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에 마주 보이는 집은 세채가 있었다.
양쪽 두집은 마당에 잡풀이 나었지만, 세간들이 그대로인 걸로 봐서는
가끔 사용하는 고향집 정도로 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가운데 정면으로 마주보는 집은 깔끔히 정리되어 있구 다른 두집과는 다르게 저수지쪽으로
낮은 뒷담만 있어 마당이 그대로 트여 있었다.
너무 까까운 거리라 사람을 마주치면 좀 난처하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치는 순간,
방문이 비꺽 열리며 마루쪽으로 사람이 나왔다.
여자였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 난처할까 싶어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당을 지나가는 시루엣을 곁눈으로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단아한 키에 마른몸매 흐트러짐 없는 걸음 걸이, 쉽게 볼수있는 시골 아낙의 뒷모습은 아니었다.
어떤 여인일까?
몇 살정도 먹은 여인일까?
예쁠까?
하는 궁금증도 일었지만 모처럼 발견한 마음에 드는 포인트인데 서로 불편하면
오래 지속하긴 어려울거 같다는 걱정이 더 강하게 들었다.
낚시대에 탐색차 지렁이를 끼워 투척을 했다.
역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탓인지 아직 해가지지 않은 시간대 인데도 일곱치 여덟치들이 정신없이 낚여 나온다.
예신과 본신이 분명한 입질,
잔입질없이 중후하게 찌몸통까지 올려주는 입질과 평지형 저수지 붕어 특유의 당찬 힘을 느끼며,
좋은 포인트를 발견했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캐미를 끼우고 미끼를 새우로 교체하여 밤낚시에 돌입했다.
다행이 건너편 집은 불도 켜지지 않았고 인기척도 없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입질이 해가 완전히 지고 짙은 어둠이 밀려오자 다시 시작되었다.
다소 굵어진 씨알의 붕어들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처음엔 정갈한 찌올림과 마릿수 손맛을 즐겼는데, 입질이 지속되자 다소 긴장도가 떨어졌다.
새우망을 건져 손가락 굵기의 굵은 새우들만 골라 미끼를 교체하고 나니 입질 빈도수가 현저히 떨어진다.
한시간 정도 제대로된 입질을 받지 못하고 툭툭 건드리거 살짝 들었다가 놓는 입질만 지속된다.
작은 새우로 교체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우측 2.5칸대에서 예신이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예신과는 조금 다른 중후한 예신이었다.
온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며 찌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 대는 밤에 투척이 어려운 수초가 밀집한 작은 구멍에 새벽까지 놔둘 요량으로
채집된 새우중 가장 큰 새우를 끼워 놓았던 대였다.
오를듯 오를듯 오르지 못하고 한참 애를 태우던 찌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저항도 망설임도 없이 일정한 속도로 한없이 솟아오르는찌.
끝없이 오르던 찌가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쉿’
힘찬 챔질과 함께 강렬한 저항이 전해졌다.
미처 대도 다세우지 못한채 엉거주춤한 상태로 놈의 힘과 낚시대 힘의 균형을 맞춰주며
버티기에 들어 갔다.
엄청난 파워였다.
한참을 방향성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휘저어 가며 힘을 써대던 녀석이
우측 저수지 본류대를 방향으로 힘껏 힘을 쓰기 시작한다.
한계를 넘어서는 힘에 낚시대가 뿌걱뿌걱 뿌러질듯 신음을 한다.
당장이라두 채비나 낚시대가 터져버릴거 같아 놈의 힘에 맞서 싸우지 않고
낚시터의 휨세를 유지한채 옆으로 뉘운 낚시대를 물속에 넣어줬다.
슝슝 소리를 내며 낚시대가 놈의 탄력을 받아주니
놈의 힘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참의 실갱이 끝에
놈도 지쳤는지 서서히 힘을 빼며 낚시대가 이끄는대로 딸려 나오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놈이다.
가슴은 두근 거리고 시선은 놈을 끄집어 올릴 장애물이 없는 자리를 고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순순히 딸려 나오던 놈이 엄청난 힘을 쓰며 다시 본류권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너무 순순히 딸려나와 낚시대의 탄력을 풀어준 탓인지 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며
이미 제압할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음을 직감한다.
‘툭’ 놈은 그렇게 가벼렸다.
물속을 다 헤집어 놓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다. 4호 원줄이 터져버린 것이다.
얼마나 격렬했던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손이 부르르 떨린다.
놈을 제압하고 피우는 담배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랜만에 맛본 힘겨루기의 여운이라 감미롭다.
첫 싸움은 나의 패배였다.
원줄을 약하게 쓴 것이 패인이었는지 아니면 낚시대의 탄력을 느춰준것이 잘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패배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제 처음 이 비밀의 정원을 발견 했고, 놈과 나는 이제 겨우 서로의 힘을 가름해 봤을 뿐이었다.
길게 냄품는 담배연기가 파리하게 어둠속으로 빨려들어 갈때,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 느낌은 뭐지?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건너편 집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넘고 있다.
놈과의 힘겨루기에 몰입되어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는거 조차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수지 쪽 건물 측면에 뚤려진 사람 키높이의 작은 창에 불이 켜졌다.
따뜻한 백열전구의 불빛이 반투명 쪽창의 유리를 통해 번져 나온다.
그리구 반투명의 유리창으로 가끔씩 사람 두상이 비춰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샤워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인이 알몸으로 서있다는 생각을 하니
묘한 자극이 생겨났다.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는 어느정도인지도 모르는 낯설음에 상상의 한계는 있었지만
머리속엔 자꾸만 실체없는 여인의 나신이 그려지며 몸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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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잊고 좋은글 많이 연재해주세요!^^~
잼나게 보고갑니다
3부 기대됩니다. 낚시와 여인네.
3부에서 밝혀 지나요? ㅎㅎ
혹여 귀신은 아닌지요 ㅎㅎ
꾼들은 바람쟁이,,ㅎㅎ
글 쓰시는 재주가 탁월하십니다
어디 공모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붕어우리님..
그나저나..좀 길게 적어주시면 안될까요? ㅠ.ㅠ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않고 그녀에 이야기
가 쏙쏙들어옵니다
갈때까지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낼 기다릴께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워도 될라캅니다
집사람이 고마워할거 같네요
다음편으로 후다닥 갑니다...ㅋㅋ
폭염날씨에 더 죽것네요 ㅎ
재미있네요
3 부로 바로 달려갈랍니다
제발 그여인이
할머니가 아니기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