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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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난정지의 밤낚시 이야기

IP : bb33542fc59b1c5 날짜 : 조회 : 15087 본문+댓글추천 : 2

어둠은 은밀하면서도 친숙하다.
세상의 불편한 풍경으로부터 나를 감싸주고 차단시켜준다.
어둠이 만들어준 거리로 인하여 나는 자유인이 된다.
불가근불가원( 不可近不可遠)이라 했던가.
사는 동안의 경험이지만 내가 원했던 것이었건 아니건 사랑이라는 깊은 감정이 때로는 서로의 고유한 자유영역을 너무 깊게 침범해 부담과 짐이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리움과 부자유의 이율배반적인 이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래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키는 하룻밤의 이 어둠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은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깊은 밤 초여름의 숲은 고요하고 청량하다.
달은 아직 서산위로 떠오르기 전이고 하늘의 별빛이 내려앉은 수면위로 약한 바람결이 지나가고있다.
작은 일렁임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수몰나무 사이에 잠겨놓은 3.6칸대의 야광찌가 고개를 들듯이 살짝 깜빡이다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완고한 온 세상의 어둠을 저혼자 밝히겠다는듯이...

지난 주말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모내기철의 용수 공급으로 수위가 줄어가던 호수도 만수를 회복하여 배수가 중단되었다.
이 절호의 찬스를 꾼이 어찌 그냥 보낼 수 있으랴.
5월 18일 화요일에 강화도의 난정저수지를 찾았다.
42만평의 대형 저수지 난정지는 강화군 교동도의 민통선 안쪽에 있는 호수로 오랜기간 낚시가 금지되어 있던 곳이다.
작년에 16년만에 개방되었는데 사람의 손을 덜 탄 덕에 6짜급 붕어가 서식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4짜급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호수는 수위가 조금씩 오르는 중이었고 벌써 주요 포인트는 대물꾼들에게 점령된 상태였다.
겨우 한자리 불편한 구석에 낚시자리를 다듬어 보검 다섯대를 널었다.
오후 5시부터 찌를 세우고 낚시를 시작했는데 해가 진 9시경에 4치짜리 붕어 한마리를 낚았다.
....에이~ 뭐야~~~ 4짜가 아니고 4치네 ㅠ.ㅠ~...
다시 감감무소식으로 시간이 흐르다가 11시경에 수몰나무 옆에 붙여놓은 3.6칸대의 찌가 천천히 오른다.
힘껏 챔질을 하자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움켜잡은 두손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겨우 낚시대를 세웠는데 잠깐 방심한 틈에 옆의 수몰나무를 파고들어 채비를 감아버렸다.
힘겹게 걸림을 빼어냈는데 외바늘이 뻗어있고 고기는 탈출한 상태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떨리는 손끝으로 채비를 갈고 다시 제자리에 던져 놓았다.
10여분후 다시 슬로우 모션으로 상승하는 야광찌.
이번에는 가차없이 챔질하여 강제집행으로 끌어내었다.
엄청난 힘과 지치지않는 다이나믹한 저항.
신중하게 제압하여 발앞까지 끌어내 렌턴을 비춰보았다.
분명 잉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붕어다.
거대한 몸체의 4짜 붕어다.
그러면 앞서 터진 입질은 5짜이상의 붕어였을까?
떨리는 손으로 입가에 박힌 바늘을 제거하고 살림망에 넣기전에 줄자로 재어 보았다.
43센치의 대물.
내 낚시 인생에 3번째 4짜 붕어다.
그 후에도 5번의 입질을 더 받았으나 약한 채비탓에 줄이 터지고 바늘이 뻗어 더이상의 조과는 없었다.
난정지의 대물들을 얕보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실책을 통감하며 초파일 오전에 낚시대를 접었다.
항상 낚시후에는 미련없이 방생을 하지만 그날은 특히 자비로운 마음(^^)으로 포획물을 저의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살면서 맞게되는 상실의 아픔과 치유의 시간들....
앞으로의 나의 삶에는 어떤 인연과 기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까?
호수 저멀리 지평선에서 아침해가 떠오른다.
그 모습은 일몰의 어둠속에서 느꼈던 친숙함과는 다른 닿지 못할 설레임으로 오랫동안 애닯프기만 하였다.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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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IP : 2c23d0e2240727e
예전에 사냥에 완전히 빠져서 총 쏘고 다닐 때
한가지 확실하게 느꼈던 소감이랄까요
낚시도 마찬가지로
잡아도 미련 못잡아도 미련인것을.....
저는 그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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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c7b7a75108b774
검단 살적에 배스 낚시 했었는데
그립네요 지금은 지방으로 내려와서~~~^^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