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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2

IP : 4f54b19c6e6663e 날짜 : 조회 : 4402 본문+댓글추천 : 0

출근과 등교로 인해 아침시간은 언제나 바쁘다. 특히 일요일을 쉬고 난 월요일 아침 시간은 미적지근한 휴일의 후유증을 뒤로하고 기름칠이 덜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동작이 평소보다 둔탁하다. 제일 먼저 출동하는 딸아이의 세면이 끝나고 순번대로 내가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찌개냄비는 끓고, 아내는 아이들 교복을 다림질하고 있었다. 버릇처럼 신문을 펴 들었다. 사회면은 온통 높은 사람 주변의 부동산 문제가 어쩌고 교육 시스템이 저쩌고 정말 신바람 나는 기사는 없었다. 스포츠 면을 펼쳐 들었다. 그래도 스포츠 관련 기사가 잘 냉장된 시원한 수박 맛을 느끼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가 언제 스포츠처럼 국민들에게 과일의 신선한 단맛을 느끼게 해줄까? 그때 다림질하던 아내가 "이 녀석 교복 윗주머니에 뭐가 들었노? 세탁기 돌리기 전에 바지는 확인을 했는데......" 신문에서 눈을 떼자 다시 나를 쳐다보며 "안 바빠요? 차 갖고 갈래요?" "아니. 통근차 탈 거다." "그럼 빨리 준비해요. 그런데 이 녀석이 아직도 안 나온다. 얘 좀 깨워 줘요." 쉬는 날은 새벽같이 일어나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도 등교하는 날 아침시간은 습관처럼 꼭 깨우러 들어가 일어나도록 녀석을 독려해야 한다.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반눈을 뜨고 어정거리며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깨를 툭 치며 "잘 잤어?" "아빠,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완전 엎드려 절 받기 식이다. "이 녀석, 주머니에 돈이 들어 있다. 야! ○○아, 교복 윗주머니에 돈 들어 있는 걸 엄마가 모르고 세탁해 버렸다." "야, 이렇게 납작하게 접어놓으니까 엄마가 몰랐지 뭐. 그래도 깨끗하게 빨아져 새 돈이 되어 버렸네. 다른 종이 같으면 풀려서 옷 버렸을 텐데 특수 용지라서 퍼지지는 안 했나 보다." 그때 아들 녀석이 던지는 멘트는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뭐 신문에서 말하는 돈 세탁 간단하네....우리 엄마처럼 세탁기에 넣어 돌려버리면 되는구나........" 이어지는 아내의 돈 세탁 설명을 들으며, 다림질이 끝난 후 밥상 차릴 시간을 염두에 두고 담배 한 대를 물고 베란다로 향했다. 모자간의 돈 세탁 이야기를 들으며, 세탁할 돈이 없는 소시민 가장은 연기를 뿜고 있었다.

1등!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
오랫만에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전에 지구를 지키고 온 아드님얘기두 참 재밌게
읽었더랬는데..
편안하게 읽고 나면 왠지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금어지는 님의 글,
정말 사람사는 이야기 같습니다.

제가 작년인가 한 참 일을 쉬었을 때가 있었지요.
(뭐 지금두 별반 다를게 없지만서두요..ㅎㅎ)
그때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아이가 느닷없이 학교갔다와서는 이러는겁니다.
"아빠! 나 빨리 어른 되고 싶어.."
갑작쓰런 소리에 제가 한 마디햇죠.
"아니 왜?"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어른 되면 학교 안가도 돼잖아요"한다.
어이가 없어
"야! 어른되면 뭐 좋을것 같나!
학교는 안 가지만 그 대신밖에 가서 얼마나 힘들게 일 해야되는지 아나?."
했더니 아 글쎄 요 놈이 하는 말
"아빠는 어른인데도 일하러 안가잖아요"
"
"
"
그 날 전 말없이 소주병만 작살냈답니다.
아~~~반백수의 비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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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60ddd5f9dd00543
딴따라 님의 글을 읽고 웃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예쁘고 말도 잘 안 듣는 시기가 아닌가요?
가끔 사람이 살다보면 아이들 하는 행동이 곧 어른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디다.
저도 아이들이 딸은 고3, 아들녀석은 중3인데 형제간에 먹을 것 가지고 싸움하는 걸보고 내외 간에 웃을 때도 많습니다.
학교 갖다와서 아이스크림 봉지에 남은 숫자를 헤아려 보고 누가 몇 개를 먹었는지 카운트까지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린 사촌들이 집에 오면 의젓한 행동을 하더라구요.
결국 제 역할은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가정 이루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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