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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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밤, 너무나 밝은 달!!

IP : 6b459625ca9f00d 날짜 : 조회 : 9167 본문+댓글추천 : 8

지금은 정확히 언제 였는지 기억이 가물 하네요.

십수년 전 30대 후반이었을 때 입니다.

7월 어느 토요일 오후 아침부터 내리는 비로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비가 어느정도 그치길 기다리며 낚시대를 정비 하고 있었습니다.점심먹고 마침 비가 어느정도 그치길래 자주가는 가까운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조금 일찍 저수지로 향했기에 평소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중류권 생자리 포인터로 이동해서 기대에 부풀어 낚시할 자리 다듬고 낚시대 펴고 낚시를 시작, 간간이 7~8치급 붕어를 몇수 하곤 저녁이 되기전에 얼른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낚시를 시작 하였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해가지자 다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여 파라솔 펴고 주위 정비도 다시하고 본격적인 밤 낚시에 돌입하는데 왠걸 비가오는 밤인데도 달은 왜 그렇게 밝던지 "참 날씨 요상하다" 하며 혼자 생각하곤 낚시를 계속해 보지만 찌는 미동도 없고 지겨운 시간만 보내다 밤이 깊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에 정리를 하려 하는데 가운데 제일 긴대에서 예신이 오더군요.

꼬물거리던 찌가 좌측으로 움직이더니 물속으로 쑤욱 빨려들어가 힘차게 챔질!! 묵직한 손맛에 "최소한 허리급은 되겠구나, 어라 근데 붕어 움직임 하고는 조금 틀린데..." 아니나 다를까 꺼집어 내보니 거북이, 그것도 등판 지름이 30센치는 되어 보이더군요. ㅋ~~ 바늘을 깊이 삼켜 목줄을 자르려 하는 순간 거북이 배가 뒤집어 지는데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오더군요 .허연 배에 빨간색 페인트로 영숙(한자로)이라는 글씨가... 후덜덜...

제법 규모가 있고 산중턱에 있는 저수지라 필시 사연이 있는 거북이라는 생각에 속으로 연신 "미안하다"며 거북이에게 사과를 하고 정성스레 억지로 바늘까지 빼서 다시한번 "미안하다" 며 속으로 수십번을 되뇌이며 다시 돌려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낚시할 기분도 안나고 철수를 하려고 의자에서 일어나 한발짝 옆으로 이동 하는데 누군가 내뒷덜미를 턱하니 잡아버리는 겁니다. 너무 놀라 그자리에서 바싹 업드려 또다시 거북이에게 미안 하다며 수십번을 빌고 다시 조심스레 일어나는데 또 뒷덜미를...

그길로 기다시피해서 낚시대도 다팽개치고 집으로 달려 왔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거실 쇼파에 앉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느듯 날이 밝아 왔지만 혹시나 하는 맘에 바로 낚시대를 찾으로 가지도 못하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를 앞세워 낚시대를 찾으로 갔습니다.

멀리서 보니 다행히 누가 다녀가지는 않은것 같은데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가까이 갈 수록 다리가 떨리더군요. 좀 있다 앞서간 친구의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려 무슨 일인가 가보니 이런 젠장 ???. 분명 낚시 시작하기 전에는 없었던 썩은 나무가지가  비가 계속오니 물을 머금고 그 무게로 밑으로 쳐져 있었던 겁니다. 의자 바로 옆으로 서서 그 상황을 재연 해보니 몸을 살짝 비트는 순간 그 나무가지가  내 옷에 착 걸리더군요.

참나! 거북이만 바늘에 안걸렸어도, 거북이 배에 영숙이라는 글자만 없었어도 뭐지 하며 돌아 봤을텐데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십년 감수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추억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렇게 몇자 적어 봅니다.^^

우리님들 항상 안출 하시고 즐낚하시며 어복충만 하시길 빕니다.


IP : ea79f9ff9f0e9c7
좀 더

하다가 가라는 뜻이였네요.



5짜 나온다고

영숙이가 고맙다고

잡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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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9688f7116d0ec5
거북이 장생하는 동물이니 방생한 사람이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자기 혹은 누군가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 같네요(이건 순전히 제 생각).
독조하다가 이상한 거북이 낚고 나뭇가지에 목이 몇 번씩이나 걸렸다면 패닉이 올 것 같아요.
낚시고 뭐고 다 팽개치고 철수한 거는 당연한 것이고 다음날 친구까지 앞세워 갔다니 그날의 사태가 이해가 가네요. 재미있는 것보다 무서움이 더한 해프닝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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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9d8dfa055baa32
어두운 밤에 혼자 낚시를 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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