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릿흐릿 한게 강한 햇살도 구름에 가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날씨다.
낚시점에서 떡밥을 사고 입암지로 향한다.
처음 가본 양어장에서 총무님은 상류 구석쪽을 추천해주시고 바로 옆 조사님은
구수한 사투리로 반겨주신다.
"제 옆에서 같이 해유~"
"아.. 네.. 제가 초보라 바로 옆에서하면 방해 될꺼 같아서요.. 낚시좀 배워보려고 왔습니다."
"배우려면 더 옆에서 해야쥬.. 입질이 엄청 약해서 찌맞춤 잘해야 되유..."
"...."
나는 그냥 말없이 두어칸 떨어져 앉았다.. 워낙 출조가 적다보니
이것저것 해보고 찌맞춤만 한시간 이상 해볼요량에 분명히 옆 조사님께
방해가 될듯 뻔했기에...
"어제는 저쪽 맞으편 좌대서 미터급 잉어를 걸었는데 20분정도 끌다가 좌대에 감겨버려 낚시대
돌리다가 낚시대가 부러졌네유.. 안봤으면 모를까 바로 앞에서 잉어를 보고 나니까
이거 분이 안풀려서 집에 갈수가 없네유."
"미터 잉어요? 그럼 지금 밤 세고 지금 까지 하시는 거에요? "
"네.. 오늘도 밤 셀라구유.."
"전 여기가 처음인데 자주 오시나봐요?"
"아.. 저는 이동네 살아유.. 요 밑에가 우리집이에유. 허허.."
낚시꾼들은 정말 체력이 대단한거 같다..
지금 내 체력으론 절대 낚시꾼이 될수 없을듯...
채비 준비를 다 하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옆 조사님은 피곤에 못이겨 꾸벅꾸벅 졸고 계신다.
나는 보물1호 테골 두대를 던지고 붕어님을 기다려 본다. 한시간정도 입질이 전혀 없다..
옆 조사님도 입질이 전혀 없는지,
"입질이 전혀없네..더워서 이쪽으로 왔더만 해도 안뜨고 다시 하류쪽으로 가야겠네..
나랑 같이 저쪽으로 가유.. 저쪽은 낮에도 입질 좀 와유.."
'이많은 채비를 다시 옮기라고?'
"아..저는 그냥 여기서 할께요.. 이것저것 해보고 배우는거죠 뭐..하하 "
"배우는것도 고기가 나와야 배우고 입질이 와야 배우는거지, 생각바뀌면 저쪽으로 와요.."
"네. .하하.."
초보꾼인 나한테 장비 옮기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비록 두대만 펼쳤다고 해도 자리 옮기고
다시 대편성 하기까지 한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짬낚시로 잠깐 할꺼기 때문에 더더욱 옮길수가 없었다
2시가 넘어가니 맞은편 좌대가 조금씩 체워진다.. 전부 밤낚시 오신분들이다.
가져간 캔맥주를 소세지 안주삼아 갈증과 허기를 달래본다.
집어제 한바가지를 썻는데 찌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고기가 안잡혀도 지루하지 않고
국방부 시계처럼 어김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내자신이 점점
꾼으로 바뀌어 가는거 같았다.
미동도 없던 찌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낚시대를 걷는다..벌써 4시가 넘었다.
친구와 약속이 있기에 슬슬 채비 정리를했다..항상느낀는거지만 바닥낚시는
짐이 너무 많다. 어쨋든 차까지는 한번에 가야 하기에 양손과 등에 짐을 메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첫 양어장 출조에 입질한번 못받고 가는게 아쉬웠지만 다음번 출조를 기약하면서 입암지를 나선다..
집에서 샤워를 마친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를 만나러 강경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한시간 남짓이니 자주 만나러 간다.
원래 토마토를 주 농사로 짓고 있는데 여름엔 벼농사도 겸해서 도착하니 하우스에 잠깐 일이 있어
하우스에 있다고 한다.
예전에 농사일 도와준적이 몇번있어 하우스로 바로 도착했다..
하우스 장비가 고장이 났는지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면 창고를 왔다갔다 한는 친구놈이 보인다.
"야, 머하냐?.."
"일하는거 안보이냐.."
이런 퉁명스러움이 어색하지 않다. 남자들은 다들 공감할듯 하다..
나는 하우스 이쪽 저쪽을 둘러보는 중에 창고 한 귀퉁이에서 광채가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멀리서 보이는 갈색 케이스가 분명 낚시대였다.
'내가 아는 갈색 케이스는 테골밖에 없다.. 분명 테골일꺼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걸음씩 다가갔다.
가까이서 낚시대를 집어들고 확인 하는 순간 이건분명 테골 이었다.
" 야!.. 이거 뭐냐? "
친구놈은 힐끔 쳐다보더니,
" 낚시대 아니냐? "
오히려 나한테 되묻는다..
" 이게 왜 여기 있냐고? "
" 몰라.."
떨리는 마음으로 낚시대 지퍼를 열었다..
'분명 낚시대가 들어 있을꺼야.. 혹시 농기구 들어있는건 아니겠지?... '
드디어 지퍼를 열고 내부를 확인 하는 순간 이런 득템이...
테골 28대가 광채를 내뿜으며 나를 반겨주는게 아닌가..
혹시 이상이 있는지 낚시대를 펴보고 이곳저곳 살펴본다..
손잡이에 약간 기스가 있을뿐 완전 A급이다..
테골을 셋트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항상 28이나 32를 쌍포로 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득템을 할줄은 몰랐다. 장터에 올라온 테골은 24시간 상주 하지 않는한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기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런곳에서 득템을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 야!. 이거 나 가져간다."
" 그려.."
" 근데 낚시도 안하는 놈이 낚시대가 왜 여기 있냐?"
" 몰라, 나도. 예전에 사촌형이 잠깐 낚시 하긴 했는데 형이 갖다 놨나.."
" 그럼 형 한테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냐?"
" 형도 낚시 안한다.. 그냥 가져가라 "
생각지도 않은곳에서 득템을 하고 저절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낮에 입암지에서 입질 한번 못받은 아쉬움이 테골로 인해 다 씻겨 내려갔다.
내가 처음 5-6 년전쯤에 사촌형한테 테골을 셋트로 받았을때 대충 3~4만원대 낚시대인줄
알았다. 낚시대를 받고 한번도 쓰지 않다가 작년부터 낚시에 심취해서 낚시를 다녔는데
수릿대를 구하려던 중 낚시대 원가를 알고부터 낚시대에 대하는 애정이 달라졌다.
그전엔 낚시 갔다오면 대충 구석에 처박아놓았던거 이제는 꼼꼼이 체크하고 깨끗히 닦아서
보관하는거 보면 사람 마음이란게 참...
역시 돈이 좋고, 비싼게 좋은가보다..
비록 원다가 망하고 테골 인기가 한풀 꺾였다 해도 초보인 나한텐 과분한 장비일 정도도 맘에 든다.
이친구나 나처럼 아무것도 모를때를 보면 분명 전국 어딘가 창고에서 썩고있는
테골이 분명 있을것이다..욕심이 있다면 32대 한대 더 구하고 싶은데...
친구놈 창고를 한번더 뒤져볼까..하는 생각도 들고..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법...
전국에 숨어 있는 테골들이여 나에게 와라~~
---------------------------오늘의 일기 끝 -------------------------------
친구놈 창고에서 테골을 득템하고 기쁜마음에 자게에 일기좀 썼습니다..
전 가입 한지 얼마 안되서 자게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잠깐 재미로 읽어주시고
비가 많이 오는데 다들 안출 워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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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 축탬해보나 ㅠ.ㅠ
글 맛갈나게 잘 쓰시네요 또한명의 작가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 ^
어쨋거나 득템을 축하드립니다.
잘 읽고 가네용.
축축탬 ^^
영준아빠님도 거기 가끔 가셨었답니다.
저도 예전엔 가끔 갔었구요.
우리집에 맨날 굴러 댕기는데.....
대략 20대쯤?
염장글 입니다
좋은 추억이 있으시면 추억의
조행기에도 함 올려주세용
무료분양하신다는 말씀 이시쥬???
하나하나 알아간다는것두 낚시의 또다른 재미이지요,.,
저두 테골 24를 기다리는데,...언제쯤 득탬할련지,,ㅋㅋㅋ
테크노스골드 혹시이건가요?
혹 글쓰시는분이신지?
글을 참 잘쓰시는게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신듯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