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쫓기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벼가 꽃을 피웠다가 벼알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하는 벼이삭을 누르면 우유처럼 뿌연 물이 나오는데, 이때쯤이면 참새들이 놓칠세라 떼를 지어 덤벼든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 때로는 하늘이 까맣게 떼를 지어 날라 다니다가 논에 앉으면 삽시간에 벼알을 까먹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이때는 참새쫓기가 농촌의 일과가 되었지만 쉴 틈이 없는 농촌이라 새보기는 나이 많으신 노인들이나 아이들의 몫이다.
물론 허수아비를 논마다 세워 두었지만 이미 간이 큰 참새들은 허수아비가 저희들 쉬어가라는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고 머리 위에 올라가 재잘거린다.
아직도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논 가장자리에 새막을 짓고 깡통을 두들기거나 대나무 장대에 깃발과 깡통을 달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새를 쫓았다.
후여~~ 후여~~
훠이~~ 훠이~~
우리 논에 오지말고 강 건너 부잣집 김첨지 논에 가거라.
참새도 약을 대로 약아서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가고,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도망가고...
산골논이라 폭보다 이랑이 길어서 뛰어 다니기가 여간 힘이 들지 않는데, 만약에 졸음에 겨워 깜박 졸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농사를 망치게 되므로 부모님에게 혼이 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새보기는 지겨운 일이었다.
늦더위에 땀띠가 나서 온몸이 가려워 옆에 있는 시냇물에 풍덩! 뛰어 들고 싶지만, 만약 그 사이에 참새가 떼거리로 오면 큰일이기에 전방에서 보초를 서는 초병만큼이나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래서 떼기를 만들었다.
떼기는 볏짚으로 처녀의 댕기머리처럼 두발 가량 땋아서 그 끝에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 껍질을 두 뼘 정도 꼬아 내리고, 다시 마지막 끝에는 삼베를 만드는 대마초 껍질을 꼬아 내리면, 인디아나 존스가 들고 다니는 채찍과 비슷하게 된다.
이 떼기를 어께에 매고 논둑이나 바위 위에 올라가 빙빙 돌리다가 갑자기 스넵을 주면서 내리치면 딱! 하고 소리가 나는데 요즈음 새를 쫓느라 쏘아되는 총소리 만큼이나 크게 난다.
좁은 산골짜기가 찌렁찌렁 울리기도 하였으니 참새들이 놀라서 도망을 가므로 깡통이나 허수아비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또 바위 위에 올라가 채찍을 휘두르듯 떼기를 휘두르면 신이 나서 좋았다.
여기 저기서 딱! 딱 소리가 나면 듣기도 좋았고, 더위도 참새도 물러가므로 우리는 신나게 떼기를 휘두르며 여름을 보냈다.
지금도 떼기를 휘둘러보고 싶다.
간혹 잘 못 휘둘러 떼기가 얼굴을 때리면 채찍을 맞은 것처럼 부어오르지만 논둑에 올라서서 한번 멋지게 휘둘러보고 싶다.
낚시를 하다보면 어디선가 탕! 탕! 총소리가 난다.
참새나 까치를 쫓느라 농부들이 쏘는 총소리다. 요즈음은 자동도 있단다.
지금 벼가 익어 가는 논길을 가다보면, 떼기를 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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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지 몰겟네!
곳에 따라 다르긴 해도 새 쫒는 방법엔 새끼 줄로 논 위로 얼기 설기 엮어
몇 군데는 깡통 잉경을 달아 당기면 소리도 나고 줄이 움직여
왠만하면 모든 새들이 다 달아나지요.
지금은 수입 한데나 뭐나 하면서 농사도 짖지 못 할 판이고 보면 쯧쯧쯧......
구닥다리 표 좀 그만내야 겠습니다려.
참새 쫒는 모습만 보았는데...
떼기로 참새 쫒는 방법도 있었군요.
근데 대나무 총은 또 뭔지 모르겠네요?
맨날 사촌 여동생들한테 체면 안 서고 했는데 ㅋㅋㅋㅋ
그래도 때기 하나는 잘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만들 자신 있구요
추석이 다 되어가니 어뱅이님 글에서 추억이 소록 소록 베여 나오네요
그래도 그때가 재미있었는데 가을에는 먹을게 산에 들에 지천이라.. 머루,다래,
어름, 똘배, 밤, 감, 메뚜기, 피래미, 가재, 등등,,,
그때가 그립습니다
http://www.yeawonworld.co.kr/yeawonup/허수아비자료/ch12.jpg>
http://www.chosun.com/gallery/doll/image/inhyung8.gif>
우물에 등목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난 공군 단기사병(방위)들....
활주로에 참새때쫓는
이야긴줄 알았더니만 ....ㅎㅎㅎ
기역속의...추억이군요...
저도 도시에서 잘아서...
어떻해 생겼는지...궁굼하군요...
비늴하우스 다 찢어놓고 땅콩 다파먹고.......
까치 나쁜눔~~!!!!
대나무 총 쏘고 싶지요.
요즘 참새들은 뭘 먹고 사는지?
논에도 앉지 않더라고요.
수파님!
늙은이는 늙은이 대로 경륜이 있는데,
요즘 어느 정당에서는 6짜는 물러가라고 한다네요.
우리도 곧 물러 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추억이나 씹으며 살아야지요.
낚시터에서는 정년이 없으니
찌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녀야지요.
낚.선님!
글마다 리플단다고 수고가 엄청 많으십니다.
입큰붕어에 가면 나끄리라는 전문 리플꾼이 있는데,
낚선님과 형님, 아우 하겠습니다.
매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그네님!
떼기치기도 쉽지가 않아요.
얼굴에 맞으면 채찍 맞는 기분입니다.
연습에 연습을 해야....
앞치기만큼이나 힘이 들지요.
사또님!
요즘 참새는 겁도 없어요.
예비군복을 입은 허수아비도 가지고 놀아요.
귀신 허수아비는 내가 봐도 무섭네...
와아님!
활주로 새를 쫓는 것도 주특기가 있나요?
그럼 공군에 문관으로 채용할지도 모르는데....
참새는 어뱅이가 잘 쫓습니다.
혹 그런 거 있으면 연락부탁합니다.
정년후 아파트 경비보다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모두 추석 잘 쇠십시요.
함 구경해봤으면 싶군요
추억여행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전 새총쏘며 참새쫒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