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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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낚시를 멀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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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낚시를 멀리하는 이유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1.



나는 유독 강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강물 특유의 빠른 유속도 문제지만 고요한 밤과 달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도시와 도시에 사로잡혀 있는 공간, 결코 자연 친화적이 아니며 온갖 것들이 섞여 떠밀려 내려오는 큰비가 오고 난 다음 축축히 젖은 물가에 핀 꽃들과 이름없는 들풀조차 한없이 미끌거리고 신발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차량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진흙탕으로 인하여 그곳에 침범한 낯선 방문객을 혼을 내고 혼비백산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는 탓이었다.

그랬다. 내가 유독 강낚시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방으로 탁 트인 열려 있어서 안락함과 평온함을 쉽사리 깨는 탓이었다.
미동도 없이 꿈쩍도 않는 밤의 평온을 금방 앗아가는 강물, 찌불 하나 의지하여 하룻밤을 꼬박 세우는 맛, 맛있는 맛, 멋있는 맛, 무상무념의 황홀한 고독의 맛이란 소나무숲과 편백나무숲으로 가리워진 깊고 깊은 골짜기, 오직 낯선 소류지에서만 느껴졌던 이유때문이고 그러한 안도감이 강가에서는 좀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도시의 불빛과 가로등 불빛, 강가를 이어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까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조차 빛에 녹아드는 밤이겠지만 고요와 침묵과 어둠과 조화가 필수인 낚시와는 생경하고 좀체 걸맞지 않는 풍경.
어떤 시인은 엄마와 누나랑 강변에 살자고, 마당에는 황금빛 모래와 뒷문밖 바람에 서걱이는 갈잎의  소리에 반해 살고 싶다고 시를 썼지만 내가 알고 있는 강은 범람하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집어삼키고 휩쓸고 가버려 폐허만 남기는 홍수때의 강물에 대한 두려움이, 보 공사를 하면서 수문을 여닫게 되면서 더 강낚시를 기피하는 원인(엄살)이 되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 밤새 수문을 열었고 나는 텐트 속에서 골아 떨어져 물살에 사정없이 휘말려 살려달라 허우적거리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었다.
넓디 넓은 강가에, 칠흑같은 어둔 밤에, 홀로 자리를 독차지한, 입질 하나 없이 말뚝인 찌를 바라보며 노곤함과 지루함에 하품을 하면서 뇌리로 하는 그런 상상들이 소름을 돋게 하고 등꼴을 오싹하게 만드는 거였다.


더구나 강물은 저수지보다도 훨씬 사연이 많으며 전래되는 각종 괴담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장소, 마치 강물의 흐름처럼 모든 것을 삼키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유유히 흘러갈 뿐이었다.

낚시 삼매경에 빠진 꾼이 물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지만 나는 아무리 험악한 산새와 마운틴 저팔계가 물마시러 시도때도 없이 오르내리는 네비게이션에도 기록 흔적이 없고, 휴대폰의 먹통이 당연한 저수지의 방문에도 무작정 설레이고 흥분했지만 (이건 진짜 새빨간 거짓말임을 이 조행기를 읽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나이가 들면 만사 겁쟁이가 된다. 피가 만도로 끓던 젊음의 혈기는 사라지고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고양이 울음, 나무에 걸린 비닐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에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그때부터 귓바퀴를 쫑긋세운 새가슴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며 주변을 경계하기 바뻐 낚시는 가히 뒷전이고 식은땀만 몇 톤씩 흘리며 언제 동이 틀지 학수고대하는 것, 독조는 무섭다. ㅠㅠ) 강낚시엔 늘 애매모호한 제스처를 취하곤 했다.

강고기 특유의 거무틱틱한 거칠고 강인한 체고와 왕성한  몸부림과 꾼과의 힘겨루기의 무한 매력에 빠진 이들은 일년 열 두달 마다않고 찾는 곳이 강임에도 나는 겨우 한 두번, 넣으면 막 나온다는 포인트에 앉아도 큰 감흥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내속에 잠재되어 밖으로 깨고나올 두려움 탓이었다.
 

내가 강낚시를 멀리하는 이유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2.

보았다. 내 유년의 기억 속에 잠재해 있던 악몽같은 강물, 그 속의 미지의 존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같은 미스테리한 존재 ㅡㅡ;;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입술이 바짝 마르고 손발이 떨리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간, 물안개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흩어지는 산속 저수지에서 가물거리는 흐릿한 찌와 잠이 든 눈가에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수면의 수초와 형상들.
비몽사몽의 순간들.
고도의 집중이 흩뜨려져 눈을 손으로 비비며 자세히 보려고 끔벅거릴 때
분산된 신경이 고개를 자꾸만 아래로 떨어뜨리는데

어둠 한가운데 갑자기 푸다닥거리며 어슥한 건너편 빽빽한 수초 언저리에서 훼를 치며 왜가리가 특유의 째진 목소리로 날아오르면




'저  미친 ㅅㅂㄴ 이 진짜~ 고매하신 귀하신 몸이 낚시하는데  ㅅㅂ깜짝놀랐잖아!!!
 

 

갖은 욕설을 하며 ㅅㅂㅅㅂ거리다 잠을 쫓는데 저수지 중앙부분에 일렁이는 물안개 사이로 수면에 빠르게 다가오는 시뻘건 눈동자!!!!!!







물뱀!!!!!



수달!!!!!


뉴트리아!!!!



물귀신!!!!!!!!!!!!!!!!!!!!!!







'그만해 제발!!!!

'나 지금 혼자 밤낚시 하고 있다고요. 무섭게 왜 그래요 진짜'





그만하라고 아우성인 휜님들.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끝마무리를 지어야할까 나는 고민중이다.
어쨌든 조행기는 생생한 현장감!
당장이라도 점빵을 걷어차고 50m 뒤에 세워진 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 시동을 걸고 뒤도 안돌아보고 헉헉대며 짐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모르게 내빼야 금방 맹추위의 겨울이 다가올 이 가을에 유독 서늘하고 무서운 체감과 체온이 아닐까 ^^;;


괴물, 괴생명체, 미지에서 온 존재랑은 사돈팔촌도, 아무 상관도 없지만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심장은 미친듯이 곤두박질 치고 맥박은 쿵쾅거려야 제맛인 이야기를, 절대로 삼천포로 빠지지 않을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려 한다.
여러분 기대하지 마십시오.
의자에 기대지 마십시오
난로의 불온도를 높이세요.
찌는 미동도 없겠지만 아니 찌가 꼭대기까지 오르겠지만 벌써 낚시 하는 곳에서 달아나고 싶을 테니까 말이죠^^




3.



보았다 어둠 속에서 다가와 내 발과 발목을 슬며시 잡아 끌던 존재.
벗어나려 발버둥칠수록 아래로 점점 당기는 존재.
내가 강가에서 멱을 감다가 만난 존재.
아니다. 그 존재는 내 유년의 기억 안에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되어 축축한 습기와 음습한 기운과 늪처럼
깊게 깊게 옴짝달싹 못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밤 깊은 산속 저수지에서 피곤에 찌들어 선잠이 든 꿈속으로 마중나와 나를 물가로 슬며시 잡아 당기던 존재.

그렇게 가위눌려 깨면 찌는 사방팔방으로 잠수해 있고 꼬인 채비를 푸느라 정신을 정신을 못차리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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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외진 골짜기 저수지에서, 현재 흐르는 강물과 달빛 아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찌를 세우고 낚시중인 당신을 위한 선물(?)
건너편 어두운 묘지쪽에 빛을 받아서 빛나는 비석을 바라보지 말아야 하며, 텐트 뒷문에 살짝 기댄 누군가를 상상하지 말아야 하며, 칠흑같은 어둠 속 주변의 미세한 소리에 자꾸 거슬리는 느낌을 빠르게 지워야 하며, 수면을 뛰노는 이상야릇한 물체들을 모른체 해야 하며, 갑자기 눈동자에 들어오는 어둠 속의 모든 사물들을, 고개를 도리질하며 떨쳐내는 지금 당신 앞에.....,




멱을 감고 헤험을 치는데, 수면에 소용돌이가 치면서 불쑥 물갈퀴가.....아니 비늘이 뒤덮힌 손톱이 붉은 손가락이  쓱 올라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허둥지둥 아래로 끌려가며 몸부림을 쳤지만, 벗어나려 할수록 강하게 아래로, 더 깊은 아래로 당길뿐이었다. 코로 들어차는 강물과, 호흡이 가빠오고 물에 빠져 이대로 익사할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들지않는 공포로 온몸이 마비될 무렵

나는 분명히 보았다.
내 발목을 잡고끄는 존재가 아주 길고 긴, 마치 엉킨 줄풀같은 긴 머리카락이 무중력 공간인듯 물속에서 살랑거리며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두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눈동자를 보고야 말았다.
뻘냄새와 이상야릇한 냄새와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와중에 '넌 내꺼야' 라는 암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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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불금에 나는 핸드폰으로 글자를 찍고 있었다.




'ㄷㄷ닥   ㄷㄸ ㄷㄸㄷ닥.....'

핸드폰 조명이 밝아지며 아주 잠깐, 내가 찍고 있는 글자들이 어둠을 쫓아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름도 모르는 지역의 큰 강가에 낚시를 와 있다.
시간은 조금 전 자정을 넘었고 새벽 두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물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르고 있다.
지난 번 폭우에 흘러왔는지 내가 낚싯대를 편 곳, 마름이 끝나는 지점에 떠내려 온 나뭇가지에 흙이 쌓여 작은 물풀들의 섬이 생겼다.

나는 이 글을 월척에 올리기 위해 자음과 모음을 맛폰으로 찍으며 그 섬을 넌지시 쳐다보고 있다.
나의 착각이었을까 그 작은 섬의 중심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드드드드륵,  드드드르륵,

 

마치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처럼
아니지!!!!! 이빨을 가는 소리 같은..........


내 귀를 점점 조여오고 있었다.
나는 점점 까마득해지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고 있었다.











 

 

 

 

 



월척에 과연 나는 이 글을 올릴 수 있을까?????



















 

 

 

 

 

 

 

 

 

 


THE END

-즉흥이라 맞춤법, 띄워쓰기 수정없이 올립니다.
즐감하여 주시길요^^~


2등! IP : f9789a608fe541d
연세가 어케 되시는지요? 제나이 65세 인데 이나에 모가 무섭고 두려운지요 살 만큼 살아왔고 글을 보니 어지간 하시는군요 모가 그렇게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으신지요 ? 그러시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그냥 물흐르는 대로 사세요
인간은요 태어 나서부터 정해진 운명에 사는겁니다 사는것도 죽는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에 사는것이니 마음을 조금만 내려 놓으시면 편할겁니다
추천 0

3등! IP : 9cfbdde4de45a98
30대 낚시와 50대 낚시는 좀차이가 있더라구요

30대 겁이좀있는 편이라 극복하려고 야간산행 낚시하말고

주변탐방 ~~

지금에 와서는 물귀신 처녀구시좀 봤으면 하는

혹시나 나타나면 로또복권 번호 물어보고 싶네요~~^^
추천 0

IP : 58cf1b8bbba688a
우와 이씨....몰입감 쵝오네요;;;;
소름;;;;
글쓴이님의 필력에 X랄을 탁치고 갑니다.
그래서 지금 잘 살아 계시죠? ㄷㄷ;;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