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3
선생님 책상으로 한걸음씩 내딛을때마다 나무바닥은 다음상황을 알려주기라도하듯 심하게도 울어재낀다
양철 태두로된 책상모서리의 찬기운이 손바닥의 땀들과 어울어져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심호흡을 위해 목을 빼 들었다
창밖 거미줄에 대추벌이 걸렸다
지금의 나처럼
날개칠때마다 끈끈한 거미줄에 사지가 더 엉킬 뿐이다
....
주인없는 거미줄인가?
....
발버둥치는 벌은 운좋게 빠져 나간다
"후~~"
목구멍으로 쓸어담은 긴장된 공기를 책상위로 뿌렸다
선생님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안경과 함께 책상위로 내려 앉았다
화가 많이 났다는걸 벗어버린 안경으로 대신한다
따듯한 10월의 햇살을 등진 선생님의 까만 머리위로 조용히 흐르는 먼지는 나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달콤하고 향긋한 좋은냄새가 난다
교탁위의 선생님과는 다른 포근한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닥쳐올 불방망이질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떨림이다
하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올린 선생님의 팔이 허공으로 올라가고 조용히 반짝이는 먼지들의 흩어짐에 선생님의 머리카락도 한올한올 흔들렸다
이내 나의 눈동자도 흔들린다
....
"엄살 부리지말고 일어나!"
흑장미의 표독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빨리 안일어나니!"
"아직 한대 남았어!"
카랑카랑해진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용한 교실 구석구석을 메아리친다
흑장미의 내음에 취해 네대나 맞았나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책상을 부여잡은체 무릎을 꿇고있다
두근거리던 심장,달콤한 선생님의 내음은
흑장미의 가시에찔려 연기처럼 사라진다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마루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은 종아리가 아파서라기보다 잠깐의 달콤함을 집어삼킨 흑장미의 독가시 때문 인지도 모른다
아파서흘리는 눈물이라면 소리라도 지를터
기절하듯 주저앉은 내모습에 다음차례를 기다리는 녀석들도 놀란듯하다
"다음 반장 나와! 넌 좀있다 마져 맞고"
흐름을 끊어버린 나의 눈물에 재촉하듯 뱉는 목소리
아프다
....
주저앉은 나를 발견하고부터 종아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설수도 없고 만질수도 없는 상황
무릎으로기어 자리를 비켜주었다
조금전까지의 두군거림이 종아리로 흘러 뜨겁게 고동치고 있었다
흑장미의 매서운 대뿌리가 교실을 울린다
꿋꿋하게 다섯대을 다맞은 영례.
엄살이심한 녀석들의 괴성.
몇차례의 타작끝에 종아리를 비비며 과하다 싶을정도로 절뚝이는 아이들은 자기자리를 찾았고
난 마지막 남은 한대를위해 다리에 힘을주어 일어섰다
종아리가 숨을 쉬는것 같다
귀 뒤로 불끈거리는 맥박에 마추어 종아리는 뜨거운 숨을 내쉰다
양팔에 체중을 실어 매달리듯 책상을 움켜잡았다
아프다 ....
아파서 죽을것만같다
차라리 아버지에게처럼 손이라도빌며 이시간을 모면하고 싶을정도다
은근슬쩍 아이들의 돌아봄이 약이오른다
이후부터 울보라고 놀림을받을생각을하니 더 서러움이 치민다
왈칵쏟아지는 눈물이 떨어짐과 동시에 책상과 선생님의 안경에 흔적을 남긴다
앙다물고 마지막 한대를 기다리는 종아리는 부들부들 떨려왔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다친다"
나의 눈물때문인지 선생님의 목소리톤이한층 낮아졌다
한대만 참으면 된다 한대만...
속으로 마지막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허공을 바라본다
조리개가 천천히 피사체를 찾아가듯
일렁이는 뜨거운 눈동자는 공기중 무언가를 찾고있다
거미
....
..
이번엔 제대로 걸렸나보다
창밖 거미줄의 주인이 대추벌을 잡아 열심히 실을 풀고있다
익숙하고 재빠른 손놀림의 토기장처럼 하얀실뭉치는 빙글빙글돌아가며
발버둥치던 대추벌도 포기했는지 이젠 움직이지도 않는다
"반장!"
"자습하고있어"
선생님은 한대를 남겨놓고 안경을 집어든다
"넌 따라와"
언제나 쥐고 다니던 대뿌리를 책상서랍에 넣고 뒷문을 향하는 선생님
"떠든사람 이름 칠판에 적어둬"
자리를 비울땐 항상 하는 말이다
엉거주춤 선생님을 따라 교실을 나설때
한껏 나를 놀리는아이들과 뒤돌아서 칠판 귀퉁이에 '떠든사람'이라는 글씨를 적고있는 영례의 모습은 많이 대조적이었다
복도를 앞서는 선생님의 벌걸음이 무겁다
가끔 선생님이 뒤돌아 볼때면 잠깐씩멈추는 나의 발걸음
그럴때마다 나는 선생님의 시선을 애써 외면 하게되고 목이 꺽어지도록 떨군시선은 서너발 앞서는 선생님의 슬리퍼만 보며 따라걸었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라도 마주칠까 얼른 눈가를 훔치고는 조용히 선생님을 따르는 나
...
계단을 내려와 1 층교무실을 지난다
"드르르륵"
네모난 레일위를 지나는 도르레의 마찰음에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을따라 들어선곳은 다름아닌 양호실이다
달리기시합때 넘어져 양호실을 처음 접하고 두번째다
바닥을 끄는 선생님의 슬리퍼 소리에 이끌려 텅빈 양호실로 들어섰다
공장에서나 볼법한 싱크대와 이런저런 집기류, 사무용책상뒤로 시력측정도구와 표지, 그리고 보건소에있는 구색마추기식 간이침대가 놓여있다
"침대위로 올라가 엎드려봐?"
의자에 기대 앉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선생님의 목소리가들려왔다
"괜챦아 어서 올라가서 엎드려"
침대앞에서 머뭇거리는 나에게 재차 독촉하는 선생님의 미간이 살짝 이그러진다
침대를 오르기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서야 종아리에서 일이난줄 알게되었다
쭈그러진 누런 면바지위로 스며나온 빨간 핏자욱
침대를 오르는 동안 터져버린 종아리가 그 어느때보다 아파온다
쿠션이없는 딱닥한 침대위로 매마른 양호실의 공기가 코를 자극한다
양호실 벽을향해 고개를 돌려없드려 있지만 선생님이 내옆 가까이 와있다는걸 알수있었다
바지가 조심스럽게 발목위로 졎혀지는 느낌이왔다
종아리에 붙었던 바지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어제 집에서 회초리 맞았니?"
.....
분명 예 라고 하면 왜맞았냐며 물어볼것이다
난 아무말없이 그냥 벽만 바라보고있었다
"선생님에게 말하지 그랬어?"
"안되겠다 "
"엉덩이 들어봐"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도모르게 엉덩이가 올려졌고 선생님은
바지뒷춤을 잡아 허벅지로 끌어내렸다
가슴이 고동친다
침대가 흔들릴정도의 고동이 가슴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심장의 고동은 머리끝에서 신체의 끝마디 구석구석까지 전해져 나의몸을 빳빳하게 경직시켰다
"찰싹~"
말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선생님
엉덩이가 흔들렸다
"힘 안빼니?"
긴장속에 움켜쥔 침대보가 눈앞에보여서야 경직된 몸도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터진 종아리에 엉겨붙었던 바지가 의자에걸렸다
두줄의 핏자국이 어렴풋 보인다
그래도
터지기전 종아리의 억제된 아픔보다 터진이후 해방된 아픔이 한결 편안했다
운동장을 돌던 바람이 양호실 안으로 시원함을 불어준다
따끔거리는 종아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선생님의 머리칼이 허벅지를 간지럽히고
이따금 바람에날린 머리칼에서 향긋한 복숭아향이 퍼지듯 다가온다
팬티한장으로 가린 엉덩이를 보이고 있으려니 여간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것도잠시
나는 어느새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선생님의 달콤한 향을 찾고있었다
선생님은 무슨 비누를 쓸까??
엄마나 또래 여자아이들 과는 다른 냄새가 나의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듯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뜨거운 종아리위로 시원함이 밀려온다
다시 경직되는 몸
"조금만 참아~ 소독하는 중이니까"
오그라드는 발가락과 손가락은 해방이후 찾아오는 당연한 고통일뿐 참지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복도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기시작했다
저학년들이 양호실을 지나치며 나를 향한 곁눈질들을 한다
선생님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엎드린 자신이 쪽팔리고 부끄러웠다
"선생님...."
소독하던 솜뭉치가 종아리위에서 멈추었다
"응~말해봐"
그리고 다시 움직이는 솜뭉치
종아리언덕을 쓸고 지날때마다 하얀 거픔을 일으키며 응고된 피의흔적을 지워간다
"커텐좀 ...."
다시 멈추는 솜뭉치
소독액 한방울이 종아리를 시원하게 타고 내린다
핀셋이 스텐 소독함에 떨어지는소리에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핀셋 때문이라기보다는 소독하던 선생님의 비위를 건드린것 같아 움찔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선생님은 한동안 미동이 없다
분명히 내뒷통수가 따가운걸보면 눈에서 광선이라도 쏘고있을 것이다
한번의 흔들림과 슬리퍼가 바닦을 쓸고간다
"촤라락"
연한 하늘색 커튼이 힘찬소리와함께 복도와 양호실을 단락시킨다
귓전을 울리던 복도의 어수선 함도 저학년들의 의아한 눈빛들도 나의 부끄러움과 올라가는 입꼬리를 볼수없게 됬다
긴장이 풀린탓인지 나른해져온다
침대보를잡고 눈을 감은체 엎드린 양호실에는 나와 선생님
단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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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바꿔야 할까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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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또 기다립니다 ~~~
잘 봤습니다
옛생각이 절로 납니다.
글쏨씨가 장난이 아닌데요?
저에게 기다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