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 균형있는 게시판 사용을 위해 1일 1회로 게시물 건수를 제한합니다.

납량특집-오컬트2

IP : 2da3083dfccedac 날짜 : 조회 : 6219 본문+댓글추천 : 2

2. 바닥 밑걸림이 심했다. 찌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수면에 안착하기까지 그 모양새는 진동을 몸통에 휘감고 부르르 떠는 형세로 꼭 이중 입수가 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은 마치 물에 잠기기 싫어 찌가 내게 하소연 하는 것만 같았다. 짧은 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한 가운데 긴 장대의 찌가 말썽이었다. 아무래도 물 속 부유물의 층이 두껍거나 잠긴 나뭇가지에 걸린 봉돌이 무게로 함몰 되면서 생기는 증상이라 나는 생각했다. 봉돌 위에 가지바늘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채비를 바꾸고서야 원하는대로 찌를 안착 시킬 수 있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는거야......' 산 속의 밤은 한 치 앞도 분간 되지 않는 어둠 속에 캐미의 파란 불빛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그 순간 뇌리의 상념은 백지가 되고 새하얀 도화지가 되고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그 리듬은 지속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변의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전에는 깨지지도 않는다. 의식의 끝 언저리로 부터 사소한 소음으로 인해 당겨진 신경은 무방비로 마음 속을 헤집고 거부할수록 강박적으로 몰두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시간이 새벽으로 흐르는 동안에도 뜻밖의 사건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수면을 비추는 초생달에 반사된 찌도 처음 던져 넣은 그 모습 그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상한 일의 중심에 내가 빠져 허우적거리기 전에는 말이다. 기압차이로 인한 것인지. 낮에 고생한 배탈이 도졌는지 배가 견딜 수 없이 아파왔다. ' 아무도 없는데 그냥 이 근처에서 볼일을 봐' 순간 짧은 생각을 했지만 용납하지 않는 나의 깔끔함이 기어코 조금 멀리 떨어진 건너편 바위까지 가야 한다고 채근했다. 그게 실수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겨우 도착하여 바위를 등지고 바지춤을 내리니 우르르콰꽝 천둥번개가 몰아치듯 쌍바윗골의 비명(?)과 함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설4를 바닥으로 흘려 보내고 휴우 안도의 담배 한 모금, 아뿔사! 그런데 분명히 손에 들려 있어야할 휴지가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휴지대용으로 쓸만한 폭이 넓은 나뭇잎조차 없었다. 아무도 볼 사람 없으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뚱 뒤뚱 잰걸음으로 물가에 가서 씻는게 낫겠다 싶어 무릎 아래 걸린 바지를 추스려 잡고 그렇게 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물가에 엉덩이를 들이 밀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똥군의 오명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혹자는 그냥 바지 벗은 채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휴지를 찾아 닦고 뒷처리하면 되지 더럽게 그게 무슨 사나운 꼴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어쨌든 상황을 모면해야 했으므로) 엉덩이를 물에 담그고 빠른 손놀림으로 물을 휘저어 털어내는 와중에 무언가가 물 속에서 부터 왼쪽 엉덩이를 쓰다듬는 느낌이 기분 나쁘게 스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화들짝 놀라 공중으로 거의 1m나 뛰어 물밖으로 튕겨 엎어졌고 그 꼬락서니는 이제 더욱 처참한 광경이 돼 버린 것이다. 감춰져 있던 본능이 순식간에 뇌리를 압도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과 함께 단발마의 비명을 내지른 거였다. '시발 뭐야 지금.......' 겨우 고개를 돌려 그 알수없는 정체를 쫓아 눈동자를 치켜 뜨면서 인상을 구기며 희미하고 재빠르게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검은 그림자를 느끼자 모든 촉수가 열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혼비백산한 나는 바지를 아무렇게나 허릿춤에 올리고 낚싯대를 펼쳐 놓은 자리로 미친듯이 달렸다. 발이 꼬여 몇 번을 넘어지면서 쿵쾅거리는 내 심장의 고동을 듣는 섬뜩한 긴장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와 떨리는 마음과는 반대로 후레쉬로 조금전 내가 엉덩이를 드민 자리를 비추며 혼자 미친듯이 쌍욕을 퍼붓고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두려움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길길이 날뛰는 나의 고함 소리가 어두운 계곡을 메아리로 적시고 있었다. ' 분명 무언가가 있다' 심장을 쪼여 오는 두려움이 뇌리에 가득차 올랐지만 지난 경험으로 갈피를 못잡고 충동적이 된다면 누구 하나 도와줄 수 없는 깊은 산속에서 그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임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쉼 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었다. 여긴 민가도 없고 깊은 산속에 나만 있다. 내가 당황할수록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자자 침착하자, 낚시에 집중하자, '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나는 차츰 안정을 되찿았다. 이런 해프닝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그것이 서툰 판단이 될지 나는 끝내 알지 못했다. 아득한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미끼를 갈면서 지금껏 아까 본 볼일의 뒷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바지를 내려 왼쪽 엉덩이를 살펴보니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빠알갛게 자국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 자국은 설명할 수 없는 무늬나 문양 같이 보였는데 문질러 봐도 그 형체가 흩뜨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채색이 점점 거무스럼하게 변해서 어떤 표식 같았다. 혼란스럽다. 낚시를 하다가 말벌에게 쏘인기억과 맨발로 밤낚시를 하다가 지네에게 정강이를 물려 본 적은 있었지만 지금 이 사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차에 비상구급약이 있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날이 밝아올텐데 그 때 가서 바르자.' 며 나는 애써 침착하며 철수 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 속정체를 밝혀 보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시간은 동틀 무렵까지 어느새 흐르고 있었다. 주위 사물에 대한 분별력을 가지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서서히 주변이 푸르스럼하게 바뀌는 것만으로도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축축한 공기와 저수지 전체에 깔려 계곡을 통해 들어온 바람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안개는 내 기분을 다시금 저하 시켰다. 불안함이 지속될수록 굳은 몸은 한기를 느꼈다. 꿈이었다. 분명 국도변 아래였는데 위에서 바라보니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고 듬성 듬성한 땟장과 말풀 사이를 족히 m는 넘는 비단잉어와 수염달린 메기, 그리고 한번도 본적 없는 거대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데 그 와중에 낚시꾼 한 사람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렇게 큰 잉어를 잡아 물밖으로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풍경과 다른 한 사람은 입질을 받았는지 대를 힘차게 잡아 당겼고 바늘 끝에는 사람 키 보다 큰 붉은 색의 커다란 잉어가 대롱대롱 매달린채 나를 쏘아보며 비웃고 있었다. 분명 꿈이었다. 물안개가 더욱 짙어진 가운데 나는 그 짧은 비몽사몽간에도 가운데 장대의 찌가 물속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 연안에서 부터 시뻘건 불. 아니 발광물질 같은 두 개의 눈동자가 엄청난 속도로 내 앞으로 달려 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 기괴한 물체가 내 곁으로 다가오는 동안에도 안개 때문에 일부만 보일 뿐 형체가 일그러져 전체 모습은 가늠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혼비백산하여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져 버둥대며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놓인 수초제거기를 더듬어 쥐었다. 놈은 등에 괴상하게 생긴 혹이 솟아 있었고 비늘과 물갈퀴와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썩은 뻘냄새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는 악마가 환생한다면 꼭 저런 모습일거라고 나는 허둥지둥 뒷걸음을 치면서 생각했다. 나를 무섭게 노려 보던 놈이 방향을 턴 것은 그때였다. 놈의 꼬랑지가 수면 위로 돌출되어 불과 나와의 거리는 1m 앞으로 좁혀졌기에 그 순간 나는 온 힘을 다해 접혀 있는 수초제거기의 날카로운 칼날로 놈의 꼬리 밑부분을 삭뚝 잘라 버렸다. 그러자 신음도 비명도 아닌 기분 나쁜 울음을 남기고 물보라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놈은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부글거리는 거품과 물방울이 튀었고 긴장과 두려움으로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나는 꽤 장 시간을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