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소녀의 집 앞에 이르자 소녀가 소년의 두 뺨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 소녀의 입술이 소년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습니다.
소년의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전에 소녀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리고 없었습니다.
소년은 입술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오니 대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대문을 잠그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다시 대문을 흔들었습니다.
다시 대문을 열고 보니 이모였습니다.
그런데, 스카프를 쓰고 조금 전 그 다리 위에 서 있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소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모방에 불려간 소년은 밤새도록 꾸중을 들었습니다.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만난 것은 다시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였습니다.
가까스로 이모의 용서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학교를 가는 길에 길모퉁이 기왓장 아래에서 소녀의 편지를 집었습니다.
소년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밤 세워 편지를 썼습니다.
썼다가 다시 쓰고 또 쓰기를 하다보니 어느 듯 날이 밝았습니다.
다음 날 학교 가는 길에 기왓장 아래 몰래 두었습니다.
매일 편지를 꺼내오고 다음 날 편지를 써서 넣어 두었습니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밤새워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보고 싶을 때는 사진을 꺼내놓고 바라보았습니다.
겨울방학이 되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이 입시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멀리 큰 도시에 있는 친척집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소년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 후에 소녀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여서 지망하던 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봄방학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이모집에 간다고 말하고 소녀의 집으로 갔습니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담장에는 예전처럼 줄장미 마지막 붉은 빛이 태양아래 불타고 있었습니다.
집는 텅빈 집처럼 조용하였습니다.
마당에 꼬마가 놀고 있었습니다.
고모가 어디갔느냐? 고 물으니, 강가로 손가락질을 하였습니다.
소년은 달려서 강가로 가니 소녀는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돌맹이 하나를 물위에 던지니 소녀는 놀라 뒤돌아 보았습니다.
소녀는 물에 젖은 손을 닦지도 않은 채 달려와 소년을 껴안았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어!"
소녀는 빨래를 끝내 강가에 놓아두고 둘은 강가의 밭둑에 앉았습니다.
나비가 보리 밭 위로 나르고 종다리가 하늘높이 봄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봄마중 나온 아이들이 두 사람을 보고 놀려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이들 눈을 피해 보리밭 속으로 숨었습니다.
소년은 웃옷을 벗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내 무릎을 베고 누워 봐. 하늘이 너무 파래."
소년은 소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노래하며 나래치는 종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햇빛에 눈이 시렸습니다.
"밤새도록 이렇게 누워 잠들었으면 좋겠어."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숙여 소년의 입에 입맞춤하였습니다.
다시 여름 방학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해수욕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소녀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소년이 먼저 입맞춤하고 싶었습니다.
보리를 벤 들판에는 배추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고, 장미꽃이 떨어진 담장에는 푸른 장미넝쿨이 담장을 덮고 있었습니다.
대문안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사람이 살지 않은 집처럼 황량하였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마당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강가로 가 보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멱을 감는 아이들이 물 속에서 뛰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한동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이모집으로 갔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이모가 말했습니다.
"그 애는 오빠가 사업을 실패하는 바람에 멀리 이사를 갔다. 그 얘는 방직공장에 다닌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책상서랍을 열더니 편지 한 장을 내 밀었습니다.
'oo야!
우리 둘 사이에 못다한 얘기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말자.
간혹 그 말들이 하고 싶으면 깊은 밤 혼자서 마음속으로 하면 되겠지.
네 생각으로 설령 잠들지 못하는 밤이 얼마간 괴롭게 온다고 해도
아예 그러려니 하면 세월 속에 잊혀지겠지.
그리고, 아름다웠던 추억들도 세월이 지나면 사진 속의 너의 모습처럼 퇴색해지겠지.
그렇지만, 아마 난 오래 동안 널 못 잊을 것 같아.
먼 훗날 길을 가다가 가족들의 손을 잡고 길을 가는 너를 보면 지금처럼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할게.
부디 행복하기를 빈다.'
소년은 편지를 들고 강가에 가서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강물에 띄워 보냈습니다.
소년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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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파편의 아픔이 같이 밀려옵니다
요글 우리 와이프 보면 나는 쫒겨나는데
글 잘 읽었습니다
한편의 그림이네요. 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세월 참 빠릅니다
왜 그렇게도 잘 맞아떨어지는지.....
안동어뱅이님 덕분에 워리님들
모두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에 웃음짓다가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되었을겁니다....
혹 어뱅이님의 실화 이시길 바래 봅니다..ㅋ~
아름다운 그림... 그 시절엔 모든게 그림이었죠..
지금 애들이 보면 웃겠지만요.. 망티, 육짜 ..웃지마!!! ...
딱 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