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너울을 건너 놓인 징금다리, 희고 고운 손가락은
찬연한 노을빛에 물든다. 그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 고동치는 심장박동, 두근거림은 그래서 언제나 물빛이고
일렁이는 물보라,
연희는 사내의 가슴에 날아온 조약돌이었다.
"손 좀 잡아줘 어서......"
노을 때문일까 연희의 두 뺨이 홍조를 띄었고 애써 무심한듯 사내는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고 울긋불긋 도드라진 핏줄이 선명한 팔뚝으로 조금은 망설이며 투박스럽게 그녀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래도 긴장과 떨림은 숨길 수 없을 것임에 분명하다.
한걸음 또 한걸음 조심스럽게 두 사람이 그렇게 내 딛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너울은 뒤뚱거리며 주저하는 동안 위태하게 넘어져 거친 물살에 휩쓸려 가버릴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감정이란, 결이 너무 고와서 강한 완력으로 깊게,깊게 포옹할수록 어스러지거나 금이 가고 만다.
지금 손아귀에 전해지는 온기조차도 차갑게 식어 바스라질 것이라고 사내는 생각했다.
그 날의 운명을 예감한 것처럼 그렇게 연희는 사내의 손을 놓고 떠나가 버렸다. 교통사고였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인연!
응급실로 사내가 달려 갔을 때 눈 앞에는 선홍빛의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안개가 끼어 부옇게 흐려지는 눈동자.
사내는 그것이 장미꽃이라 잠깐 생각했다.
허둥거리며 기어이 무너지고야 마는 발걸음이 비틀대며
안간힘을 쓰는 사내를 차가운 병실 바닥으로 주저앉혔다.
이마와 어깨와 가슴을 스치고 떨어지는 꽃잎,꽃잎들
흐린 기억 속에서 비린내가 풍겨왔다. 분명 비린 내음이었다. 날카로운 미늘에 걸린 아가미 사이로 연신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가뿐 호흡을 몰아쉬는 붕어의 몸부림에
바늘을 빼지 못하고 당황하던 그때 코 끝에 스멀스멀
비릿하게 풍기던 비린내, 사내는 응급실 가득 깔린 비린내를 무작정 휘젖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굵은 바늘에 찔려 꿈틀거리며 버둥대는 붕어가 된 것처럼 넋을 놓고 오열하고 있었다.
나부끼는 장미 꽃잎이 흐려진 눈 앞에서 자꾸만 사라지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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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면 반갑습니다^^*
님의 언급으로 그 분을 검색해봤는데 저도 눈팅때 스치며
지나가다 그 분의 글을 몇 번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가입은 작년에 했지만 훨씬 전부터 눈팅족이었네요.
실례했는것같습니다.
글도 구수하고 읽기도 편안해서 그랬습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