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작가
편혜영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다 .
소설이나 시를 쓰는 친구가 아니니 작가일리 만무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좋은 작가였다.
그 친구 집에 가면 책장 가득 세계문학전집이 꽂혀 있었다. 형제 중 막내였던 내게는 언니, 오빠의 학습 관련 참고서로
가득한 책장만 있었다. 흔한 세계문학전집 하나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는 중이었다.
나는 친구 집에서 놀 때마다 힐끔거리며 금박으로 빛나는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았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책은 깊은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어떤 책은 고아의 슬픔이 느껴져다. 내가 서가를 기웃거리는걸 눈치 챈 친구는 세계문학전집을 꺼내어 스스럼없이 빌려 주면서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에게서 빌려 온 책을 나는 금세 다 읽었는데, 몇 장만 읽어도 친구가 책에 대해 한 이야기가 전부 지어 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몰래 도둑질한 물건을 화원 깊은 뜰에 숨겨 놓은 이야기라던 < 비밀의 화원 > 이나, 홍당무를 너무 싫어하는 남자 아이가 그것 때문에
생긴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해 긴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던 < 홍당무 > 도 전부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다 읽고 나면 두 개의 이야기를 가진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내게 < 비밀의 화원 > 의 작가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뿐이 아니다. < 홍당무 > 도 마찬가지다. 쥘르나르 의 이름 옆에는 그 친구의 이름이 나란히 있다.
제목만으로 유추해 낸 사소하고도 소박한 상상이지만, 그 작은 상상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한다. 얘기를 전해 들은 누군가는 자기가 얘기를 짓는다면 어떻게 짓겠다고 상상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내가 < 비밀의 화원>
이나 < 홍당무 > 를 다른 친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궁리했던 것처럼. 그러니 빈약한 독서를 어린아이 다운 말솜씨로 뽐냈던 친구 역시
작가임에 틀림없다. 작가란 이야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사람이다. 그 마음을 움직이게도 하고 한자리에 깊이 머물게도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마음을 만지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면, 그리하여 마음에 파동이 생겼거나 같은 자리를 한참 서성이게 만들었다면
그는 작가다.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도 하고 머물게도 한다. 그러니 실은 우리는 모두 작가다.
이상 좋은생각 ( 소리잡지2, 스마트폰어플 ) 에서 퍼온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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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빠 입니다 ^^
꾸벅~!
휘리릭~~~~~~~~~~~!!!
안출하세요^^
죄송합니다 이러면안되는데 열붕님 책임 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