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다!'
허망하게 초리대끝부분의 호사끼까지 날아가 버린 대를 들고
난 아직도 손바닥에 잔재한 전율의 여운에 잠시 머릿 속이 빈듯 서 있었다.
대를 세울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세웠던 대를 놈이 자빠트린 것이다.
아직도 떨리는 손을 추스려 가방안의 채비를 찾는 나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다시 놈과의 싸움을 준비하려 허둥대며 굵은 원줄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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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 전.
밤낚시에 나란히 앉아 있던 후배놈에게
난 그 놈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었다.
"형.... 그럴 수가 있을까?"
"뭐가?"
잔챙이들의 입질이 조금 사그러든 자정무렵,
후배는 뜬금없이 내게 질문같지도 않은 말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내용인 즉슨,
얼마전 후배는 한 저수지에서 홀로이 낚시를 했다고 한다.
밤이 찾아 오고 사위가 어두워졌을 때 후배는 예신이 오나 싶더니...비스듬히 찌가 가라앉는
약간은 색다른 입질을 받았고...
챔질과 동시에 전해져 오는 느낌으로는 흡사 바늘이 바닥에 걸린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후....
갑자기 낚시대의 끝에서 오는 묵직한 중량감.
그것은 여태껏 경험한 물고기의 느낌이 아니었다고 한다.
흡사 저수지바닥 자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
대를 허겁지겁 세운 것도 그 뿐.
모습도 보이지 않은 놈은 오른쪽으로...그냥 오른쪽으로....
그렇게 앙탈은 커녕 물흐르듯 고개 한번, 꼬리짓 한번 안하고는 유유히 가던 길을 가고...
결국 오른쪽으로 자꾸만 꺾어지는 대를 세우다
잠시후 핑!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상황은 끝나버렸다고 한다.
당황하고 놀란 것은 후배였을 뿐....놈은 후배를 비웃지조차아니하고
철저한 무시로 제 갈 길을 갈정도의 초거어였다고 한다.
"물속에 있던 부유물이겠지..."
"아냐....형, 나는 봤어. 그 놈의 등지느러미를.....
달이 밝아서 미끈거리는 그 등을..."
후배의 말로는 초거어임에 틀림이 없는데
줄이 터지기 직전 수면으로 부상한 그 놈의 엄청난 크기의 등지느러미를 봤다고 한다.
아깝다는 생각보다는...오히려 그 땐 공포심마저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어둔 밤이어서 통나무를 물고기로 착각했겠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예전 통나무등을 걸어봤을 때의 경험으로는
그 것이 그렇게 줄의 장력에도 묵묵히 흘러가지는 않을텐데...
더구나 물흐름이 있는 곳도 아니고...하는 의문은 들었다.
그 때는 어쨋든 그말을 그저 지나가는 소리로 듣고 말았었다.
그렇게 내 기억속에 그 놈은 후배의 치기어린 경험담으로 잊혀져 갔는데...
다음해 초 찾은 그 저수지의 한켠에서
난 또 한번 놈에 대한 이야기를 안면식이 없는 한 조사에게 다시 듣게 되었다.
"놈은....아마 이 저수지의 터줏대감일겁니다."
그 조사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가볍게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며칠간 비가 엄청 내리다 그친 어느날.
저수지의 상류는 온갖 부유물과 흙탕물로 가득 들어찬 시기에
그 조사는 출조길에 간만에 나섰다가 상류에서 고기잡이에 나선
농부들의 작살질과 그물질을 구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처럼 짙게 파인 그네들의 검은 주름이 굵직한 고기 하나마다 펴지는 것을 보며
빙그레 따라서 미소를 짓던 조사가 갑자기 긴장된 그들의 표정을 발견했고...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진 농부들의 시선이 머무는 수초의 구석진 곳을 보니
바로....그 놈이, 그 초거어가 있었다고 한다.
무려 5자(150cm)에 육박하는 그 놈이.....
그 크기는...가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섬찟할 정도였다고 한다.
놈은 왜 그처럼 물가까지 나와 있었던 걸까....
흙탕물때문에 상류 새물유입구의 신선한 산소가 필요해서였나...
흡사 시커먼 나무등걸처럼 수초와 부유물사이에 있는 놈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분명 알터인데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했다고 한다.
한 용기있는 농부가 흡사 아마존의 아나콘다처럼 물에 조용히 잠겨져있는
그 놈에게 살금살금 다가갔고...잠시후 심호흡을 하고는 농부는 두 손으로 놈의 허리를 힘껏 껴안았었다.
순간,
"퍼퍼퍽!!!!..."
"아악!!!"
놈의 꼬리짓 한번에 제대로 턱을 강타당하고
농부는 외마디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쓰러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놈은 유유히 농부를 비웃고는 흡사 유보트가 물에 잠수하듯 서서히....
그렇게 깊은 수심의 중앙을 향해 사라져 갔지만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한동안 놈의 그 크기에 질려 하던 일을 멈추고
상처입은 농부와 함께 놈이 사라진 곳만 응시하며 서 있었다 한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조사는 차분했고...
나중에 그의 말끝은 초거어에 대한 경외심의 색깔마저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음...글쎄...한 미터급 잉어인가?
낚시꾼은 누구나 어느 정도 과장은 하니...'
이 저수지가 크다하지만....그런 놈이?
원래 낚시꾼이란 조금은 뻥이 붙는 지라...그것을 감안하고 생각한다해도
놈은 최소한 족히 4자(120cm)는 되는 놈인 듯 싶었다.
하긴...예전 어렸을 적. 아마 내가 초등학교 3,4학년때로 기억된다.
엄청난 호우로 방류한 댐밑에서 초거어가 시체로 떠오른 적이 있어 신문에도 난 적이 있었다.
팔당인가? 소양호인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1미터 60짜리의 잉어사진.
1970년대로 기억하는 데 어쨌든 사진이나마 본 적이 있으니
전혀 그 말을 신뢰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그런들 또 무슨 소용이랴.
놈은 나와는 인연이 없을 터이고...
또한 이제 릴이나 방울낚시를 사용하지 않는 나에겐 놈은 그 대상어가 될 수 없는 것을.
그러나,
.
.
.
.
.
.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으니...
놈은 그로부터 채 두달이 안되어 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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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난 낚시에 너무 빠져 있었다.
단 한 주도 거르기는 커녕, 일주일에 두 세번 출조도 하였으니...
당시에는 보통 3대, 많아야 4대를 피고 제일 긴대가 3.6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은 아마 늦봄의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번 얼굴을 익힌 시골 구멍가게의 앞마당에 주차를 하고
붕어를 잡으면 노인분들 안주거리로 드리마하고는
그 날도 난 논두렁을 따라 짐을 들쳐매고 한참을 내려가
내가 자주 앉는 상류의 수몰나무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 찾았을 때만해도 3대가 바빴었는데...
그 날은 유난히도 입질이 없었다.
좌측은 말풀과 갈대의 수초. 정면은 버드나무가 잠겨 있는 곳.
버드나무밑 정면으로 2대만 편성한 것이 문제인가....
아무래도 좌측의 수초부근에 한대를 더 편성해야겠군...하며
살짝 왼쪽을 돌아본 나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
수초가 끝나는 지점 앞에 무엇인가가 물위에 솟아 나와 있었다.
시커멓고 수초와는 분명히 다른...
처음엔 그 형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은...
분명 잉어의 등지느러미였던 것이다.
순간 동공으로부터 시작된 전율이 내 온 몸을 감쌌다.
처음에는 등지느러미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그 크기는 일반적으로 보아 온 크기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가시사이마다 펼쳐진 막을 지닌 초거어의 등지느러미.
흡사 박쥐가 펼친 날개의 일부처럼, 물밖으로 나온 놈의 시커먼 등지느러미의 일부는
바로 내 책상 위의 키보드에 비견될만한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흡사 영화 죠스에 나온 백상아리의 등지느러미처럼 놈의 소리없는
조용한 출현은 나에겐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소리 없이 놈은 어느샌가 내 곁에서 불과 4~5미터 떨어진 곳에 와 있었다.
저 놈은 언제부터 저 자리에 와있던 걸까.
마른 침을 삼키며 호흡이 정지된 것을 느끼며 놈을 잠시 주시하니...
놈은 서서히...내 쪽으로...내가 펼쳐 놓은 대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누구나 대어를 만나신 경험은 있겠지요. 어찌 보면 별 것 아닌데,
야근하며 쓰려니 시간관계상...끊어야겠군요,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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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업무 잘 하시구요 ^^
잘읽고 갑니다^^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전 우찌합니까~~~
덕분에 잘읽고 갑니다
그 다음이 궁금해 듁겟네요
흔적만 남기고 아쉬운 발걸음 돌립니다
치밀한 구성, 군더더기 없는 표현력..
흡입력이 대단 하십니다.
다음편 기대 합니다.
숨 넘어 가기 전에 다음 편 기대합니다.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다음편을 기다려봅니다.
궁금합니다
저도 경험이 있는지라ㅋ
아주 명필 이시 옵니다
그리고 글을 읽어 보니 그 마음을 알겠 습니다
대물 때문에 조급해 하고 채비와 시간
그렇게 밤을 보내면 어느덫 아침이 오더군요
선배님 글 잘 읽고 갑니다
다가온 시즌 즐거움 과 행운 함께 하세요..꾸뻑^^
밤낙시때 거어가 옆에서 뒤척이면 모골이 송연하지요...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승부가 어찌 되엇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