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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IP : d2f85134de43c40 날짜 : 조회 : 5060 본문+댓글추천 : 0

집사람이 이혼하자 했습니다. 어제 퇴근하자마자 반야월로 건너가 간만에 당구도 한게임 하고, 허리띠 풀고 대포도 한잔 하고... 술집골목을 돌아나와 택시를 타려고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를 올랐습니다. 한칸 두칸 ...마치 계단수를 헤아리 듯 천천히... 조금 많이 취했었나 봅니다. 육교 중간에 멍하니 서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불빛과 행인들을 바라보다 문득 그녀 생각을 또 떠올려봅니다. 이제라도 달려갈까?. 이 늦은 시간 불쑥 찾아가면 그녀는 과연 나를 반겨줄까?. 상념과 갈등이 깊어질때쯤 어떠한 직감이랄까 아니면 영감을 느꼈는지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 옵니다. 여보, 언제와?. 저는 마치 불에 데인 듯 마음이 저려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여보, 많이 마셨어?. 왜 대답이 없어?. 그러고선 집사람도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서 아니, 이제 곧 갈꺼야. 여보, 한 20분쯤 후면 집에 도착할테니 집 앞에 내려와 있을래?. 왜?. 간만에 당신하고 노래 한곡조 하고 싶네.... 응. 알았어. 나도 자기하고 맥주라도 한 잔 하게 차키 두고 내려가도 될까?. 응. 그래라. 택시를 타고 내려보니, 집사람은 벌써 나와 차에서 내리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 자기 좋은데로... 저를 내리고 유턴하는 그 택시를 집사람과 함께 다시 잡아 올랐습니다. 사장님, 오늘 바쁘시네요. 마치 오래전 알고 지낸 사람처럼 택시 기사분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저 또한 씨익 웃으며, 밤만 되면 인기가 많아서요.... 온갖 종류의 음식점과 유흥가가 펼쳐진 시지 공용주차장에서 택시를 내렸습니다. 뭘 좀 먹을까?. 하니 집사람은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술집에 앉으면 소주 2병은 또 기본으로 마실 것을 알기에... 저마다 화려함을 경쟁처럼 빛내는 네온들 속에서 집사람이 저기 가요방갈까 하고 말을 합니다. 아니. 저기 말고 건너편으로 가자. 집사람이 가자고 한 곳은 이미 몇 번 집사람 외에 남자들끼리의 유흥을 즐긴 곳이라 부득이 조금 더 떨어진 다른곳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거의 20년도 넘은 연애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 몇곡과 전국 음치들을 울게 만든 집사람의 노래 몇곡을 참으며 음미하고선 조용히 집사람 잔에 맥주를 채웠습니다. 굳이 말하면 여자의 직감이랄까 소녀처럼 부끄럽게 까불어대던 집사람도 갑자기 조용히 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보, 만일 내가 당신하고 애들곁을 떠난다면 어떡할래?. 집사람은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미 집사람은 뭔가 다른 저의 모습을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고선, 오늘은 취했으니까 여기까지만 말하고 다음에 다시 얘기하면 안될까?. 하고 저를 쳐다 봅니다. 이미 집사람의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아니야. 더 이상은 당신을 속이고 살 수가 없어. 나 사실은 다른 여자가 있어. 그리고 난, 그녀를 버릴수가 없어. 당신보다 먼저 그녀를 만났고, 사실은 어머니께서도 벌써부터 알고 계셨어.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는 그 말에 집사람은 할 말을 잃고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맙니다. 하지만, 저는 더욱 차갑에 집사람을 다그치듯 바라보았습니다. 하룻밤 낚시에도 늘 잠들기 전 내가 보고싶다던 집사람한테 이렇게 배신과 모짐을 안겨줘야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쓰윽 눈물을 훔치고 난 후 집사람은.. 나는 괜찮아. 그렇지만, 우리 가희와 가은이는?. .... 두 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리다 못해 끊어질 듯 아파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잡은 손이 떨려옵니다. 여보. 집하고 저금하고, 아이들이 결혼할 때 까지 매달 300만원씩은 줄게. 어머니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은 애들 앞으로 해 주고.... 이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이미 내게 이렇게 말 한 자기는 내가 잡아도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아. 하지만... 하지만.... 또 다시 집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렇게 말 없이 몇분... 아니 십여분이 흘렀나 봅니다. 뭔가를 결심한 듯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집사람이 저를 뚫어지 듯 쳐다봅니다. 힐끗 쳐다보니 이미 집사람의 눈은 눈물 한방울 없이 매마른 평소의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저는 차마 집사람의 눈을 바라보지 못해 플라스틱 맥주잔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몇일, 아니 몇 달간만 시간을 줘. 애들한테도 아버지를 정리 할 시간을 주고. 그리고, 나를 동정하지는 마. 내가 자리를 잡을때까지 애들 최소한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줬어면 해. 그리고, 나중에 상속이니 뭐니 그 따위것도 필요없어. 당신만큼, 아니 당신보다 더 나 또한 물려받을 것은 있으니까.... 집사람이 먼저 일어섭니다. 그러다 돌아섭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 애들 모르게 만나왔어?. 저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혹시, 내가 아는 여자야?. "으응..." 일순간 집사람의 눈빛과 마음의 무너짐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저 자신을 다잡았습니다. 집사람의 열보남짓 뒤에서 집으로 걸었습니다. 집앞에 도착할때까지 집사람은 어떠한 말이나 흐트러짐도 보여주질 않습니다. 단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으며.... 집사람이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릅니다. 저는 모퉁이에 서서 차마 같이 들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집사람도 많이 많이 아팠을 것입니다. 몇 번이나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이웃의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게될까 걱정을 하는 저 자신이 더욱 싫었습니다. 뚜벅뚜벅 집사람이 제게로 다시 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그여자 이름이 뭐야?. 당신이 알면 더 힘들어 지잖아. 아니야, 이름이라도 꼭 알고 싶어. 바보같은 짓 않을게. . . . . . . . . . . . . . . 오늘 저는 아침밥을 얻어 먹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붕녀” 였습니다. 이혼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3등! IP : 4f52c40a63d8d48
티 많이 났습니다..

월척인의 잊지못할 내연녀는 뻔하니까요.

반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은 프로의 솜씨. 추억의 조행기 시라즈 한번 올려주세요.
추천 0

IP : 54ed521fb9262de
이미 그 사내에 눈빛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비장함이 서려있었으니....

그를 바라보는 그녀 또한 더이상
붙잡을 수없다는걸 알기에 체념한듯
광기어린 남자에 눈을 보며 조용하지만
차가움이 베인 말투로 말했다








"오늘 정출인교? "


선배님 낚이고 갑니다ㅎㅎㅎ

글에서 선배님 연봉과 모친에 재산정도
그리고 유흥을 즐기시는 것과 사는곳
주량마져도 다 파악됐심더^^~
추천 0

IP : 3faaacd3e94e0e2
붕남===붕어님

두 분의 동산 부동산 제비한테 기부 하시고

이혼=찬성 합니다........켁!
추천 0

IP : 85e67447cd951e1
앗따 금호강님 에라이 못된눔아 설마...하며 읽다 반전에~~ㅜ

에잇~~붕녀 엉덩이에 뽀..나하고 사이소~~^~^;;
추천 0

IP : a86522849b642c8
ㅋ ㅋ ㅋ 이럴줄알았어 · · · · 금호강님 맨날집앞 에 낚시가시니 ㅋㅋ 저도반야월인데 나중에순찰한번가야겠군요 ㅋㄷ
추천 0

IP : 333aca2842085ca
ㅋㅋㅋㅋㅋㅋㅋ 중간에
'집사람이 가자고 한 곳은 이미 몇 번 집사람 외에 남자들끼리의 유흥을 즐긴 곳이라
부득이 조금 더 떨어진 다른곳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이거 보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은 했습니다.ㅋㅋ
추천 0

IP : 690c835d05eed72
금호강님
금호강에서 한 번 만납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입니다.

숨죽이며 보았는데......

순진한 이 가슴을 놀래키다뇨.ㅋㅋㅋ
추천 0

IP : e072f379cf6e137
사진속에 다 꽃인데 어떻게 이혼을 합니까??

쭈~욱 행복하십시요~
추천 0

IP : 4f5c891434f94d6
에헤이~~~40대에는 저도 이혼을 수없이 생각했으나
지천명의 나이가 되니 이혼도 귀챤아서 걍~삽니다.

잠시 상념에 잠겨보면서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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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406ec9ed0ddc8f
아~~~참~~깜짝이야~~
놀래키지 마이소 마~~~
아~~~글구 금호강님 취향은 붕녀가 아니라 붕돌이 같튼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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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d5ec35f4e5b51e
깜짝 놀랐습니다. 며칠전에 뵈었던 천마 센터붕어입니다.점심먹고 금호강님의 글을보고
소화가 안되네요.정말로 붕녀라 다행입니다.항상 건강하시고 그날 주신 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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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2c4d307ab1d56f
염장입니다!~~

조기서 한단계 넘어서면 내연여보러 집에서 나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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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d9913fc1f80949
반전이라 생각은 하면서도 엿 같은 욕좀 했심다
아 딸린 어른이 이혼을 하면.. 짐승취급을 하는지라..

점심 자시지 않아도 배부를겝니다 금호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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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85cc4329122472
으따 금호강님요~~
정말 애절하게 봤는데 ^^;
책임지소~~~ 책임 안지면 상상에 맡깁니다. ㅎ
추천 0

IP : 9d36176ade38c42
아씨~~~~~

시껍했네~~~~~~

그럼 그렇지 금호강님이~~~~^^
추천 0

IP : 0116c6c71e8d3e6
아띠. 깜탁이야.
허벌나게 나끼뿐네.
허허 참~~~~~~~~~~~~~~~.
바늘 털기 몸부림 쎄게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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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7eaf7d56640b32
헉!!...

그리고 다행입니다.

글 읽는 중에 분노가 일어나서 다 읽고 나면 뭐라 욕해줄까하고 고민하다가...

붕녀에.......맥 빠지고 갑니다. 그나저나 천만 다행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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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da2cde05c10ac9
언제나 그정도의 비장한 마음은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붕순아~~~~

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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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4212dafef349f9
이혼하시지요 ㅋㅋ
가능한 빨리! 붕녀보러 실컷 다니게 ㅎㅎ
추천 0

IP : a1e6abc1f75fc18
아~~~~~~~~~~~~~~`


쪼매 심합니다^^


근데

순진한척 하는 제가 더밉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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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a28467f0258b8c
이런 닐기링~*에효~

그럼 그렇지 인물좋고 도덕과 윤리가 최우선인 금호강님이 이혼이라니~

차마가 낙낀넹~

참 예쁨니다 제수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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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02703b48c0f150
내연녀... 붕녀땜에 헤어져본 사람으로서 참말로 안타깝게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로 있었던일이라면 이렇게 글 못쓸거라 생각에 낚시라고 생각하며 읽으니 역시네요

그래도 진지하게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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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74998edb07924d
헐!!!

진짜 솔직히 읽어내려가는내내 속으로 욕하면서 읽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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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18bcbe305bb006
앗따
금호강 후배 식겁하네요 !!!!
집합한번 시킬라그러다
붕녀에서__________한숨이
다음에 만날시 각오하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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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68bc09fdcea656
농담이 진담되는수가 날수있으니
그런 말장난은 안하는게
일생을 사는 부부에겐소중합니다,
그런 진짜같은 장난은 또 하지마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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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c8a9fe09a4d278
금호강님 옆에 계셨으면 중간에 귀빵맹이 이백대 때릴뻔 했습니다 ^ ^

제 심장이 쫄깃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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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05ed5da49eb8e1
낚시라는거 중간쯤 짐작하고 읽었는데도
막판에는 스릴이 좀 있었습니더 금호강님...ㅎ
그란데 그 붕녀라는분하고 관계정리 하실거면
저좀 소개시켜 주심 않될까예?
부탁드립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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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fd0f6ce4ac9b84
아;;;;;;;;;;;;;;;;;;;;;;;;;;;;;;;;심각하게 읽었습니다.

댓글에 쓴소리 쓸려고 했는데 ㅎㅎㅎㅎ

완전 반전이 있었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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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bddcc5cc64c52d
이혼보다는 공생이 좋을듯 합니다...

큰방은 사모님, 작은방은 붕녀.금호강님은 거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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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7bc8d31c35c643
시나리오 작가로 나가 봄직 합니다,
구성 자체가 일반인의 글과는 다른점을 발견 할수 있군요,
혹여 작가이심은 또다시 낚시질 당한것이구요
잘보았습니다, 현실감있는 글 재미났습니다, ㅎㅎ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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