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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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2

IP : 86d92085f779e04 날짜 : 조회 : 9332 본문+댓글추천 : 0

그 검은 등지느러미가 나의 자리로 다가올수록... 승부욕보다 순간 나는 두려움이 들었다. 흡사 상어나 악어가 뱃전위의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공포가… 저 놈이 나의 미끼를 문다해도...도저히 놈을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허둥지둥...나는 대를 재빨리 물밖으로 빼어 놈이 장애없이 지나가게 해주는... 꼬리를 마는 형국을 취해버렸고....놈이 나의 낚시자리를 헤집고는 유유히 통과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다. 놈은 아마 물속에서 그런 어줍잖은 조사를 곁눈질로 비웃었으리라. 서서히 놈의 등지느러미가 잠망경처럼 가라앉는 것을 멍하니 보던 나는 놈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대를 던질 생각을 않고 그제사 정신이 들어 온 듯...가만히 채비를 내려다 보았다. '놈...대물일수록 경계심이 강한 것이 기본이고 깊은 수심을 선호하는 게 정상이거늘...어찌 이런 상류의 연안에?' 제길...터질땐 터지더라도...대를 담가 놓을 걸 그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면까지 다가 온 놈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그처럼 유유자적한 놈의 자신감에 저 가슴 깊은 곳에서 승부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 녀석을 걸었을 때의 손 맛은 과연 어떠할까. 낚시대가 버티기나 할 수 있을까... 예전 대낚으로 저수지에서 걸어 낸 잉어 최대어가 70중반이었는데... 그 때 3칸을 가지고 근 5분은 씨름하다 끌어낸 기억이 났다. 야생의 잉어는 양어장에서 자란 잉어보다 더 힘이 세고, 더구나 강계의 잉어파워는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닐정도로 상상을 초월하지만 2.5호 카본줄로 그 때 그 놈을 끌어낼때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말로만 듣던 이 저수지의 터줏대감을 만나고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 나니, 과연 그 힘겨루기는 어떠할지 궁금해지며 다시 한번 놈을 만나고 싶어졌다. 아니....놈의 두 눈만이라도, 아니면 수면밑에 잠겨있는 놈의 나머지 몸통의 길이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아마도 먹이사슬의 최고봉에 서 있는 인간으로서, 수렵에 나선 자로서 그 대상인 어류에게 짓밟힌 자존심이 작용한 것이리라. 그 후 나는 언제 놈을 다시 만날지 모르나 조용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감성돔 7호 바늘. 묶는 것조차도 생소한 5호 케브라합사목줄. 원줄은 예전 카페 보수용으로 사두었던 5호 원줄이 있었으나 그 강도가 의심이 가서 친구에게 부탁해 대형바다어종줄을 얻었다. 나의 태클박스엔 전에는 없던 채비가 새로 보강 되었는데... 문제는 낚시대였다. 어느날 다시 찾은 그 저수지의 그 자리 건너편. 상류 우측 직벽 부근에 앉은 어느 조사의 파이팅이 무척 소란스럽기에 잠시 벌을 서듯 쩔쩔매던 조사를 쳐다보던 그 순간… “빠박!!!!” 흡사 폭죽이 터지듯…저수지전체를 울리는 외마디 비명소리를 내며 4칸정도 되는 대가 3동강으로 박살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놈이 왔던 것인가…. 그 날은 그 놈을 만나지 못했지만…조사의 패배를 지켜 본 나는 내가 지닌 대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대물대로서 안심하는 경질의 케블러대이지만…. 젠장…예전에 다 없애버린 그라스대가 아쉬웠다. 놈은 꼭 희안하게도…2.5~3.5칸 사이 거리의 수심에서 노닐었기에… 그 보다 더 긴 대를 사용한다는 것도 소용없을 짓같고… 또한 당시 나의 재정상태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일단은 해당 칸수의 낚시대의 초릿대부분을 좀 더 자른 후, 호사끼를 불과 접착제로 보강하고 원줄사이에 노란 고무줄까지 달고는 놈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놈은 다시 한동안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다. 한달….두달…. 거의 매주, 혹은 2주에 한번은 그 장소에서 놈을 기다렸지만… 놈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회유로가 바뀐 것인가…. 아니면, 다시 그 계절에…그 수온과 조건에 다시 와야하는 것인가…. 결국…기다리다 지친 나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놈을 잡기 위해 내가 낚시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그와 같은 초거어의 실체를 내눈으로 확인한 것만해도… 출조길의 또다른 추억거리 아니었던가… 어느덧 그 해는 그렇게 지나가고…. 그 다음 해. 봄의 산란철에 수초사이로 튀어나오는 두 손바닥을 펼친 것만한 대형잉어의 꼬리지느러미를 보고 감탄을 하는 어떤 조사에게 그보다 훨씬 컷던 그 놈의 기억을 써먹었을 뿐이었다. 놈에 대한 전율스런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건…. 다음 해의 여름을 다시 맞이 할 때였다. "형, 잉어가 내는 울음소리 들어봤어?" "뭔 소리? 잡아 놓으면 꺼꺽대는 소리?' 대패삼겹살에 소주한잔하던 중 우연히 후배가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그게 아니고...지난 번 달밤에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후배의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둘이서 어떤 계곡지에서 낚시를 한던 중, 오른쪽 직벽 곶부리 부근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턱...푸우...턱...푸우..." 처음에는 무시를 하려 했으나 반복적으로 컴컴한 밤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너무 신경이 쓰여 마침내 둘이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랜턴을 들고 일어섰다고 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고요한 밤에 들리는 소리는 아무리 멀어도 크게 울리는 법아닌가. 특히나 물가에서는 수면에 부딪히는 소리는... 근 백보이상을 걸어 직벽부근 가까이 갔으나 주변에 산짐승의 모습은 눈에 띄질 않고 소리는 더 가까이 들렸는데... ".......야! 저기, 저기!" 직벽의 아래. 바위가 돌출된 곳. 친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웬 시커먼 물체가 바위부근에 보였다고 한다. 그것은... 엄청 큰 대형잉어. 적어도 어린아이만한 놈이... 그것도 두마리가 무슨일인지 바위에 반복적으로 몸을 부딪히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 "턱...푸우....턱...푸우...." 별 해괴한 광경을 다 본다는 생각보다도 자신이 여태 본 크기와는 차원이 다른 잉어의 크기에 압도되어 가슴이 서늘했다고 한다. 마치, 수면위로 머리를 잠깐 드러낸 네스호의 괴물처럼. 순간, 예전의 그 놈이 떠올랐다. "나도 엄청난 놈을 본 적이 있어. 1미터 50은 될 것 같던데..." "형! 형은 그럼 내말을 믿겠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안믿더라구." 그럼, 믿지. 나도 본 적 있는 걸하며 맞장구치자 후배는 신이 나서 한마디 더 했다. " 형, 글쎄 그 놈이 얼마나 크고 오래 살았는지... 글쎄 등에는 시퍼런 이끼가 덮혀 있더라고." "에라이, 임마. 그건 오바다! ㅎㅎㅎㅎ" 머리 긁적이는 후배를 한대 쥐어 박으며 웃기는 했지만 유쾌했던 그 날의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새삼 다시 낚시가방 구석에서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놈을 맞이하려했던 무지막지한 채비가 떠올랐었다. 그것이 서곡이었을까. 놈과의 만남. 낚시라기보다 싸움이 차라리 어울릴 것 같은 그 만남은 그로부터 멀지 않은 날에 시작되었다. ------------------------------------------------------------------------------------------------------- '요즘 참 일기예보 잘 맞는 구먼....쩝.' 어제 오후만 해도 쾌청했던 하늘이 오후엔 일기예보말마따나 빗줄기가 비치기 시작하더니...오늘 아침까지도 지겹게도 내린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밤새 내리는 비에 파라솔도 별반 소용이 없이 물에 빠진 새앙쥐꼴이 되어 물방울 튀기는 수면의 찌톱을 응시하고 있었다. 만일 조황이 별반 시원치 않았다면 그냥 철수했을 터인지만... 어제 밤 자정부터 이어지는 입질은 오전이 되어서도 끊기지를 않았고, 나의 살림망에는 제법 붕어라 칭할만한 놈들이 열댓마리 자리하고 있었다. 게으름뱅이 친구놈은 아침 9시무렵에나 차에서 나와서는 나의 왼쪽에 펴 논 자리에 다시 비가 안그쳤다고 툴툴거리며 자리잡았다. 이제 소강상태인가... 몇번의 떡밥을 갈아주었음에도...이제 곱게 올리던 붕어의 입질은 볼 수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철수를 할까....하며 난 무심하게 하얗게 비튀기는 수면을 습관적으로 둘러보았는데... 문득, 이상한 감을 느꼈다. ' !!! ' ------낚시채비하러 일찍 퇴근합니다. 월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 다녀와 마무리 짓겠습니다.----------------- essay_04462597.gif

1등! IP : c24bcc01e46ff12
악... 왜 여기서 끝인가요..

결과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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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d24b24002f6e04b
햐....
절묘한 타이밍에 절단신공까지~~^^
2편 잘읽고 갑니다.
얼릉 3편도 올려주세요~~! 감질나서 죽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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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c6c12a1bfdf843
거대한 잉어와의 대결.....결과는?

재미잇게 잘 보고 갑니다....다음편 학수 고대 합니다.

채비는 제가 만들어 드릴께요....ㅋ
추천 0

IP : 15b869628fc66b4
붕어우리3님! 물나그네님 !

혹시 짜고 협공 하시는것 아닙니까? ^^


단락 단락이 주는 긴장감이
제가 그 녀석을 기다리는 느낌을 줍니다.

잘 보았습니다.
추천 0

IP : 3f45498c7239c2b
꼭 하이라이트에서 끝나네...

빨리 올려주세욧 ~~~~~~~~~~~~~~~~~~~~~~~~~~~~

빨리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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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c9a2a36a8772e5
물나그네님 팬입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드려요.

몇번씩 글 올라왔나 접속하게 되네요...
추천 0

IP : 6970f2288385de2
!!!!! 물나그네님의 흡입력이란~!!
미추어버리겟네요`~ㅋ
3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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