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 균형있는 게시판 사용을 위해 1일 1회로 게시물 건수를 제한합니다.

어린시절 낚시대회 풍경

IP : 45f7e1478a6b8db 날짜 : 조회 : 6038 본문+댓글추천 : 0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저의 어린시절 낚시풍경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때는 80년도 초반 제가 국민학생이었을 때 입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퇴근후 갈때가 있다고 하시면서 저를 데리고 길건너 허름한 낚시점에 들르시더군요.. 거기서 주인장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시다가 제기억으론 2만원(?)을 주시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시더군요..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에 내일은 새벽 3시에 일어나야하니 일찍 자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눈치빠른 저는 이미 다 알고있었죠...설레여서 잠 한숨 못잤습니다. 다음날 3시에 어머니는 간단한 간식을 싸주셨고 아버지는 낚시가방 저는 망태기를 들고 (그 당시도 살림망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엔 우리 아부지는 장비병이 너무 없으셨던거 같아요`~) 어두운 새벽거리를 걷고 높은 육교를 건너 사거리에 위치한 낚시점으로 갔습니다. 3대의 버스가 뒷꽁무니에서 연기를 뿡뿡 뿜으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기하고있었고 100여명의 사람들은 북적거리며 서로 인사하고 미끼도 사고 요란벅적했죠... 어린맘에 낚시하는 사람은 다 친구로 알고있어서 그랬는지 울 아부지 친구분들이 많음에 뿌듯해하기도 했죠.. 하지만 울 아부지는 그 어느 누구와도 말씀을 안나누시더군요.... 단지 자식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시려고 귀찮기도 하셨을텐데 저를 데려가셨던거 같습니다. 드디어 사장님의 외침과 동시에 우르르 버스에 타게되고 타자마자 몇십명의 사람들은 줄줄이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죠.... 버스안은 온통 너구리굴...눈이 따갑고 기침이 나와도 어느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참 그땐 그랬죠 버스나 공공기관서 담배를 피는게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습니다.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시골마을 한적한 저수지... 드디어 1호차 2호차 3호차가 순서대로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다들 짐을 부리나케 챙겨 내리는데.... 버스안에 연막탄이라도 던져놨는지 뿌연담배연기와 함게 신선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낚시가 신선놀음이라 했던가요? 낚시점 주인장의 주의사항은 듣는둥마는둥... 어떤사람은 뛰어가고 어떤사람은 소리지르며 동료를 찾고 각자 좋은 포인트 차지하려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손을 잡고 빠른걸음으로 저수지 반바퀴를 돌아 굵은 나무가 수장되어있는 포인트에 도착해서야 숨을 헐떡거리시면 서 손을 놓아주시더군요..... 아버지는 앞받침대를 정성스럽게 꼽고 뒷받침대를 마저 꼽습니다. 접혀진 날개를 피니 홈이 파인 쇠막대가 십자형태로 펼쳐지며 뒷받침대 하나로 낚시대 세대를 거치할수있는 놈이었죠.... 저는 대나무재질로 된 앞받침대와 대나무에 철사를 허접하게 끼워 만든거같은 뒷받침대를 꽂아주시고 1.5칸 로얄그라스대 하나를 주셨습니다....제 전용 낚시대로 지금도 한편에 고이 모셔놓고있습니다.... 신장을 개서 꾹꾹 눌러 반을 뚝 띠어주시고 플라스틱 통안에 스티로폼으로 쌓여있는 통에서 지렁이를 꺼내 주셨습니다. 찌맞춤따윈 모르던 시절 그냥 크게 달아 풍덩 풍덩~~밥질을 시작했죠.... 시골 아낙들이 머리에 김장다라같은걸 이고 국밥드세요~~~국밥이오~~~를 외치고 다녔고 아버지는 1인분을 사서 저와 나눠먹었습니다. 스덴으로 된 그릇안에는 무슨 국인지도 모를정도로 온갖 잡다한 재료가 들어가있었고 시골인심이었는지 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밥을 말아주셔서 마치 죽같은 밥을 후후~~불면서 후륵후륵 먹기시작했는데 그맛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적어도 무슨 국밥인지 알기만해도 집에서 재현을 해볼텐데..참 아쉽습니다... 쓰러져 있는 고목밑의 공포심마져 느껴질정도의 시커멓고 뿌연 물속에선 괴물이 올라올것도 같았지만 찌는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미동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야! 낚시대 걷어..다른곳으로 가자'고 결단을 내리셨고 저수지 반바퀴를 다시 돌아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자리를 잡으셨죠... 걸어오면서 보니 왠 다리밑에 물도 더럽고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지져분하고 조그마한 홈통안에 세분이 다닥다닥 붙어 열심히 쪼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거보니 그 모습이 어린마음에 꽤나 충격적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날 1등은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ㅋㅋㅋ) 베이스캠프에선 커다란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불판위에 돼지를 사정없이 굽기 시작했고 연기를 쫓아 냄세를 쫓아 마을노인분들 삼삼오오 모여들어 은근히 친한척을 하시며 소주와 고기를 얻어잡수시더군요... 아버지도 절위해 몇점 챙겨오셔서 지렁이와 떡밥 만진손으로 득!득! 뜯어가며 낚시를 했습니다. 저수지 전역에선 거의 입질이 없었고...조사님들 입에선 불평이 쏟아져나와 사장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시고.. 결단을 내린듯 울 아부지는 릴대를 꺼내 저수지 중앙을 향해 멀리 날리셨습니다...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휙!! 쓔우우우욱~~~~~~~(한참있다가) 첨벙!!! 지금 생각해보니 낚시대회에 왠 릴대인지 참 규정도 규칙도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거 같네요.... 몇시간 그렇게 또 흘러가고 빈작을 면치못한 조사님들이 투덜투덜 거리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낚시대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말썽부릴 장난꾸러기 시절인지라 난 내 낚시대에 지렁이를 달고 물에 던진후 연안을 따라 빙빙 돌았죠.... 밑걸림에 걸리지않게 아주 빠르게요.... 한참을 가니 아버지가 큰소리로 저를 부르십니다.... 오른손으로 끌고가던 낚시대를 이번엔 왼손으로 옮겨잡고 왔던길을 되돌아갑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툭! 하고 밀걸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까불다가 채비터졌다고 아버지한테 혼날생각을 하니 아찔하더군요~~ 아버지 눈치보면서 살금살금 꺼낸 바늘에 6~7치 정도되는 붕어가 아가미가 걸린채 끌려나왔습니다. 아버지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망태기안에 넣으셨고.... 짐을 싸신후 당당하게 고기를 낚시점 사장님께 내밀어 계측을 요구하셨습니다. 아마 저의 저런 행동에 의한 조과때문에 지금의 루어산업이 이렇게 발전한게 아닌가~~~혼자만 생각하고있습니다..ㅋㅋㅋ 잠시후 베이스캠프로 모든조사님이 모여들어 담배를 뻑뻑피면서 잡은 고기를 구경하더군요.... 저도 어른들 틈 사이를 뚫고 얼핏 보니 붕어가 몇마리 없는게 잘하면 순위안에 들 수 있을거같았습니다. 드디어 시상시간....가슴을 조이며 사장님의 입술만 쳐다봤습니다...혹시라도 아버지 이름이 불려질까~~ 행운산 발표후 7등부터 순위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이야 낚시대회가 방대해지고 각종 조구업체의 스폰도 받고 그랬지만 그때의 낚시대회 상품이란건 조촐하기 그지없었죠.. 무슨 조그마한 상자같은것에 싸구려 선물 포장지를 둘러 주는게 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잡은 붕어는 5등을 했습니다....ㅎㅎㅎ 아버지 이름이 불려지자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고... 아버지는 저를 떠다밀어 시상하는 사장님 앞으로 가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며 꼬맹이한테 밀렸다고 웃으며 축하해주셨고...사장님도 어린애가 대견하다며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원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연소 참가상이라 하시면서 같은 박스를 하나 더 얹어 주시더군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박스를 뜯어봤더니 비누몇개와 치약이 들어있는 셋트상품이었습니다. 비록 어렸지만 속으론 "에게~~~미게 뭐야" 란 생각이 들더군요..ㅎㅎㅎ 그 대회 1등상품은 제 기억으론 쌀 한가마니 였습니다... 참 요즘 대회랑은 차이가 많이 나지요? 생필품으로 시상을 하던때였으니.... 재밌게 낚시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도 취기오른 얼굴뻘건 어르신들한테 축하받고 아주 신나게 집에 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참으로 그리운 시절입니다... 저는 늦둥이 입니다...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당시 아버지가 장가를 무척 늦게 가셨습니다. 어릴때는 어딜가나 항상 저를 데리고 다니셨고 아버지보고 "너희 할아버지니?"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게 참 싫더라고요~~~ 아버지는 그런 어린 아들이 얼마나 귀여웠을까?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먹먹해집니다... 자라면서 참으로 부모님 가슴에 상처를 많이 드린거같아 죄송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물론 지금도 건강하고 정정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만....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때를 마지막으로 낚시를 안하시고 계십니다. 가끔 옛생각이 나서 과거 아버지가 저를 데려가셨듯이 그때보다 훨씬 월등하고 편한 장비를 갖고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싶어서 "아버지 주말에 낚시 가실래요?" 하시면 "얘~~아버지는 이제 낚시가 싫다...나이가 드니 괜한 살생을 하는거 같아 맘이 편치않구나`~" 하십니다... 그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좋은 받침틀 받침대 낚시대 셋팅해주고... 떡밥도 개어 드리고~~ 삼겹살도 구워 대접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 그래도 가끔 깨끗한 곳에서 낚은 붕어 몇수 손질해 드리면 어머니가 맛있게 매운탕 끓여 드리곤합니다. 아주 맛있게 바닥까지 싹싹 긁어 드시곤 항상 한마디 하십니다~~ "붕어는 가시가 많아 별로야~~~" ㅎㅎㅎㅎ 긴글 읽어 주시느라 감사드립니다~~~~~~

1등! IP : ef4cd45050ef0ac
재밌게 잘읽었습니다...일흔여덟이신 저희 아버님도 저 데리고 지금은 아파트가 그자리를 대신 차지하고있지만 안산 고잔동쪽에 붉은섬인가 붉은산인가에 자주데려가셨었습니다..지금은 허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낚시대 놓으신지 꽤 되셨구여..제 이종사촌누님이 80년대쯤 구로공단에 로얄낚시대 근무하실때라 누님이 아버지에게 낚시대도 선물해드리고 그랬었는데...로얄 그라스대도 처음엔 밤생이였다는...ㅋㅋ그 낚시대로 저도 처음 배우게 됬지만여...아무튼 세월 참으로 빠릅니다...
추천 0

IP : 2b8538189199241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저도 아버지 따라 낚시가서 처음에는 신기한듯 이런저런 장난도 치다가

집에 가자고 떼쓰던 생각이 납니다
추천 0

IP : e22d7386f353e72
잘 읽었습니다. 맑은 물에서 붕어 잡아 드려 계속 드시게 하십시요.. 그게 진정 효도일 겁니다.
추천 0

IP : feefcebbbb5aae7
어릴 때 아부지랑 도시락 싸서
동네못에 낚시하던 기억을 되새기게 되네요
님께서도 좋은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추천 0

IP : 3d3b2be71970878
정말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읽는동안 저희 아버지 생각에~눈에서는 눈물이, 입가에서는 왠지 모를 미소를 저도 모르게 짖고 있네요~
암튼~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버지 모시고 낚시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추천 0

IP : 247c5045f30c94a
잘 읽었습니다 ㅎㅎ
담주 아부지모시고 식구들이랑 함 가야겠습니다^^
추천 0

IP : 2da2cde05c10ac9
아버님 건강하시다니 부럽습니다.

참 정이 묻어나는 추억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넘 좋습니다.
추천 0

IP : 1fd58cd0e2243c6
잘 보고 갑니다.

낚시대회는 아니지만 저 또한 그런 추억이 있어서..꼭 제 추억같이 읽었습니다.

지금에 비하면...정말 열악한 환경(?) 이었지만..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던것 같습니다.

늘 안출하세요^^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