건 해먹은거 우리가 다봤어 이 괴시꺄"
뱁새처럼 찢어진 눈을 가진 남자가 험악하게 말했다
"무슨 말이예요 제가 뭘 해먹었다고 그러세요 비켜주세요"
소년이 그렇게 말하고 한쪽길로 나서는데 뱁새눈의 발차기가 소년의 가슴께에 작렬하고 소년은 뒤로 넘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본 비로는 소년은 혼자 뛰는 독고다이 이며 세명의 남자는 소매치기 패거리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보아하니 소년이 저들 패거리들 나와바리에서 영업을 하자 저들이 열받고 소년을 찾아내고 감시 미행을 한것 같았다
소년은 제대로 걸린 것이었다 저들 손에 복날 개패듯이 두둘겨 맞고 쫒겨가던지 아니면 솜씨 좋은 소년을
한패거리로 받아들여주든지 둘 중에 하나일 거라고 비로는 생각했다
소년이 벌떡 일어나서 세명을 째려보며 한마디 내뱉는다
"당신들 이러면 다친다"
"뭐? 꼬맹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소년에게 발길질을 한 뱁새눈이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옆머리에 대고 빙빙 돌리며 동료들을 쳐다보자
두 사내놈도 풀썩 웃는 모습이 보였다 저러다 소년이 다치겠지 싶은 비로는 이쯤에서 자신이 나사야 할 것같아서
몸을 움직이려는데 소년의 앙칼진 목소리가 다시 귓전을 파고들었다
"날 건드리면 당신들 다칠거야 날 내버려 두라고"
"아니 요 간나가 실성을 했나?"
키가 호리호리한 사내가 소년에게 발길질을 하며 달겨들자 소년이 벽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제비차기로
사내의 면상을 질러버리자 사내는 그대로 쓰러지며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남은 두 사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한동안 서로의 얼굴만 번갈아 보더니 뱁새눈이 표독스럽게 말한다
"형님은 가만계십쇼.요 꼬마놈이 뭔가를 배운것 같은데 원 같잖아서..."
뱁새눈이 복싱 자세를 취하며 소년에게 다가가자 소년도 포즈를 취하며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보였다
어? 저 자세는............. 비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저 자세는 스승님이 쓰시는
佛武道 자세가 아니던가? 재미있게 되어간다고 생각한 비로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뱁새눈이 발길질과 주먹을 휘두르며 달겨들자 소년은 한발짝 뒤로 물러서며 옆으로 비껴서더니
뒤돌려차기와 이단옆차기로 뱁새의 복부를 강타하자 뱁새가 옅은 신음을 토하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형님이라고 불리운 남자가 바지춤을 올리고 횟칼을 꺼내드는 것도 보였다
"이것봐라.....뭔가 있는 놈이구나 너 누구냐?"
소년은 입을 다물고 횟칼을 든 사내를 노려보았다
"너 혹시 불곰 밑에 있는 놈이냐? 너같은 놈이 있다는 소문은 못들었는데..."
이마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거듭 말했다
"너 독고다이면 내 밑으로 와라, 솜씨가 가상하구나 아니면 넌 오늘 뷩쉰된다"
칼을 휘두르며 소년에게 다가가는 사내가 웃음을 날렸다 소년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긴장하는 표정이 보였다
이쯤에서 비로는 나서야 겠다고 생각하며 칼을 든 사내에게 말을 한다
"이봐, 그쯤해두지.나이 어린 소년에게 칼을 든 꼬락서니 하고는 쯪...."
"뭐야, 니넘은 또 뭐야 뒈지기 싫음 참견말고 꺼지시지"
"어쩌지, 난 꺼지긴 싫은데"
"그래? 그렇담 너도 뒈져야지"
그렇게 말한 칼잽이가 칼을 휘두르며 비로에게 덤벼들자 비로는 가볍게 피하며 이이큿 하는 기합과 함께
앞발 후리기로 칼잽이의 턱을 내지르자 칼잽인 저만치 나가 떨어지며 거품을 물었다
"어때, 계속하겠나?"
비로가 싱글거리며 묻자 세명의 사내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다
"이봐, 더 하기 싫으면 좀 꺼져주는게 어떤가"
그러자 세 사내는 서로를 부축해주며 일어나더니 두고보자는 잇소리와 함께 골목길로 사라졌다
비로는 소년을 쳐다보며 말햇다
"애야, 다친덴 없니?"
".........."
"이녀석아 프로는 표시가 나면 안되는거야 감쪽같이 해치워야 프로인거야"
비로가 싱글거리며 말하자 소년은 경계심을 풀지 않은 모습으로 비로의 말에 답한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너의 적은 아니니 경계심을 풀어도 된다"
"형사 아니세요?"
"형사? 형사는 커녕 경찰 뱃지도 없으니 경계하지 말아라"
"뭐하러 나서요 아저씨가 아니더래두 나혼자서 처리할 수 있었는데..."
"뭐?"
하하하하하.... 비로는 상쾌하게 웃었다
"놈 맹랑하구나 알고 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너혼자서 처리는 할 수 있었겟지 근데 너 불무도는 누구에게서 배웠니?"
"넷? 아저씨,. 불무도를 아시는군요"
비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알고말고..........우리 여기서 이럴거 아니라 어디 커피숍에 들어가서 이야기좀 하지 않으련?"
"내가 꼬맹인가요 커피보단 차라리 술이 낫죠"
"뭐? 햐...그눔 참.....근데 너 몇살인데?"
"이래뵈도 스물한살에요 주민증도 있구요"
"그래? 동안으로 보이니 미성년잔즐 알았지 뭐냐 하하하핫"
근처 통닭집으로 소년을 데리고 간 비로는 소년의 과거를 듣고 그자리에서 동생삼기로 결의를 한다
이렇게 춤추는소년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둘이서 팀을 이루고 활약을 하게 된 것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곽기봉 이었으며 갓난 아기였을 때, 오대산 백련암 가는 숲길에 강보에 싸인채
울고 있는 것을 지나가던 백련암 스님이 발견하고 절에서 키워지게 된다
그러나 천성이 호기심이 많고 배움의 열망이 강하여 대처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여 주지 않는 스님의 명을 어기고
편지 한장 써두고 서울행을 하게 되었다는......
" 형, 먹지 않고 뭘 생각해?"
소년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난 비로는 멋적게 웃으며 창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ㅡ 아니다 아무것도.....눈 한번 기차게도 내린다"
밖으로 나온 비로는 다녀올 곳이 있다며 소년을 먼저 보내고 이병건 회장의 집이 있는
가회동 쪽으로 발길을 돌리며 중얼거려 보았다
'가야금관관음보살상 이란 말이지....'
스승이 보내온 메일에서 이병건 회장의 침실 지하실에 가야금관관음보살상이 있으니 D-day를 지정해주며
갖가지 보안 방범들을 상세히 적어주셨다 며칠밖에 시간이 없다 서두르자며 비로는 가회동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 제 1부 끝 -
** 일제 말기에 찬탈당한 국보급 문화유산들을 되찾아 오는 일에 앞장 서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돕는
조연들의 활약상을 흥미진진 하게 그려보고자 하니 많은 성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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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써 놓았던 다른 소설을 연재합니다
일제강점기 35년 5개월.....
우리는 결코 그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쪽바리들은 우리의 국보급 문화유산을 몽땅
도둑질 해갔습니다
그리고 그 보물들은 천황이라 불리우는 자가 살고 있는 집의 지하 비밀장소에 서
먼지만 먹으며 우리 후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신비로와 그를 돕는 많은 조력자들이 힘을 합쳐서
빼앗긴 우리 문화유산을 하나씩 되찭아 오는 활약상을 그려 보았습니다
비록 재미지지는 않겠지만 아마츄어가 쓰는 글임을 감안 하시고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바랍니다
또..........
어느덧 주말이네요
낚시를 하다가 찌가 움직이지 않으면 하품만 하지 마시고 이 글을 읽고
웃으며 다시 힘을 내서 찌를 바라보기 바랍니다
소설도 읽고 낚시도 하고 물고기도 보고 한 잔 술을 마시니
신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허헛^^;;
모쪼록 즐거운 낚시 하시고 498 하십시오
저도 이만 천래강으로 쪼르륵~~~~~달려갑니다 !!
흠냐 =_=;
다른 작품으로 뵙게되서 반갑네요
잘보고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