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홍역관)4부

2. 종계변무(宗系辨誣) "이번 종계변무(宗系辨誣) 주청사(奏請使)로 윤공이 책임지고 다녀오도록 하시오." 선조는 용상에 앉아 대사성 윤근수(尹根壽)를 보며 말했다. "예, 소신이 있는 힘을 다해 종계변무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국의 대명회전(大明會典)에 환조의 이름이 잘 못 기록된지가 어려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조정에서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고치지지 않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구료." 선조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볼 수조차 없는 윤근수는 가슴이 답답하였다. 종계변무란,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아버지가 환조 이자춘(李子椿)이지만, 고려말의 권신(權臣)인 이인임(李仁任 )으로 잘 못 기록되었는데, 이는 고려말에 이성계의 정적(政敵)인 윤이, 이초가 명나라로 도망을 가서 거짓말을 한 까닭이다. 대명회전(大明會典)이란, 1502년에 완성된 것으로 중국의 법률, 역사는 물론 주변국가의 역사까지 기록된 책을 말한다. 한 가문에서도 조상의 이름이 잘못되면 큰일인데 왕가의 계통이 잘못되었으니, 게다가 잘못 기록된 사람이 역모를 도모했던 역신(逆臣)임에야 이만저만한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대국으로 섬기는 중국의 역사책에 잘 못 기록이 되었으니 선조의 근심이 큰 것도 당연하리라. 그러나, 벌써 여러 번 주청사를 보냈지만 지금까지 해결을 주지 않는 일을 또다시 중임을 맡은 윤근수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참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있던 윤근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하, 한 가지 소청이 있사옵니다." "무슨 청인지 말해 보시오." "이번 주청사가 갈 때에 역관으로 홍순언을 데리고 가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홍역관이라면 공금횡령죄로 귀양살이하는 사람 아니오?" "예 그렇습니다. 이미 귀양살이 한지가 여러 해 되었으니 방면(放免) 할 때도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도 주청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도 잊고 말았습니다. 헌데, 왜 홍역관을 데리고 가려 합니까?" "근래에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중국 예부에서 홍역관의 안부를 꼭 물어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청사가 가면 전과 달리 냉대를 하면서 문서를 접수하는 것조차도 꺼린다고 합니다. 아마 홍역관과 무슨 사연이 있은 듯 하여 그렇습니다." "그럼 홍역관은 데리고 오시오. 내가 한번 만나 보리다." "홍역관, 그 동안 귀양살이에 고생이 많았오." 선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앉은 홍역관은 이미 머리가 희긋한 중늙이가 되어 있었다. 귀양살이로 고생을 한 까닭에 더 늙어 보였다. "송구할 따름입니다." 홍역관은 고개를 숙인 채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역관이 감히 임금 앞에 앉아 본 전례가 없다. "중국 조정에서 홍역관의 안부를 묻는다고 하니 그 연유가 무엇이오?" "귀양살이하는 죄인이 어찌 그 까닭을 알겠습니까?" "아마 무슨 연유가 있는 듯하니 이번 주청사로 홍역관이 같이 가도록 하시오. 윤대감이 특별히 부탁을 하기에 짐(朕)이 임시 방면하여 보내는 겁니다. 만약에 종계변무가 잘 해결되면 짐이 홍역관을 복권시켜 주리다." "소신, 목숨을 바쳐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홍역관이 더욱 머리를 조아리자, 윤근수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註: 윤근수는 선조 11년, 1578년 주청사의 부사(副使)로 수행했으며, 정사(正使)는 누구였는지 확실하지가 않지만, 선조 22년 1589년에 종계변무의 최종 수정본인 대명회전의 전질을 선조에게 보고하여 광국공신 1등공신이 되었으므로 윤근수를 등장시킨다) 늙은 홍역관은 사신들의 뒤를 따라 중국으로 갔다. 이미 몸이 늙기도 했지만 귀양살이로 몸이 너무 상해 있었다. 며칠간의 여정 끝에 중국에 도착을 했다. 7년만에 다시 본 중국은 많이 변해 있었다. --투삐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