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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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추억 5

IP : 18542f412cf76e2 날짜 : 조회 : 5420 본문+댓글추천 : 10

아버지와의 추억 5  아버지의 늦은 귀가로 9시가 조금못되어서야 식탁에 앉았다 할머니께서는 이미 따로 식사를 하시고 주무신다 평소 거실에서 상을펴 식사를 했었지만 오늘은 할머니가 주무셔서인지 부억식탁에서의 단촐한 식사다 종아리가 쓰린 나에겐 거실바닥보단 식탁이 다행스런 저녁이다 냇가에서 잡은 다슬기국, 케일잎,연뿌리,김치,막장이 전부다 "아빠.." ... "와~" 밥상위를 오가는 아버지의 손놀림과는 달리 난 아버지와의 숟가락질을 피해 조심 스럽다 "내일 영례도 같이 낚시가모 안됩니꺼" 아버지의 숟가락이 다슬기 알맹이를 건저내다 잠깐 멈췄다 "같이 가자했나?" .... "예..." 숟가락은 다시 다슬기를 한숟 퍼 아버지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하루 자고 오낀데 영례 저거엄마도 그래라 카더나?" ..... 내일 낚시가 일박을 하는줄은 몰랐다  또한 영례도 어머니의 허락을 받지못한 상황이어서 대답할수가 없었다 "아빠가 안 묻나? 머하노?" 김치그릇을 더 채우시던 어머니가  나즈막히 말했다 "그거는 ...내일 물어 바야 하는데예.." ...... "국만좀 더 퍼바라~ 글고 내일 영례엄마한테 니가 물어바라" 아버지는 어머니께 국그릇을 내밀며 대신 말하라고 하신다 다시식사는 이어졌다 아버지는 다슬기국을 비우고는 밖을 나가셨다 "흠~~~~퉷!!" 안에서 식사를 하든 말든 상관없는 뱉음에 밥맛이라곤 없다 어머니와 남겨진 식탁위에서의 식사는 한결 가벼웠지만 밥숟가락만큼은 한없이 무거웠다 꼬깃꼬깃 눌러모은 밥알을 숟가락에 퍼올리고 김치와 국을 입에가져갔다 "행님 안보고싶나?" 뜨겁지도 않은 국을 후~ 불고 입에가져가시는 어머니 당신의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 하신다 "하~이고~ 공부는 잘 하는긴가 모리겠네~" 구들장이 내려앉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것 같았다 저녁내 어머니의 걱정을 한귀로 흘리기만 했다 식사를 마칠무렵 아버지는 커다란가방두개를  들고 현관을 들어서신다 하나는 탠트가방임에 분명하고 또다른 하나는 낚시가방 같아보였다 거실에 퍼져 텐트가방은 한쪽구석으로 밀쳐졌고 낚시가방은 거실 중앙에 위치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여름휴가때 부산작은 삼촌이 아버지께 선물로 드린거라하셨다 부억을 나와 아버지와 일정한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앉았다 양호실벽을 기댓던것처럼 거실벽에기대 무릎은 굽힌다 낚시가방안은 아버지가쓰시던 낚시대와 삼촌에게서 받은것으로보이는 긴 장대들이 보인다 누가봐도 쓰던걸 선물이라고.... 하지만 아버진 선물이라고 받은 장대에 손이먼저 간다 짧고굵은 대보다 가늘고 긴 장대들을 마른 걸래로 연신 닦으시는 아버지의 얼굴엔 평안하고 표현이 안되는 웃음이 있었다 내일 낚시에대한 기대일까? 아니면 낚시를 준비하는 것 자체의 즐거움일까 가방엔 낚시대중 유독 만지지 못하게하던 낚시대도있다 헝겁에 쌓여 밀봉하듯 리본으로 묶여있는 곧은 대나무 여러개를 꼽아 쓰는 일명 대나무낚시대  기존 낚시대와 비교했을때 길이도 짧고 거추장스런부피에 사용할일도 없어보였다 "이거 뿔라가꼬 느거행님 마~이 맞았다" 한참을 낚시손질에 빠졌던 아버지의 첫말이다 당시를 회상이라도 하듯 손가락으로 마디마디를 짚어간다 아직도 기억이 또렸하다 형이 아버지몰래 대나무낚시대를 사용하다 부러뜨린날  아버지는 그리 자랑스러워하시고 칭찬만 하던 형을 하루종일 벌 새운적이있다 "이거는..나도 안써 본긴데...." 아버지는 말꼬리를 흐리시며 헝겁으로 대나무낚시대를 쓸어내리기만 하셨다 "내일 그걸로 낚시하모 안됩니꺼" ...... 무슨 용기로 꺼낸 말일까? 눈치만 살피던 내입에서 나도모르게 멈추지않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다 "숙제 없나??" "다했으모 들어가서 일찍 자라 ~ 내일 낚시 할때 졸아사치 말고~" ..... "예..." 아버지의 흐려진 얼굴빛에 혹여나 한소리를 더 들을까 자리를 털고일어났다 내방 문을 닫기까지의 짧은 걸음뒤로 아버지의 한숨소리 가들린다 "딸깍" 형광등스위치를 눌렀다 초크다마의 불꽃이 잠자는 형광등을 깨우려하지만 눈만 꿈뻑일뿐 일어나려하지않는다 "딸깍딸깍" 재차 스위치를 눌러도 반응이 없다 몸을돌려 방문손잡이를 잡았다 아버지께 형광등을 갈아달라고 할까? 어쩔까?.... 그냥 잘까........ 고개를 떨궈 거실의 아버지와 가상현실을 그려본다 ......... 깜깜한바닥 방문틈을 파집고 기어들어오는 거실빛이 눈에 거슬린다 거실바닥에 놓여지는 낚시대의 소리,낚시가방을 뒤적이고 니퍼의 날카로운소리,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흠~~~" 삐죽나온 윗입술 위로 솜털을 가르는 시원한 콧바람 긴~ 내쉼을 뒤로 방바닦에 누었다 캄캄하고 고요한... 혼자라는 고독을 즐겨본다 동공의 팽창으로 서서히 주위사물의 형태를 알아갈 즘  천정에달려있는 형광등의 꿈벅임도 그간격이 점점 길어져간다 형광등에 붙은 "번개표" 라는 글자를 읽었을때였을까? 마지막 이란걸 알리기라도하듯 잠깐의 빛을 발한후 이내 꺼져버린다 영례는 엄마에게 허락을 받은걸까?? 식사때 아버지께 꺼내긴했지만 반기는것 같지는 않으셨다 내일은 낚시를 간다 소풍가기전의 두근거림이랄까  혹시나 비가오진 않을까  아버지와의 낚시보다는 영례와의 낚시에 더 초점이 맞춰져 내일의 기대가 더설랜다 샷시창 밖으로 어슴프레 보이는 가로등빛이 옆집 지붕을 흔든다  "바람.....?" 다른 날같았더라면 이름모를 곤충들이 어지럽게 날고있을테지만 오늘밤은 하루살이 한마리 보이지않아 걱정이다 몸을 일으켜 책상위에 엉덩이를 깔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등이 눈동자에 자리를 잡는다 전봇대를 부여잡은 전선들의 울부짐이 내마음 같은지 주먹에 힘이들어간다 하늘은 맑다  가로등 빛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뛰엄뛰엄 빛나는 별들이 뒷산에 숨어있는 수정마냥 반짝인다 "하나님!" 난 처음으로 기도란걸 했다 주일마다 교회 예배당에 과자먹으러 다니며 다같이 두손 조아려 하는 기도가 아닌 뜬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다 "바람쫌 안불게 해주~이소" "내일 영례하고..... ...... 아빠하고... 낚시 갈낀데 .... 바람쫌 .... 그라면 숙제도 잘하고... 교회도 잘나갈께예" ..... ... "아맨" .... 교회 전도사님 기도처럼 거룩하지도..형식도 갖추어진 기도가아닌  절대자께 조건을 걸어가며 기도를 했다 내기도를 비웃기라도하듯 가로등의 기울기가 심해진다 삐죽한입술로 책상을 내려왔다 아버지는 여전히 낚시대를 손질중인지 거실바닦을 두드리고있다 가끔씩 들리는 초릿대의 낭창임  아버진 뭔가를 털어내는지 계속해서 입바람을 분다 "아... 라디오" 갑자기떠오른 라디오 어두운 가운데 책상서랍을 뒤져 어른 한뼘만한 라디올 꺼냈다 라디오 몸통만큼이나 큰 후레쉬용 건전지가 라디오와 함께 딸려나온다 조심스럽게 창가에 올려두고 안테나를 뽑았다  만화영화에서나 나오는 소리가 채널을 돌릴때마다 잡음과 섞여 나온다 특별히 찾는 채널은 없었지만 그나마 제일 깨끗한 주파수를 마추고 다시 바닥에 누었다 기타소리에 이어  노래가 흘렀다 "창밖의 별들도~외로워~ 노래부르는 ~밤~ 다정스런 ~그대와 ~ 얘기 나구고 싶어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 내일 날씨나 알아볼냥으로 라디오를 켰건만  내키지않는 방송이 선택됬다 하지만 다시일어 서서 채널을 돌리거나 날씨방송을 찾고 싶진 않았다 라디오에선 가수들의 대화가이어졌다 "거짓말재이" 여자가수의 간질거리는 말이 스피커를통해 나올때 선생님이 떠올랐다   종아리도 진정이되어가는지 이불을 감아도 자리를 뒤척여도 죽을것 같지도 않다 방안을 흐르는 스피커의울림속에 나는 자꾸만 양호실에서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햇빛에 부서지듯 날리는 하얀블라우스의 굴곡진 실루엣 .... 심장 박동소리에 맞춰 목과 어깨가 들썩이는듯 하다 이건 뭐지? 이불을 감아서 죄여오는 느낌이라기보다 심장이 방안 공기를 다 빨아 들이는 듯한 이느낌 그리고 금새 그 공기를 배출해야 하지만 뭔가에 막혀 답답함이 온몸구석구석을 팽창시킨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감았던 이불을 걷어찼다  아픈종아리의 통증도 잊어버린체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니 미열만 있을 뿐 답답함에 바지를 벗었다 달랑 팬티와 티하나를 걸치고 다시이불위를 누었다 라디오에선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 나온다 "해가뜨면 찾아올까~ 바람불면 떠날사람 인데" 이지연이다  반여자아이들이 자주 부르던 노래라 익숙해진 멜로디가 흐른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가로등을 흔드는 세찬 바람아 내마음을 움직이는 뜨거운 바람아 제발 멈춰라   이불위에서 대자로 누어 라디오의 가사에 마춰 작은 소리로 따라부른다 뜨거워진 내몸을 흔드는 바람아... 흙내음을 뿌리던 운동장의 돌개바람아... 양호실의 내허벅지를 쓸어주던 검은 머리칼 바람아 ...... 점점내려앉는 눈꺼풀이 쿵쾅이는 심장소리에 들썩이는듯하다 ......... ... 안경을 내려놓은 하얀 손가락이 ... 뜨거운 내이마를 짚어주며... .. 다가온다.

2등! IP : 450b7392f5e36c7
마치 황순원님 의 “소나기“ 를 읽는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계속 연제해 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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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2e811e3969e1d6
아련한 추억의 한페이지를 들춰보는듯하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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