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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낚시대회 (1등 만들기)

IP : 4af3d78d5f30943 날짜 : 조회 : 5560 본문+댓글추천 : 0

엉터리 낚시대회 (1등 만들기) 모든 학교들이 동창회(동문회)나 동기회가 있다. ㅇㅇ초등학교 동창회, ** 대학교 동기회 등이다. 안동에는 좀 특별한 동기회가 있으니 띠별, 즉 갑장 동기회다. 출신학교를 불문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년도를 따져 80동기회, 90동기회 등인데 주소가 안동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내가 소속한 동기회는 모두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친구들이지만, 모이기만 하면 젊은 날의 동심으로 돌아가 소주 한 잔을 놓고 추억을 안주 삼아 시끄러운 시간을 보낸다 . 해마다 봄에 동기회 낚시대회를 하는데, 안동사람이면 어뱅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모두가 고수를 자칭하고 나서는데 무려 70여명이 참석을 한다. 낚시대회 보다는 술 마시기 대회라서 낚시를 못하는 친구들도 모이고 부부동반이라서 시끌벅쩍하여 붕어가 도망을 가 버리고 7치 한 마리만 잡아도 1등을 할 수 있지만 이놈의 1등이 언제나 말썽이다. 어느 해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뻐꾸기 울음 우는 날, 안동댐에서 낚시대회를 했다. 해마다 일어나는 부정을 방지하고자 총무가 미리 엄포를 놓고 철저히 단속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우리 총무는 그야말로 낚시의 고수중의 고수이고 너무나 치밀하고 깐깐하여 좀처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회를 하는 날 도착한 순서대로 마음대로 터를 잡고 낚시를 시작하는데, 우리 일행 5명이 한쪽 골짜기를 차지했다. 총무가 오더니 긴 장대에 갈고리를 달아서 물 속에 감춰둔 붕어가 있는지 일일이 검사를 하고 낚시 가방이나 쿨러를 다 뒤졌다. 여기저기서 숨겨온 붕어가 들통이 나고 총무는 가위로 꼬리를 잘라버리고 물 속으로 던져 버렸다. 이제는 숨겨온 붕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총무, 정말로 부지런하고 치밀하다. 얼마 후 붕어는 입질도 없고 모두가 지쳐 갈 무렵, 옆 친구가 부시럭거리더니 품속에서 신문지를 둘둘 뭉친 비닐 봉지를 꺼내더니 월척에 가까운 붕어를 바늘에 꿰어서 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총무도 품속에 품고 온 붕어를 검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가슴을 조이며 멀리 천막아래서 두 눈을 두리번거리는 총무의 동태를 살핀다. 드디어 친구가, "걸었다!" 고함을 지르니 총무가 불이 나게 달려오더니 잡은 붕어를 가만히 살펴보고는, "이 짜슥아! 이건 댐붕어가 아냐, 때깔이 다르잖아."하고는 꼬리를 자르고 물 속으로 던져 버렸다. 우리를 껄껄 웃으며 총무의 경륜에 감탄을 했다. 현명한 우리 총무, 정말로 칭찬할 만 하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소주를 마시며 떠들고 있는 동안에 얼른 한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더니, 안동댐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다 찾아다니며 구걸을 하고 또 거금을 들여서 8치 되는 붕어를 2마리를 구해 왔다. 물가로 와서 아무도 모르게 바늘에 달아 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 붕어가 물 속으로 들어가지를 않고 물가로 헤맨다. 하는 수없이 챔질을 하고는 "1등이다." 고함을 지르니 총무가 잽싸게 달려오더니, "이놈아, 와 고기가 여불데기에서 나오노?" 하고 핀잔을 준다. "입질을 못 봤더니 옆으로 차고 나갔나 봐." 총무는 바늘에 달린 붕어를 보더니, "야 임마야, 니는 붕어가 3봉 바늘 3개를 다 물고 올라 오는거 봤나?" 하고는 또 붕어의 꽁지를 잘라서 물 속으로 던져버린다. 붕어는 위턱, 아래턱, 옆 턱에 바늘 3개가 단단히 박혀 있었던 것이다. 또 우리는 껄껄 웃고 말았다. 우리 총무, 정말로 도사다. 도저히 속일 수가 없다. 이제 붕어는 1마리밖에 없다. 이 놈으로 총무를 속여야 한다. 그래서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공동작전을 펴기로 했다. 친구가 붕어의 윗 턱에 바늘을 단단히 꿰어서 물 속으로 밀어 넣을 때, 다른 친구는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의 라이트가 켜져 있다고 고함을 지른다. 붕어를 달아 놓은 친구는 투덜거리며 주차장으로 가 버리고 없을 때, 옆에 있던 친구들이 입질이 왔다고 또 고함을 질렀다. 주차장이 멀어서 뛰어 와도 늦으니까 총무가 얼른 달려오면서, "누가 대신 당겨 줘!" 고함을 지른다. "다른 사람이 당기면 안 돼!" 우리는 거부를 한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없잖아." 낚시대는 차고 나가 총알이 걸려있다. 결국은 달려온 총무가 붕어를 끌어냈는데, 워낙 바늘을 단단히 걸어놔서 도망가지를 못했다. "대회규정에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면 무효잖아." 우리는 짐짓 1등을 줄 수 없다고 항변을 하고, 달려온 친구는 "야! 내가 달려오는 중인데 왜 당겼어?" 하고 총무를 나무란다. 총무는 난감해 졌다. 1등을 주자니 우리가 반대를 하고, 낚시대 임자는 왜 총무가 당겨서 모처럼의 1등 기회를 놓치게 했느냐고 야단이다. 급기야, 총무는 우리를 설득시키기 시작한다. 우리는 끝까지 반대를 하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승복을 하는 척 했다. 친구는 전축을 상품으로 받아서 마누라한테 자랑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뒤풀이로 전축 값만큼 술을 사고, 결국은 술자리에서 사기극을 실토하고, 총무는 바보 아닌 바보가 되고 말았다. "자동차 라이트가 켜졌다고 할 때 이상하더라." 그 후로 총무는 낚시대회를 열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