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 균형있는 게시판 사용을 위해 1일 1회로 게시물 건수를 제한합니다.

발자국 소리

IP : caca1472b73220e 날짜 : 조회 : 10429 본문+댓글추천 : 0

안녕하세요, 조행기 눈팅만 하다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글 올려봅니다. 십여년 전 부제지(대경대 윗못)에 낚시를 갔었습니다. 시월달 목요일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 업무가 손에 안잡히더군요. 여섯시 퇴근후 바로 부제지로 튀었습니다. 당시 조과가 괜찮아서인지 항시 여러 조사님들로 붐비던 곳인데, 그날따라 한분도 안보이더군요. 아싸! 그전부터 꼭 앉고 싶었던 최상류 복숭아밭(?) 아래 앉았습니다. 일곱시쯤 되니 달무리가 끼면서 여우비라고 해야하나요? 아주 고운 싸래기 비가 오더군요. 파라솔을 펼 정도는 아닌, 아주 고운 비였습니다. 예닐곱치 두어수 하고 열심히 쪼우고 있는데, 모퉁이 건너 복숭아 밭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밟아서 부러지는)가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한 여덟시쯤 된거 같습니다. '늦게까지 밭에서 일하시는가 보군.' 대수롭잖게 여기며 멋진 찌올림을 기다렸죠. 그런데 느릿한 그 발자국 소리가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따~~닥, 따~~~닥,,, 따닥,,, "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하듯 계속 들려오는 힘겨운 발자국 소리,,, 수상한 소리가 어렴풋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직선거리로 이십 미터(걸어서는 모퉁이를 돌아서 삼사십미터 정도) 정도의 거리에서 십여분에 오미터 정도(?) 가까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열시경까지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낚시에 집중할 수가 없더군요. 드디어 모퉁이를 돌아 직선코스로 접어든 그 발자국 소리,,, "터벅, 터벅, 터벅,,," 환장하겠더군요, 진짜,,, 제가 앉은 자리가 길에서 이삼미터 내려온 자리라(제방 아래쪽 같은 위치), 윗쪽 상황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올라가려니 겁도 났구요. 제자리 걸음하듯 걷는 그 발자국 소리는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죄를 짖고 숨어사는 범죄잔가? 아니면 정신병자? 설마 귀신,,,?' 온갖 잡념에 쌓여 견디다 못해 소리를 질렀죠. "거기 누구요? 누구 있소?" 그 순간 발자국 소리는 뚝!!! 암흑같은 침묵이 오분여 정도 이어졌습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을 때, 다시금 시작되는 발자국 소리! "터벅, 터벅, 터벅,,," 나도 모르게 다시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숨 죽은듯 이어지는 침묵! 다시 오분여가 흐른 뒤 시작된 힘없는 발자국 소리,,, 더 이상 낚시고 뭐고, 오짜가 온다해도 소용없습니다. 어느듯 머리 윗쪽 이삼미터까지 다가온 발자국 소리,,, 모퉁이를 돌아서 직선거리로 한 십여미터 될까하는 거리를 삼십여분 이상 터벅거리며 다가온 그 발자국 소리,,, 어서 이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뿐이더군요. 그래도 목숨같이 아끼던 낚싯대를 두고갈까 망설이다가, 오절짜리 받침대를 뽑아들고 뒷쪽을 주시하면서 손으로는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그시간이 얼마나 길던지요. 대충 낚싯대를 우겨넣고, 받침대를 뽑아들고서는,,, 벼락같이 경사길을 달음질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귀신같던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은,,, ,,, ,,, ,,, 혼이 빠져 기어올라 온 그 자리엔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턴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애마 트렁크에 낚싯짐을 쏟아붓고, 차바닥이 다 대이는거 아랑곳없이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산길을 내달렸습니다. 어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게 삼십여분을 달려 귀가해서, 집 앞 가게에서 소주 한병을 사서 단숨에 나발을 불었습니다. 취하지도 않더군요. 그후 한 삼개월을 낚시를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주말마다 줄기차게 댕기지만서도,,,ㅎㅎㅎ 부제지에 낚시 댕기신 분들 중에 혹시, 저같은 경험하신 조사님 계신가요? 낚시 가셔서 혼자 뿐이라면,,,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하시기 바랍니다. 토요일 퇴근 전에 경황없이 적어서, 자세히 적지를 못했네요. 다시 생각해도 살떨리고 머리가 쮸뼛 섭니다. 너무도 생생하게 그 순간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내일 또 들이대러 갑니다,,,ㅋㅋ ps: 위에 얘기는 110% 실화입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1등! IP : f66d2d59f1c755d
글읽으면서
닭살쫘악돋았내요 ㅋㅋ
저도비슷한경험이한두번이아니라서요ㅋㅋ
그런데정체는아직도미궁속으로이신겁니까ㅡ?
추천 0

IP : 6f4aad5bab38692
대개 민가 근처이면 야생 도둑고양이가 많습니다 간혹 산속 깊은곳엔 고라니나 삵일 가능성이 많죠 멧돼지의 경우 발자욱의 움직임이 크고 주위 지장물의 부딪치는 소리가 큽니다 또한 특유의 킁킁 거림이 있죠
야생 고양이가 낚시꾼의 음식이나 잡은 붕어의 비린 냄새를 맡고 아주 살금 살금 접근 하죠 저는 향상 서치라이트를 가지구 다니면서 밤 낚시때 소리 나는곳을 비추면 열에 아홉은 야생 고양이 입니다 간혹 산속 깊은곳엔 삵도 발견하죠 잼있게 읽었습니다^^
추천 0

IP : 8bc86ed2401eefe
이렇게 생각하십시요..그네들이 사는곳과 현실은 間界가 있어서

서로간에 터치가 될수 없습니다...

그네들이 실존한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 없겠지요~~~~~~~~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안출하세요
추천 0

IP : 1173dfc6c67040d
땟장님 맨땅에서는 소리가 안나는데..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덤불에서는 제아무리 가벼운 동물도 소리가 납니다^^
심지어 개구리,풀벌레,야생 들쥐등 고양이 보다 가벼운 동물도 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굉장히 크게 들리죠^^
추천 0

IP : 99d3b30081861cd
음.. 시끕잔치하셨겠네요.. -0-;;
이래서 전 독조를 안나갑니다.. -0-;;;;;;; 겁이많아서요..
추천 0

IP : 691aad3648cbeca
아이구
죄송허구만요
제가 그즈음에 부제지에 혼자독조갔다가
무거운 짐 한꺼번에지고 내려가는데 낚시허는분 계시길래
수심좀 물어보러갔다가
잠깐 눈돌린사이에 없어져버려서
귀신한테 홀린줄알고
대는피도 못하고 도망쳐 나왔는데
사라진그분이~~님이셨구랴..
서로 귀신은 아니여서 다행입니다......ㅎㅎ
추천 0

IP : 378e7e8ece39dc1
들개?아닌가유?저도그런적이있었는데4절받침대 들고 달려가니 들개던데유ㅡㅡ
추천 0

IP : 16d971c7eee1548
고양이 아니면 들개....천천히 다가왔다는 것만 봐도..그럴 듯하네요. 돌 하나 던져주는 센스 발휘하세요. 사람은 분명 아니니...ㅋ 그때 아마 심신이 피곤하셨을 꺼에요. 헛것은 그때 보이니까요.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