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7-8년전 7월 초.
단골 낚시점 주인에게 급보가 날라 온다.
“지금 추소리가 터졌응께 빨리 가보슈!!!”
대청댐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추소리가 터졌다는 소릴 듣고 설레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추소리에서 다들 한두 번 이상의 대박 추억이 있을 테니까...
일을 하는둥 마는둥하고 두어시간 일찍 ‘나 스스로 업무끝’을 선언한 후 (=땡땡이)
애마를 몰고 추소리에 도착하였다.
배터는 이미 소식을 듣고 온 꾼들로 북적댄다.
추소리 포인트는 대개 배로 진입해야 하며, 배는 한 사람의 독점이고(실제로는 두 집이 있으나
한 분은 농사를 겸하는 분이라 낚시꾼 수송은 잘 안함)
그 배주인의 입담(뻥)과 고집은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물론 손님들에게 좋은 조황을 위해서라고 좋게 생각하지만,
아무튼 손님들은 배주인이 내려 주는 근처에 앉아야 뒷탈이 없다. ㅋㅋㅋ
여우골과 청벽, 청벽 맞은 편 등 주요 포인트는 예약(?)이 끝나 자리가 없다며,
내가 탄 배에 태운 7-8명을 여우골 좌측 집터에 반 강제적으로 내려 준다.
“여기가 오늘 대박 자리입니다. 여기서 하면 후회 안해요.” 예의 뻥을 쳐 가며...
자리에 관계없이 조황이 좋을 것이라는 예감에 배에 탄 사람들은,
일단 배에서 모두 내려 저마다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해지기 전까지는 탐색전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모두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밤낚시에 돌입하였다.
그해는 봄 가뭄이 심해 붕어들이 산란을 못하다가 최근 내린 큰 비로 아마도 첫 산란을 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산란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앞받침대까지 와서 푸덕대는 붕어들을 보며 나도 참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자손 번식을 위해 저 고생하는 것들을 잡아내겠다니...
고기는 엄청나게 많았다.
정말 물반 고기반이다.
조금 있다가 증명되지만...
그러나 입질은 없다.
밤 12시까지 7-8명 모두 입질 한 번 못 받았다.
그러던 중 한사람이 뜰채로 고기를 잡아 보겠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놀구 있네" 하며 하던 낚시를 계속했는데...
그 사람이 채 10분도 안돼서 한 마리를 건져 낸다.
얼핏 보기에도 4짜가 넘어 보이는 떡을...
그리고 연속해서 건져낸다.
양어장에서 뜰채로 고기 잡으려는 실없는 사람들은 가끔 봤어도 댐에서 뜰채로 고기 잡는 것은 처음 봤다.
그걸 처음 본 느낌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소리없이 뜰채를 편다.
마치 낚시를 위해 낚시대를 펴듯이...
그리고 그때부터 기상천외한 낚시가 시작되었다.
뜰채로 잡는 4짜 떡붕어들...
대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뜰채가 휘어진다.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 자신이 발견한 비법을 옆사람에게 알려 준다.
“뜰채를 그냥 휘저으면 안돼.
뜰채를 살며시 수초에 붙이고 조금 있으면 입질이 와.
그때 잽싸게 채면 돼“
나는 차마 뜰채 낚시에 참여하기가 뭣해서 그냥 구경만 했다.
이렇게 해서 밤 1-2시 경부터 나를 제외한 6-7명이 나란히 앉아 뜰채 낚시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벽에 보니 나만 꽝이고 적게는 10수 정도에서 많게는 20-30수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사짜급 떡으로만...
내 기억에 낚시대로 잡은 것은 한 마리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웃어 주고 넘어가려 했는데...
고기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었던지 한사람이 자기 일행에게 “나 투망 있어”한다.
“그래 그럼 투망이나 치자” 하면서 일행 셋은 투망을 칠 채비를 한다.
그러자 옆의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짜증을 낸다.
고기잡는데 투망을 치면 어떻하냐고...
순간 ‘뭐 묻은 놈이 뭐 묻은 놈 나무랜다’ 라는 속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피식!’ 하는 헛웃음과 함께...
그들은 좀 미안했던지 백여미터 아래로 내려가서 투망질을 한다.
두어시간 투망질을 하고 오는데 파란 보조가방 세 개와 살림망 두 개를 가득 채워 온다.
내가 고기 잡는 사람 욕할 바는 아니지만 ‘그럴려면 애초부터 투망질을 하지 왜 새벽에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럭저럭 아침이 되어 철수해서 배터에 도착했는데 배터에는 그날 아침 낚시하러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사람들이 우리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조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 배의 조황을 가리키며 떠벌이 선장은 입에 침을 튀겨가며 떠든다.
“보쇼, 이 대박을. 내 언제 거짓말 하는 것 봤수, 여러분들로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대박입니다. 어쩌구저쩌구....”
많은 사람들이 자리, 미끼, 입질 시간대 등 우리 일행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만 누구하나 시원스레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내 눈치를 보나? ㅋㅋㅋ)
할수없이 돌아서며 내가 한마디 해줬다.
“뜰채는 가져 오셨습니까?”
이 글은 제가 다른 사이트에 한 번 올린 적이 있는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다른 곳에서 보셨더라고 신고식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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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군요....ㅋ
다행이 토종이 아니고 떡이라 개인적으로 맘의 위로를 해 봅니다......ㅋㅋ
월척 싸이트에서 뜰채로 건진 월척 타령하시네.........ㅎㅎ
암튼 재미있게 즐감했습니다....
소생은 조력 30년이 넘었으니 리플답니다.
그나저나 먼 고기를 잡아야 조행이야기가 나올법인데.....^^
추억이 담긴 경험담 또 부탁드립니다
참..... 사람의 욕심이란...
내자가 왜 실없이 웃냐고 하네요...
그래서 난 뜰채를 아예 안가지고 다닙니다유..
반가운마음에 그냥,,,댓글 한줄만 달아봅니다.
잘읽었어요.
초보가 아니신듯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뜰채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이부분에서 푸하 하고 웃음이 터집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제 닉네임도 거기서 따온것이지요 공주의 청벽대교도 있지만요
대략 7~8년전이면 혹시 여우골에 200명 정도 앉았을때 아닌가 모르겠내요
밤에 장대비 오고 끝치자 마자 새벽에 여우골 초입에 아는 형님이 마대자루 2자루 하셨을때 같군요
담날 입소문에 200명정도 들어 왔는데 아마도 낚시로는 올꽝이던가 마대로2자루 하신분이 대박이 아니고
추소리 박사장님이 대박이였지요
감회가 새롭내요
올해도 장마철엔 추소리 청벽으로 오시면 청벽(人)을 만나실수 있을겁니다 ^^
다음 조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아에 어부가되거라짜쌰들아~ 참보기안좋은 장면이었습니다 첨엔 머라했지만 한명두명동참하니
아군보다 많아진 적군땜에 더이상 어쩔수없이 보고만 있었던 ,,,,... 낚시꾼의 수준문제로 각성해야할일입니다
재미있는글이네요...
사실 뜰채로 붕어를 잡는게 하도 신기하고 어이가 없어 올린글입니다.
가끔씩 옛추억을 올리도록하겠습니다.
추신: 산아래에서님, 그 영붕이 맞습니다 ^^
x붕에서 몇년전에 자주 뵈었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오늘넘재미있게 보는글이 너무많네요
에제글은 입질하는데 오리공중부양 ㅋㅋㅋ
잘웃다가요 안출하세요
재미 있네요
예전에 대청댐 가두리 생각이 납니다
댐 주변에 차가 많이 주차해 있다하면 볼것없이 가방들고 내려가 빈자리 찾아 대를 폈죠
차가 많다는 것은 향어 가두리가 터졋다는 것 이니까요
시장통 저리가라 할 정도의 낚시인파가 가두리를 포위하고
여기저기 악악 대면서 쪼아대는 조사님들 뜰채들고 설치대는사람등 가관이었지요
뜰채 안가져 와는데...
웃고 갑니다 영붕님
뜰채를 살며시 수초에 붙이고 조금 있으면 입질이 와.
그때 잽싸게 채면 돼“
여기서 넘어갑니다 ㅋㅋㅋ
로또 조행기입니다 재미있는글 올려주셔서감사합니다^^&
언제나 안출하시고 꼭~뜰채 준비하시길~~~~
마대 몇장준비 했슴다.
보는내내 재미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좀 퍼가서 제가 몸담고 있는 낚시 카페에 올리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마땅치 않으시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뜰채대면 대박난다...ㅋㅋㅋㅋ
횡재를 하신것 같네요. 헌데 또 다음에 가서도 그리하시면 안될텐데.......
글을 자세히 읽어보시면 저와는 상관없는 글이라는 것을 아실것입니다. ^^
긍데 뜰채로 붕어를 잡는다는건 제생각엔 낚시인이 아닌거 같네요
뜰채,투망으로 고기를 잡을려면 어부가 맞겟지요^^
저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동행분꺼 빌려쓰는 재미로 낚시다닌답니다...
같은찰나에 큰놈이 양쪽 다 물어서..서로 뜰채찾느라 난리였던적도 있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