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라는 것에 대해서

오랜만에 매우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목은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인데, 월님들도 기회가 되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읽다가 보니 이런 대목이 눈에 띕니다. "사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위신을 갖췄음에도 군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비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예의 바라고 현명한 행동이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만큼 미움을 사는 데 효과적인 방법도 드물기 때문이다.(p,45)" 이 대목에서 '예의'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예의를 지킨다는 것이 비속어를 쓰지 않고, 경어와 존칭을 쓰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의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윤활하게 하는 데 필요한 도구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심을 갖고 대한다면 비록 비속어나 욕을 쓰더라도 때로는 그것이 예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경어를 꼬박꼬박 쓰고 비속어나 욕을 피하지만 그것이 예의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은 예의를 가장한 비예의를 저지르면서 상대에게는 예의를 지키라고 하는 분, 쉽게 군림하려들고 가르치려고 하는 분들은 결국 효과적인 미움을 사고, 안 좋은 평판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움을 사고 안 좋은 평판을 얻는 것 자체가 바로 인간 사회의 예의가 결여된 것이지요.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꼭 맞다는 것은 아니고 이 책을 읽는 중에 지금 월척지에서 조그만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을 써본 것입니다. 내용이 조금 무거웠나요? 이해해주세요. 오늘은 비가 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