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대할 당시에만 해도 나가기만 해 라 이쪽으로 보고는 오줌도 누지 않을
거다라고 했지만 그게 그렇지 않았다. 아무렴 군대보다야 힘들지 않겠지 라
고 생각했던 사회생활은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았다. 모든 것이 경쟁이고 실
적이라서 고단하기가 그지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
도 전우애라는 것이 있었고 잡아먹을 듯이 각박한 경쟁이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꿀떡 같았다. 더구나 재대한 지 꼭 10년이 되는 재작년에
는 그리운 마음이 내가 군 활 했던 그 , 서해안의 파도처럼 밀려와 견딜
수가 없었다. 군에 있었다면 월동준비를 다해놓고 황량한 바다만 바라보고
있을 11월의 금요일 저녁에 계화도 를 향하여 막무가내 그렇게 떠났다.
빨간 완행버스를 타고 가노라면 흙먼지 날리던 간척지의 길은 매끈한 포장도
로로 바뀌어 있었다. 휴가나 외출을 나오면 명절에 처갓집 가듯이 의례이 빠
지지 않고 들리던 부안의 매산리, 일명 매미집! 군화 끈 푸는 시간보다도 짧았던
그 시간!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딱 한번만 더' 하다가 배 위에 주름
이 축축 잡힌 여자로부터 욕만 실컷 들어먹었던 기억....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말년에 빠져서 그랬겠지만 귀대 길에 들렀다가 그 방에다 군번줄을
벗어 놓고 귀대를 해 버린 것이었다. 여기서 밝히긴 뭣하지만 다시 그것을 찾
는 데까지는 사연이 좀 복잡했다. 매미집의 밤 풍경은 그 때나 별 변함이 없었다.
다음날 열 번의 계절이 바뀌도록 내 청춘이 머물렀던 해안초소로 가 보았다.
잔뜩 기대했던 그 곳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군인들은 떠나고 초소는 폐
허가 되어 쓰러져 가고 있었다. 차라리 오지 않음만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었지만
이제 다시는 생각나지 않을 것을 위안으로 삼고 그렇게 돌아오고 있었다.
함양IC에서 빠져서는 만추의 정취를 누리고 싶어 대충 방향만을 잡아서 시골
길로 들어섰다. 물론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막 첫서리를 맞은 빨간 감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제법 높은 고갯길을 오르며 내려본 한
쪽으로 자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었는데 누군가 대를 담궈 놓고 있었다. 예
상보다 하루 빨리 돌아오는 길, 갑자기 그놈의 물병이 도졌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조사는 인근 마을에서 온 듯한 백발의 노인이었다. 검
은 대나무로 만든 손잡이에 칸 반도 채 되지 않을 짧은 대 하나만 펴놓고
있었지만 손때 묻은 낚싯대는 조악해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찌가 물위에 나
와 있는 것도 여느 물가의 동네 낚싯꾼 과는 달라 대번에 관심이 같다. 내가
곁에 온 것도 모르는지 시선은 그대로였다. 가끔은 나도 낚시에 몰입하여 있
다가 옆에 온 구경꾼 때문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다가가면서 낮
은 인기척을 내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어르신 좀 됩니까?"
"따문 따문 올라오네요" 역시 시선은 앞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살림망 구경 좀 해도 되겠습니까?"
"월매 잡지도 몬핸거로..."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살째기 들어보다가는
기절할 뻔했다. 모두 월척이 넘는 붕어들로만 수 십 마리는 족히 되도록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의 기대감이란.... 낚시에 대한 지식도 별 없을
시골 노인이 짧은 대 하나로만 저토록 많이 잡았는데.... 황금터를 찾았다
는 황홀함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약간 떨어진 곳에 나도 바로 대
를 폈다. 늦가을의 짧은 해가 산중에 자리한 작은 못에 어둠을 내리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세 대를 펴고 한 시간 남짓 낚시하도록 피라미의 입질
만 여러 번 받았을 뿐 붕어 입질다운 입질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 사
이 노인은 여러 마리를 더 추가했다. 시야가 희미해질 시간이 되자 노인은
낚싯대를 챙겼다. 푸드득 소리에 놀라 바라보니 잡은 고기를 모두 풀어 주고
있었다. 나도 잡은 붕어를 좀처럼 집에 가져가는 법은 없지만 노인과 같은
조과 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인은 떠나가 버렸다.
자리 탓을 하면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쏜살같이 노인이 하던 자리로 옮겼다.
조과에 대하여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마디로 꽝 수준이었다. 앞서 하던
곳처럼 피래미 등살은 없었지만 붕어가 붙지 않았다. 손바닥 보다 적은 붕
어 두 마리가 꼬박 밤을 새운 조과의 전부였다. 오기로 버틴 밤이었다고 하
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날이 새면서 어제 밤에는 없던 피라미가 성화였다. 모락모락 오르는 물안개
를 보고 있노라니 밤을 새운 오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궁금함이 생기기 시작
했다. 노인은 어떻게 피라미를 피했을까? 어떻게 그런 탁월한 크기의 붕어로
만 그렇게 많이 잡았을까? 일단은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따뜻한 햇살이 도
는 아침 시간을 노려보기로 했다. 역시 피라미의 잔치였다. 포기하고 대를
접으려는데 제방을 따라 누군가 오고 있었다. 어제의 그 노인이었다. 나를
보더니 먼저 빙긋이 웃는다.
"많이도 펴놨구먼"
"안녕하세요?"
"피래미가 많이 붙을걸세. 이걸 한번 뿌려보게" 노인은 누런 신문지에 돌돌
말아왔던 무언가를 내밀었다. 특이하게 느끼한 향이 코를 찔렀다.
"산초 수피(樹皮) 말린 가루일세"
"이게 피라미를 쫓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우리가 제피, 지피라고 말하는 초피나무와 아주 흡사하지. 나무의 생김새
나 잎 모양, 열매까지도 거의 닮았어. 물론 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이쪽
지방에서는 난디라고 부르지"
"추어탕에 넣어먹는 초피는 잘 알고 있고 산초나무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어
떻게 구분이 되는지요?."
"초피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자루 기부에 가시가 한 개씩 달려 있는 것이 다르
지. 그리고 성숙한 열매는 초피가 2분과(分果)되는데 반하여 산초는 세 조각
으로 갈라지지. 무엇보다도 향이 영 딴판인데 초피는 약용 또는 향미료로 사
용하고 수피(樹皮)를 전피라고 하며 물고기를 잡는데도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 내가 자네에게 준 것은 산초나무의 겁질인데 가시가
없는 민산초라야만 고기를 쫓는 효과를 볼 수 있지" 대단한 발상의 차이였
다. 붕어낚시를 함에 있어서 어떡해서든 우리는 고기를 불러모을 생각만 했
지. 선별적으로 모은다거나 아니면 모두 멀리 쫓아놓고 필요한 놈만 오게 해
야겠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터였다. 노인의 말은 계속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초피나무껍질은 그 독으로 고기를 잡고 산초나무 껍질은
고기를 범접치 못하게 하는 약효가 있지. 특히 잔챙이들에게 효과가 크게 나
타나지" 내가 받아든 것은 껍질을 바짝 말려서 빻은 가루였다.
"그냥은 바람에 날려서 던질 수가 없을 것이고 흙과 같이 개어서 채비의 부
근으로 던져 넣어야 할걸세" 믿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결과는 바로 나타났
다. 피라미의 입질이 뚝 끊인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노인에게 있었던 것처
럼 월척급 붕어뿐 아니라 일체의 잔챙이 입질조차도 없었다.
"작은놈들을 내쫓는 약인데 큰 붕언들 좋아야 하겠는가? 별도로 큰놈들을 불
러모아야지. 요는 이래. 물고기를 쫓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물질들에 큰놈
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상대적으로 멀리 도망가는 것이야. 그런데 민산
초 수피가루에만은 반대더란 말이지. 작은놈을 더 멀리만 쫓아놓을 수 있다
면 문제는 아주 쉽게 풀릴 수 있지. 가까이 있던 큰놈들을 다시 모이게 하
면 되지 않는가? "
기대를 듬뿍 담은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옅은 미소만 띄고
더 이상은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다른 그 무엇
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 분위기에서는 더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난 반 백년을 연구했네. 다음에 또 이 길을 지나갈 날이 있거들랑 내려다보
고 내가 있으면 들리게. 내가 배우거나 자네가 배우거나.... 다 인연인 게야"
그 다음주에 작은 소류지를 찾아갔다. 노인을 만나서 한 수 배우러 갔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그러나 노인은 없었다. 준비해간 약으로 피라미
는 쫓았지만 역시 붕어는 만날 수가 없었다. 일요일 해가 중천에 떠도 노인
은 나타나지 않았다. 12월초까지 주말마다 그 짓을 반복했지만 번번이 허사
였다. 연말연시의 다망함으로 잠시 잊은 것이 양지바른 물가에 자리잡은 버
들강아지가 망울을 터뜨리도록 이어졌다. 초봄터로 알려진 장척지에서 수양
버들 가지의 늘어짐을 보면서 그 소류지에도 수양이 한 그루 갸름하게 서 있
었던 것을 떠올렸고 노인을 기억해냈다. 일주일 후 그 소류지에는 산중의 낮
은 기온 탓으로 아직 휑한 몰골을 하고 있는 수양버들 아래서 낚시를 하고
있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설레고 두근거리는 가슴이야 사상터미널
구내다방에서 첫선을 볼 때와는 비교도 아니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다가갔다.
"지난겨울은 잘 지냈는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어르신을 뵈러 몇 번 왔더랬습니다"
"공연한 짓을 했구만. 때가 되면 다 만나는 것인데.... 허허허" 얼음장같은
물 속에서 따름 따름 걸어내고 있었는데 그 덩치의 붕어를 떡 주무르듯 했
다. 마치 사납게 으르렁거리던 개가 개장수 앞에서 주눅이 들어 꼼짝 못하
고 딸려오는 그런 모양새였다.
"자네는 젊어서 구하기가 수월할 게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할망구 한데서 그게 나오지 않은 것이 벌써 30년도 넘었지, 아마. 대
신 요새는 사정을 잘 아는 우리 할멈이 막내 딸애 것을 얻어다 주는데 난 그
것을 사용하고 있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
"여자의 월경을 말하는 것이야. 산초에 민감하여 멀찌감치 도망갔던 피래미
나 잔챙이는 걱정 없고 상대적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얼쩡대며 접근하지
않는 큰놈들을 유혹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어" 노인은 나와의 작년 끝매듭
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고 고마웠다.
"어떻게 사용합니까?"
"우선은 그것이 더럽다는 스스로의 선입견부터 완전히 버리게. 그것은 생산
의 근원에서 비롯된 것이야"
"알겠습니다"
"이는 뭐 특별한 사용방법이 없어. 그저 떡밥에 그 냄새가 어느 정도 배이게
만 하면돼.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구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니
라는데 있지"
"그럼 어떻게 해야합니까?"
"월경이 있을 때, 그것으로 황토를 개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황토를 조
금 떼서 그것을 물에다 풀은 다음 그 물로 떡밥을 개는 거야"
나에게 있어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비전(秘傳)이었지만 그날은 그것으로 끝이
었다. 하기야 우리가 낚시를 함에 있어서 다분히 제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는 큰 문제가 없었다. 고기를 내쫓을 비법과 불러모을 비법을 다 터득했는
데 무슨 문제랴!
그 다음부터는 내가 노인을 만난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위에서 말
한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필요를 느낄 때 노인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바로 노
인을 만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배운 바를 필드에서 즉시 검정
을 하였고 그 결과는 특출했다. 그 이후 노인에게 전수 받은 내용을 소개하
면 이렇다.
"한겨울 붕어들의 움직임이 둔하고 입질이 약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크게 다를 것은 없어. 앞서 배운 대로 우선 작은놈을 일단 먼저 내쫓고 큰
놈은 불러모아야지. 허지만 불려온 놈들도 겨울을 타기 때문에 겨울에 하는
그 천성은 그대로 하고 있겠지"
"채비 부근에 붕어가 놀긴 하여도 역시 취이활동은 둔하고 약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그놈들이 왕성히 놀리기 위해서는 물을 덥혀주어야지"
"예?"
"물 속에 별다른 냄새를 풍겨서도 안되고 물의 탁도를 변화시켜서도 안되는
거야. 그러면서 붕어가 여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
"가능한 일입니까?"
"어렵잖은 일이지. 바로 뜨겁게 구운 돌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네. 난 집에서
구워서 가져오네만 물론 자네처럼 멀리 갈 때는 현장에서 구워야겠지. 뜨끈
뜨끈하게 구운 돌을 채비가 떨어지는 곳에다 던져놓으면 두 세 시간은 거뜬 해"
"금방 원래의 수온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는 실제로 수온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거
든. 열을 품은 뜨거운 돌이 떨어지는 순간 물 속에서는 상당한 온도 차이로
채비 근처에 수많은 기포가 일게 되는데 압점으로 감각을 느끼는 붕어는 그
것을 여름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야. 그렇게 느낀 육감에 몇 시간은 도취되어
있는 것 같아. 내가 경험한 바로는 틀림없이 여름의 활성도로 움직이더란 말일세"
"그러면 한겨울에도 여름의 시원한 찌올림을 볼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를 말인가"
"요즘은 중층낚시라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나도 들어보았네"
"붕어낚시의 즐거움이 오로지 손맛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
까. 떠 있는 미끼를 먹는 놈들이 무슨 시원한 찌올림을 보여줄까?"
"다른 대안이 있는지요?"
"떠다니는 놈들을 제 본성대로 바닥으로 가게만 하면 될 것 아닌가?" 또 다
른 발상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뜬 놈이기에 뜬 채비로 잡는 것이 아니고
그놈들을 원래 본성대로 돌려놓고 잡는다는 말이었다.
"익모초라고 들어보았는가? 이는 사람의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바가 있는데 한방에서는 심장에 관계된 신경이상,
불규칙한 심장 고동을 내리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히스테리나 불
안 등 정신적 부분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약초이지. 즉, 생명의 신
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사용하여 붕어를 원래의 습성으로 돌려
놓는 것이야. 물론 원래부터 천성적으로 바닥에서 떠다니며 먹이를 먹는 족
속들에게는 해당이 안되겠지."
"익모초를 어떻게 사용합니까?"
"잎, 줄기, 꽃, 뿌리 전부 다 쓸 수가 있어. 이것은 꽃이 피는 7-9월에 채집
해 그늘에 말려놓았다가 고기가 뜬다싶어 필요할 때면 채비에서 제법 멀찌감
치 포기 채로 던져놓아도 되는데 이는 효과가 다소 더디게 나타나지. 그래
서 마른 잎만을 부스러기를 내어 황토에 개어 던져 놓으면 빠르게 효과를
볼 수가 있지"
"보름달이 뜨면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달의 인력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물론 달의 인력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간만(干
滿)의 영향을 받는 바다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민물에서는 그게 아니
라고 생각한다네. 가령 먹구름이 꽉 끼여 그믐같이 어두운 보름날은 어떻던
가? 낮이면 밝고 밤이면 어두워야 하는 자연의 섭리까지는 알고 있는 붕어
란 놈들이 달이 점점 밝아져 보름이면 훤해지는 것까지는 적응을 하지 못하
는 것이야. 바다의 방파제에서는 가로등이 있어도 낚시가 잘 될 수 있지만
민물의 밤낚시에서 훤하게 불을 밝히고 낚시를 해봐, 잘 되는지?"
"달 밝은 보름에도 훌륭한 조과를 올릴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붕어가 생각하는 밝고 어두움은 어디까지나 물 속의 상황을 기준
으로 한 명암이지. 따라서 물 밖이 아무리 훤하다고 해도 물 속만 어둡게 해
주면 되는 거란 말일세"
"어떻게 말입니까?"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는 등뒤에 고목 같은 것이 있어 채비가 닿는 데까지
그늘이 끼면 좋겠지. 그러나 그런 자리는 실제로 많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
야. 따라서 수면 위에 인공적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연잎 같은 것으로 몇 장 던져 놓으면 어떨까요?"
"그 방법도 가능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아무리 고여있는 저수지의 물이라
하더라도 흐르지 않던가? 흐르는 연잎을 따라다니면서 채비를 던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럼 물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 무엇을 넣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처마 밑에 있는 말벌의 집이야. 그것을 태워서 재를 구하고 다시
물에 풀어서 사용하는 방법이야. 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빛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고 벌에서 비롯된 동물성 기름이 있어 물과는 쉽게 붙지를 않지.
그리고 자기들끼리도 붙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수면에 둥그스
럼하게 쫙 펴져서는 그 원이 별 변동 없이 달이 넘어가도록 족히 그러고 있
지.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결속력이 약한 부분이 일부 떨어져 흘러갈 수도
있고. 일부는 물에 녹기도 하지만 대여섯 시간은 문제가 안되지. 제법 큰 벌
집 하나를 태운 가루는 약 3되의 물에 희석시킬 양이 되는데 같은 길이의 낚
싯대를 붙여서 사용하면 두 대를 편다하더라도 5홉만 떠서 채비가 던져질 위
치 위에 뿌려놓으면 된다네.
그 후로도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여러 달에 걸쳐 계속하여 찾아갔
으나 노인을 만나지 못했다. 환절(換節)이 극심하던 작년 10월말에 노인을
만나기 위해 언덕을 오르던 중 단촐하게 나가는 상여를 볼 수 있었다. 그 상
여의 주인공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노인
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컨데 붕어가 아니라 내 마음의 잔챙이를 쫓아놓고 큰마음
만 불러모으고 명암을 조절하고 싸늘한 가운데서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
는 비법을 묻고 싶은데 이제 그 노인을 만날 수 없다.
출처 - http://wonja22.blog.me/2000794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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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읽은듯한 ^^
ㅎㅎ
안출기원하고요 늘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군제대 10년이면 저랑 비슷한연배시겠네여 ^^
위내용이 사실이라면 낚싯방에서 월경황토도 팔아야겠네요ㅎㅎㅎ
그러면 가짜도 나올테고ㅎ
재미있는 글입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