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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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

IP : 2da3083dfccedac 날짜 : 조회 : 6138 본문+댓글추천 : 0

그날이었다. 콩떡밥이나 깻묵이나 겨우 갤 줄알았던 내가 미끼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배운 때가 500원짜리 막대 찌로, 5호 붕어 바늘과 목줄 원줄에 대한 개념도 없이 무작정 대나무낚싯대를 들고 저수지를 찾아 간 것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렇게 다들 낚시가 시작되는 거였다. 낚시가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정점에 도달할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들을 스스로 깨부수기가 얼마나 힘드지에 관해서 몇 번의 시행착오와 빈번한 출조와 그 무엇 보다 산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근의 나의 채비는 먼 길을 돌아서 어느 정도 나 자신의 확신에 따른 '옥올림채비'이다. 고부력 찌만을 고집하며 소위 떡밥낚시를 위한 예민한 저부력 찌를 그저 지나간 날의 추억쯤으로 취급했던 오류들 발사찌와 카본찌 사이에서의 고민과 범람하는 채비들 사이에서 고민은 흡사 금방 현실로 나타나는 조과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카본 원줄과 합사, 모노줄 만큼의 채비 변화에 따른 고집을 꺾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개구리 올챙이 시절 다 흘려 보내고 무겁고 진중한 원봉돌 채비를 우습게도 나의 낚시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나의 낚시에서 동물성 미끼보다는 콩과 옥수수등의 식물성 미끼가 주를 이루었다. 그것은 폭이 매우 좁은 낚시를 할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배웠던 낚시에 대해 바꾸지 않으려는 고집은 찾아가는 저수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변화를 모색해봐야 했지만 그것은 참 거추장스러운일이었으니까 '야야! 그깐 고기가 뭔 대수라고......' 항상 우리가 손쉽게 내뱉는 말이 되곤한다. 낚시란 분명히 대상어가 존재하는 저수지를 찾아 단 한 번의 찌올림이라도 보기 위해 채비를 준비하고 미끼를 달고 장 시간 작렬하는 태양과 밤이슬에 몸을 태우고 적시는게 분명하다면 그 말은 이율배반이다. 물고기를 놓아주고 방생하며 자연에서 힐링하는 자체는 그 이후에 따르는 부가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낚시는 대상어가 사는 곳에 찾아가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든 의미의 가장 첫 시초니까 말이다. 그랬다. 사실 부들이 근사한 작은 둠벙, 대물이 살고 있는 곳, 하룻밤에도 손 맛을 진하게 볼 수 있는 곳, 나만의 비밀터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곳, 진중하고 묵직한 찌톱 뿌리까지 올려주는 환상적인 찌맛이 가능한 곳, 고민도 잡아내고 괴로움도 물리쳐 개운한 마음으로 즐겁게 발 길 돌릴 수 있는 곳 분명 낚시인들 모두가 꿈꾸는 낙원이고 판타지이다. 나의 지나온 나름의 채비, 월척을 만나기 위한 몸부림, 생태여건의 변화가 스스로 굳건하게 가졌다고 자랑하면서 한번도 그 고집과 문제를 꺾어보지 못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나는 이제 둠벙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둠벙은 작은 물웅덩이로 풀이된다. 요즘 월척에서 이슈가 된 개인 땅을 사고 연못을 만들기 위해 개간한다는 이야기를 스치고 지나면서 들어본 기억이 월님들도 갖고 계실 것이다. 다른 곳에서 고기를 잡아 풀어놓았고 나만의 손맛터로 가꿀 것이라는 부러운 희망들, 둠벙이란 그렇게 시작 되었을 것이다. 큰 비로 인해 자연 발생적인 웅덩이가 계곡을 흐르며 모인 물을 가둔 것이 저수지가 되고 댐이 되고 저수지를 만들면 가물치, 잉어,붕어는 꼭 넣는다는 말과 함께 자연이 허락하고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들이 낚시꾼에게 선물한 기회들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이 추억의 조행기를 지금 적고 있다. 물길을 따라 이동하고 저수지로 넘어온 물고기들 그들은 그 저수지의 환경에 적응하여 수많은 시간을 보내며 각종 자연환경의 변화를 고스란히 이겨내고 토착화한다. 저수지의 물이 말라도 강인한 생명력은 물론 끊어지지 않는다. 그런 생명의 원천의 힘은 생태 환경에 대한 스스로의 적응력이다. 그런 의미로 비유하자면 낚시인인 우리 조사님들에게 생태환경은 인터넷이라는 계곡을 통해 원천으로 흐른 샘물이 흐르고 고여 물웅덩이가 된 월척사이트에 모이게 된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거대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월척 사이트는 둠벙의 하나인 것이다. 아끼고 아끼며 출조하는 한 개인의 비밀터가 될 수 있고 큰 비에 무너미를 넘어가 다른 낯선 곳으로 떠나가도 충분히 환영 받을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둠벙에서 다른 모든 것들이 잊혀지고 사라졌을 때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그 분들 역시 아름답다고 끝마무리로 남기고 싶었다. 지속 가능한 일이란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금방 싫증을 내고 고속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머물고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선택권을 우리는 모두 쥐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 ' 만날 때 떠날 때를 염려하지 않는 것처럼 떠날 때도 만날 때를 염려하지 않는다'. 고 하신 한용운 시인의 거자필반 회자정리로 늘 거창하게 시작하여 어느 순간 앞뒤 꼬여버린 의미들에 대해 월님들의 사려 깊은 배려심을 바래 보면서 이번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