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명퇴자
문병채
북상하는 민들레는 긴 어둠의 터널을 예보한다 온몸으로 세상의 아픔을 보듬은 저수지에서 기상특보에는 관심도 없이 H회사 양 부장은 삶의 방향타를 놓친 채 무명의 일터로 출근한다
물결로 덮인 책상 앞에
낡은 낚싯대 하나로 하루의 반쪽을 시작하고
곳부리 이 빠진 곳에서
오백원 짜리 찌 하나에 식솔들을 매달고있다
H회사 양 부장은
멈춰버린 물위의 작은 섬 하나
그 밑으로
허우적대는 가족의 이름들
이미, 명퇴자가 되어버린 나도
나의 구경꾼이 된다
가진 자들의 밥그릇 차지에
길 잃은 희생양이 되고
자신의 일상조차 망각해버린 지금
또 다른 반쪽을 찾아 비틀거린다
삶의 현장이 된 저수지는
세상의 눈물을 온몸으로 받아들고 있다
* 민들레 ; 남해안을 스쳐 지난 중형급 태풍
* 월척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1-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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