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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그린 사랑

IP : f005234bab57511 날짜 : 조회 : 5446 본문+댓글추천 : 12

봄이 그려지는가 싶더 니
여름이 지나가고

산마다단풍잎 물들이는 가을이왔나 싶더니

겨울이 머물러 있는 이 마을엔

 

달과 별들도 부러워한다는 금실 좋은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밭에 일하러 나간다는 할아버지의 등 뒤엔 지게가 아닌 
할머니가 업혀져 있었는데요

“임자...
밖에 나오니 춥지 않아~~?“

“영감 등이 따뜻하니까 춥지 않네요”

앞을 못 보는 할머니를 업고 다닌다는 할아버지는

“임자..
여기서 앉아 쉬고 있어
밭에 씨 좀 뿌려놓고 올테니...“

씨앗 한 움큼을 던져 놓고
할머니 한번 쳐다보는 것도 모자라

“초가 삼가..♬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구성진 노래까지 불러주고 있는 모습에

이젠 할머니까지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고 있는 게 부러웠는지
날아가던 새들까장단 장단을 맞추어주고 있는 걸 보는
할아버지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오고 있었는데요

 “나만 볼 수 있는 게 미안하다며....”

눈물짓고 있는 할아버지는

​봄처럼 푸른 새싹을 여름 햇살에 키워

​가을을 닮은 곡식들로 행복을 줍던 날들을 뒤로한 채
찬서리 진 겨울 같은 아픔을 맞이하고 말았는데요

고뿔이 심해 들린 읍내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리에
할머니 몰래 진찰을 받고 나오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하얀 낮달이 앉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걸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산과 들로 다니며 행복을 줍고 있었지만

​갈수록
​할머니를 업기에도..
힐체어를 밀기에도...

​힘에 부쳐가는 시간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만 있었습니다

 


노부부의 앞마당 빨랫줄에 매달려 
놀고 있던 햇님이 달님이 불러서인지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임자...
됐어…. 됐다구“

“읍에 갔다 오더니 뭔말이래요?“

“그동안 고생했어.”

할머니에게 망막 기증을 해준다는 사람이 나섰다며

봄을 만난 나비처럼 온 마당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는 
할아버지의 애씀이 있어서인지

시간이 지할머니 할머니는 수술대에 누워 있습니다

“임자..
수술 잘될 거니까 걱정말어”

“그래요....
이제 나란히 손잡고 같이 걸어갑시다“

 

이 다음에
저승에서 만나면  꼭 그렇게 하자는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할아버지가 떠나시면서
남기고 간 선물로 눈을 뜬 할머니는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시더니
이내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임자....
이제 그 눈으로 육십 평 생 못 본 세상 실컷 보고 천천히 오구료
세상 구경 끝나고 나 있는 곳으로 올 땐 포근한 당신 등으로 날 업어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못다 한 이야기나 해주구려“

비록 멀어졌지만

우린 함께 세상을 보고 있는 거라고....

 

씌여진 편지를 읽고 난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하늘가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등 뒤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가 더 행복했다"고...

(옮긴 글)

 

금요일 입니다.

퇴근길에 술친구 대신 

아내에게 꽃 한 송이 안겨주는 것은 어떨까요?


2등! IP : 6050545f5624adf
비오는 날에 애잔함이 더하네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이래서 사람이 동물보다 AI보다
더 낫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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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c3ecd036d6bb7a
가슴이 뭉클해지는 글입니다.
담여수님의 아내 사랑만큼 진한 감동을 줍니다....




언젠가 아내가 묻더군요.
"자기는 만약에 내가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자기랑만 신장 이식이 맞는다면 어떡할거야?"
라구요.
망설임 없이 대답했쥬....
"나는 신장 하나 뗴어 이식해 주겠다" 고....
실제 그 상황이 닥치면 어쩔지 모르지만, 생각으로는 그리 해줄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등짝 스매싱은 당하지 않았습니다....ㅎ
추천 0

IP : fbef512a0ecfaf4
임자 등에 업혀서 세상볼때가 가장 아름다웠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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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df35f682a78b3c
암환자는 신장기증이 불가능합니다. 혈액에 존재하는 암세포 때문이죠.
그래서 유한양행 유한일 박사의 딸 유재라 씨도 생전에 기증서약서를 써두었으나
폐암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신장기증을 하지 못했죠.
다들 감동하고 계시는데 제가 너무 잔혹한 인간이 되었나요? 죄송합니다.ㅎ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실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런 모습이 진정한 사랑이겠지요.
추천 0

IP : f005234bab57511
성지인님!

할머니가 이식 받은 것은 신장이 아니고 각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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