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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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회

IP : 51d2758ce65332f 날짜 : 조회 : 419 본문+댓글추천 : 1

나는 마음 저 깊은곳에서 늘상 유목민을 꿈꾼다.
계절이 바뀌면 더 나은 자연환경을 찾아 미련없이 흔적을 지우고 떠나는 유랑의 생활.
기울고 차는 달을 보며 날짜를 셈하고 바람의 자취와 향기로 기후를 가늠하며 무연한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평화와 위안을 얻는 삶.
호숫가에 지어진 나의 게르 주변에는 나의 그리움을 닮은 어여쁜 들꽃들이 피고 질것이며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릴것이다.

호구지책의 비루한 일상을 살면서도 창밖 너머에 흐르는 에메랄드빛 봄하늘을 바라보면 잊고있던 설레임이 찾아온다.
반가운 나는 깊은 심호흡을 한다.
나의 노마디즘(Nomadism)이 한낱 봄날의 냉이향기 같은 하찮은 그리움일지 모르지만 그감정은 생활에 얽매인 나에게 탈자아의 자유를 가져다주고 새로운 시작의 동력이 된다.

기나긴 겨울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리운 님을 만나러 자~ 떠나자꾸나.
오늘은 강화도의 내가면에 있는 고려저수지에 유목의 여장을 풀었다.
겨우내 묵혀두었던 나의 보검들을 벼려 봄붕어와 상면하는 시조회(始釣會)의 날이다.
오전 10시경에 저수지의 최상류에 도착하여 여섯대의 낚시대를 설치했다.
새잎이 움트는 수몰 버드나무 근처에 찌를 세우고 각 대에 다섯번씩 밑밥질을 하고 딸기향이 은은한 글루텐을 미끼로 달아 던져놓았다.
오후 두시까지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낚싯대 투척과 입질 파악하기가 힘들었는데  바람이 잦아들자 산란기에 접어든 고운 님들이 앞다투어 내품에 안기려고 몰려들었다
해질녘까지 불과 세시간여 만에 12수의 조과를 올렸다.
제일 큰 붕순이가 39센치.
그밖에 36,35,33,31....
월척급만 5마리이며 나머지 또한 20센치 후반을 넘나드는 준척들이다.
이만하면 봄철 산란기에 대박 조황이다.

어둠이 내린 호숫가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 반찬을 안주 삼아 나홀로 술잔을 기울인다.
애타게 기다리던 계절은 천천히 다가와 덧없이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있다.
길가의 벚꽃잎이 물위로 떨어져 가볍게 바람에 쓸려가는 어느 봄날의 수면을 나는 바라보았다.
왜 밤이되면 잊혀진것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날까?
낮에 보았던 벚꽃은 화사했는데 밤에 보는 벚꽃은 서늘하고 애잔했다.
호수에 켜진 가로등 아래 벚꽃잎은 수면위를 흘러 또다른 추억의 시간속으로 사라져갔다.
나의 그리운 이들은 이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소주 한병이 비워질 무렵 나는 어망속의 붕어들을 저들의 고향으로 돌려 보내며 봄하늘을 우러러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씩 호명해 보았다.

이제 다시 틀에 박힌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짙어진 어둠속에서 고요히 잠이드는 호수를 바라보며 나는 또 떠날날을 꿈꾼다.
오래오래 자유롭고픈 유목의 삶이여.

2019.4월 초순.
강화도의 고려(내가)저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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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IP : 629ecea45065a68
벌써 벚꽃 피는 봄이 기다려집니다
물가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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