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행기로 인사 드립니다.
지난 1월 중순께 해남 산이를 다녀온 이야기가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두달이 넘게 흘렀네요.
그 동안 출조는 하였었지만
변덕스런 일기가 꼭 출조일만 다가오면
평일꾼을 어찌나 힘들게 하던지요~~
그래서 저희 동네 인근에 유명 저수지들을
짬낚 위주로 답사를 많이 다녔었어요.
발품을 팔며 저수지 한곳을 정해서
수위와 물색, 낚시인들의 움직임과
고기들의 라이징도 체크한게 어느덧 한달째.
따스함이 베겨지는 화창할거 같은 화요일에
일행과 함께 제대로 된 낚시를 시작합니다.
워~~~~~
태풍급 바람을 이기고

두개의 다리를 건너

왕의 검이 지키고 있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저 큰 바람개비를 정신 없게
돌아가게 하는 바람,바람,바람...
점심이 조금은 늦은 시각
저수지 인근의 중국음식점에서
미약하게나마 지역소비에도
숟가락 한개를 얹었어요.^^:;

허름한 중국집이었지만 짬뽕에 볶음밥의
가성비가 좋습니다.
하~~~
일기 예보상엔 분명히 화창하다고 했는데,
강풍에 대편성이 엄두가 안남니다.

그나마 골짜기 안으로는 바람의 영향을 덜타서

11대의 낚시대를 편성했어요.

연밭 치고는 다행히 바닥이 잘 찾아졌지만
짧은대를 편성하는데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형님과의 하룻밤을 위한 만찬.



이틀전에 들어오셔서 입질 한번을 못받고
철수하실려고 하셨는데
롸비니가 왔으니 하루 더 하시겠다며
의욕을 불태우십니다.
그 사이 해는 서산으로 뉘었뉘었...

찌불들은 금새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니다. '
라고 했던가요~~
이틀동안 꾸준한 집어와
깨끗한 바닥을 찾아서 채비 투척하기를
몇 십번을 했을 그에게 이른 시간부터
큰 행운이 찾아옵니다.
' 어우, 어우, 우와~ 우와~~~'
' 와~ 로비나 이 빵이...'
(형님, 축하드려요~)

배가 빵빵한 체고 높은 4짜 붕어가
형님에게 찾아 온 순간,
이틀간 기다림의 피로가 한방에 날라갈
형님의 기쁨이 저에게도 찾아 옵니다.
형님 자리에서 9시경 찾아 온 4짜.
그리고 11시가 넘어서
생자리를 까고 자리한 28대에서
예신이 포착되고...
까딱까딱 거리던 찌톱이 연줄기 사이에서
부드럽게 고개를 내밀더니
거침없이 상승합니다.
울렁 울렁 거리며 연신 낚시줄을 울리며
뜰채에 담긴녀석은~
' 우와~~~~~~ '

곧 있으면 터질 풍선처럼
배가 빵빵한 녀석입니다.

계측자에 조심히 올려보니
' 형님~ 저도 4짜예요~~'
(오~ 축하해~~)

' 나오느라 고생했다.
언능가서 애기들 많이 낳고 건강해라'

높은 석축에서의 방생이 임산부에게 해가 될까
뜰채에 담아 조심히 내려주었는데
녀석, 고마웠던지 한참을 뜰채 쪽을 바라보다 갑니다.

만남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
형님 자리에서 한번 더 큰 물소리가 들리더니

두번째 4짜를 올리시고 너무나 기뻐하십니다.
아니 진짜 오늘 그냥 철수했으믄
얼마나 거시기 했을까요~ㅎㅎ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던 저수지에서의 밤은
기대 이상의 4짜를 세마리씩이나 내어주며
이대로 끝은 아니라는듯
두마리의 월척을 두시간에 한번씩 더 보여줍니다.
맨가상 연안에 바짝 붙인 수심 0.7m에서의
거침 없는 솟구침에
녀석, 얼마나 앙탈을 부리던지요.


지느러미를 바짝 세우는게
성깔을 잔뜩 부립니다.
그리고 제일 기대하고 있었던
정면 연 무더기의 언저리에서의 솟구침.
이곳 붕어들의 찌올림이 아주 올바른게
찌맛이 끝내줍니다.

세번째 월척붕어가 모습을 보여주고
새벽의 기운은 아침에 밀려나려합니다.
' 해야 언능 좀 올라라~~~'
아직까지 새벽과 아침녘은 얼마나 춥던지요.

밤새 두텁게 입고 있었던 옷을
바짝 오른 해가 가볍게하고
산들산들 거리는 봄바람에 아침장을 즐기는게
세상 부러울게 없는 지금이지만
역시나 아직까진 아침장에 움직임이 없는 이곳입니다.
하룻밤을 함께 했던 형님은
아침 일찍 귀가를 하셨고
홀로 남겨진 큰 저수지의 한켠에
덩그러니 남겨진 보금자리가
외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날씨는 좋고 잠은 안오고...
포인트 정리와 대편성을 다시 해봅니다.
더 깨끗한 바닥을 찾아,
그리고 혹시 몰래 연안 가장자리를 타고 상류로
이동할수 있을 길목에 짧은대를 몇대 더 폈어요.
두어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오후의 알람에 정신을 차려보니
낚시인들이 새로 들어왔더군요.
그러나 오전의 따사로움은 어딜갔는지,
찾아온 이들이 싫었던지 찬바람과 함께 골짜기는
다시금 북서풍에 휘말립니다.

또 어제완 바른 일기 속에서
물속 녀석들의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정체 모를 무엇인가가 먹이를 쪼아먹는 듯한 입질,
갑자기 찌를 끌고 가는데 헛챔질이 나오는가 하면
슬그머니 잠기기까지.
어두워져도 불어대는 찬바람에 입질이 예민해진 걸까
생각을 해봤지만 이건 잡어의 입질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이상한 입질들이 잦아들 무렵, 예상 했던
연안 가장자리의 가장 짧은대에서의 예신입니다.
살짝 올려 놓은 찌를 못봤지만
녀석은 얼마지나지 않아 찌를 더 올리면서
연줄기 쪽으로 붙습니다.
싸이즈는 작지만 짧은대로 전해주는
파이팅이 좋더군요.

그 수많은 찌불들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 붕어가 되리란건...
보통 2박3일의 휴무로 출조를 하는데
이번 출조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혼날거 생각하고
사랑하는 여봉봉에게 물어봤어요~
' 여보야~혹시 나~~ 하루만 더 해도 됨? ... '
( 응 그렇게 해~ )
' 진짜? 하루 더 해도 되?
( 응. 내일 온다는 거잖아? )
' 웅~~ '
( 대신 내일 오면 점심 사줘~)
' 어우~ 그야 당연하지~~'
그렇게 여봉봉에게 허락 받은 3일째.
실은 어제밤을 그렇게 괴롭히던 찬바람은
아침이 되면서 그쳤고
떠 놓은 물이 얼정도로 추웠지만

다시금 해가 바짝 오르는게
오늘밤이 너무나 궁금해지더군요.
작은 골짜기는 또 다른 새로운 손님을 맞이합니다.
어제 들어왔던 낚시인들은 철수를 하고
새로운 낚시인들이 찾아온거죠.
이 넓은 저수지엔 여러개의 골이 있는데
이 곳 포인트가 유독 인기있는 이유는
붕어가 빨리 붙기도 하지만
차대바 포인트라 접근성이 좋습니다.
지난 답사땐 저도 스벤이 뒷문을 파라솔 삼아
짬낚시를 했으니깐요ㅎㅎ

마지막 3일째 밤.
오늘밤은 느낌이 꼭 이곳에 도착했던 첫날밤 같습니다.
바람도 빨리 자고 두터운 옷도 성가실 정도로
포근한것이 좋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또다시 수많은 찌불들이 포인트를 채우고.

상류에 자리한 제 포인트 밑으로
수 많은 찌불들이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밑에서 부터 올라올지 아님
위에 머문 녀석들이 입질해줄지.
작은 골짜기 안에는 긴장감까지 느껴지는
적막감이 감돌고...
그 고요함을 깨는 첫 신호는 저에게 찾아옵니다.
역시나 낮 기온이 바짝 오르면서
포근한 밤낚시가 연출되는 상황이어선지
입질도 머뭇거림 없는게
영락없는 붕어의 올곧은 표현입니다.
새로 대편성한 연안 가장자리의 짧은 26대의 찌.
석축과 연줄기 무더기의 빈공간의 수심 0.6m에서
숨도 안 넘어가는 오름입니다.
정막을 깨는 경쾌한 챔질소리와 함께
찰랑찰랑 거리는 물소리.
작은 녀석이지만 오늘밤의 첫 월척입니다.

녀석을 계측자에 올리던 순간,
정면의 32대의 찌가 오르는게 곁눈질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챔질!
조금 더 힘을 쓴다 싶더니

싸이즈가 살짝 크네요.
' 누구여? '
두마리 붕어를 연타로 낚아내는 챔질 소리와 물소리에
박수를 쳐주시더군요.
( 겁나게 쑥스러웠습니다.^^:; )
첫번째 붕어들을 만나고 다시금 이어지는 고요함.
그리고 그 고요함이 두시간이 지나기 전에
우측 36대의 찌가 남몰래 오르더니
슬글슬금 게걸음을 칩니다.
' 웈! 웈! 우와~와~~ '
울렁울렁거리며 끌려오는 녀석은
낚시대를 잡은 손가락 마디가 아플정도의
파이팅을 전해줍니다.
뜰채에 담은 후에야 안도의 긴 호흡을 내뱉고,
어찌나 무겁던지 뜰채를 세로로 끄집어 올렸어요.
'와~~~~~~~~'

' 이게 뭐냐~~ '
깡패 체고의 배불뚝이 녀석을 계측자에 올렸는데
' 엥! 37cm? '
' 더 될거 같은데...'
조금은 아쉬운 싸이즈에
다시금 계측자를 확인해보니
주둥이가 계측자의 첫 눈금을 넘어가 있더라구요.
' ㅋㅋㅋㅋㅋ '

' 그렇지~ 이 정도는 되야지. '
정말 다시봐도 엄청난 체고 입니다.

' 니도 언능가서 애들 많이 낳고 다치지마라~ '


' 왜 계속 뜰채 쪽을 보는겨~~ '
' 계속 이러믄 다시 잡아간다! ㅋㅋㅋ '

오늘밤을 맞이하는 느낌이 첫날 도착했을때의 밤과
비슷하다고 했었죠?
근데 아니예요. 더 좋은거 같아요.
벌써 놓친 붕어가 두마리나 됐거든요.
한마리는 바늘귀쪽이 터져서 날라갔고
다른 한 녀석은 챔질 후 제압하던 사이,
반대쪽에서의 오름에 늦은 챔질이 됐던지
걸렸다 빠져버렸습니다.
바늘이 조금은 작은 4호 바늘에
바늘 결속기로 묶어서 출조때마다
새걸로 갈아서 세팅하는데
이젠 바늘 싸이즈도 조금 키우고
예전처럼 손으로 일일이 묶어야 될랑가 봅니다.
암튼, 내일의 출근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한 시각이지만
잊을만하면 찾아 오는 입질에
피곤할 틈도 없이 도리어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 집니다.
다시금 찾아 온 입질.
이번 역시 연안에 제일 짧은 26대.
머리위로 나뭇가지가 많아 제동치기로 던져야하고
끌어낼때도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이걸 어려워 한다면 낚시하면 안되겠죠!ㅎㅎ
제법 힘을 써댔던 녀석의 기세에
좋은 싸이즈를 기대해 봤지만
아쉽게도 허리급에 머뭅니다.

이번 출조에서 효자 포인트는 바로
연안 석축에서 살짝 떨어진 얕은 수심대의
연줄기 무더기입니다.
이제는 그쪽을 주력으로 주시하게 되고. . .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듯 1시간이 조금 지나면
입질이 찾아옵니다.
스물스물 오르는 찌오름으로 전달되는
찌르가슴~♡
26대의 짧은대로 녀석을 제압하기엔
너무나 버겨운 무게와 퐈이팅.
아니나 다를까 올라온 녀석은 아주 빵빵한 빵순이.

마지막날 밤에 만나는 두번째 4짜.

붕어가 아주 깨끗하네요.

' 고생했다. 어여 가그라~~ '

배가 뽈록한게 무거워선지
가는 모습도 여유가 있어보입니다.

' 허! 이것봐라~! '


전에 녀석들도 그러더니 이녀석도
석축에 바짝 붙어서 이동을 합니다.
' 혹시 그래서 연안의 짧은대에 입질이 집중됐던 걸까...'
알다가도 모를 붕어낚시.
그리고 신기한 붕어들의 움직임과 습성.
오늘도 한가지를 배워가는거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쉬어야 내일 장도 보고 출근하는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욕심을 낸것이
새벽 3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새벽으로 가면서 찬 공기가 엄습해오고
다시금 옷가지를 단단히 잼매고
찌를 주시합니다.
이제 더 이상 연안에서는 입질이 찾아오질 않습니다.
그리고 2번째 효자 포인트인
오늘밤 첫 4짜를 보여주었던
우측의 36대의 찌에서의 반응입니다.
반마디 내어 놓았던 찌가 살짝 잠기는가 싶더니
이윽고 연줄기쪽으로 가까이 가며 찌가 오릅니다.
' 으앜! '
정말 녀석들의 퐈이팅에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는 밤입니다.
'우와~~~혹시 이것도!'

오늘밤 만난 붕어 중에
제일 깨끗하고 제일 잘 생긴 녀석입니다.

역시나 힘자랑을 꽤나 하던 녀석은
3번째 4짜붕어.

' 니도 언능 가그라.
애들 많이 낳고 잘 살아라~~'


' 자야된다. 자야된다. '
하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게끔 만드는
붕어들의 밤마실.
더이상의 욕심은 현실에 마이너스를 칠수 있기에
나름 합리화를 시킵니다.
' 라스트 30분! 라스트 30분! '
지금부터 30분만 더 보겠습니다.
낚시대에 하얗게 내려앉는 서리들과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
그리고 마지막 한개피의 담배연기가 삼위일체 되어
라스트 한방을 기다리던 그때!
세번째 4짜를 내어준 36대의 찌가
움찔거리더니 솟구침니다.
챔질과 동시에 울렁거리면서 딸려오는가 싶던 녀석은
갑자기 괴력을 뿜어내며 바로 옆 연줄기를
감아버립니다.
오늘밤에만 4짜 세마리를 만났고
어느 지점에 수중 장애물이 있다는걸 알기에
90프로 이상 예상하고 챔질에 성공할수 있다고
믿었는데...
순간적으로 째버린 녀석의 힘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아무리 땡겨봐도 빠지지 않는 녀석.
줄을 놔주면 잠시후 오르락 내락하는 찌를
다시 땡겨 보지만 녀석도 필사적으로 연줄기를
꼭 껴안고 있는가 봅니다.
이렇게 반복하기를 10여분.
어쩔수 없이 웨이더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특단의 조치를 결정합니다.
2미터가 넘는 석축을 미끄럼타듯 내려가서
수초낫으로 바닥을 찍어가며
감겨있던 원줄을 잡는데 성공.
원줄을 잡아보니 여전히 고기는 달려있더군요.
원줄을 잡고 발로 연줄기 밑부분을 쳐내려 하자마자
무엇인가가 무릅부위를 때리고 달아납니다.
그리고 원줄만 덩그러니 남았죠.
물에서 나오자마자 얼마나 실소가 나오던지요.
1년 중에 한번 4짜를 만난 곳은 패스하는데,
' 너때메 다시와야잖냐. 너 딱기다려 ㅋㅋㅋ '
물속도 다 휘짚어 놨겠다
이제 내일의 출근을 위해 필히 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봅니다.
누가 엎어가도 모를 꿀같은 세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철수를 준비하는데 뒷쪽으로 인기척이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들리는 얘기로
어젯밤 제자리 아래로는 입질 한번이 없었다고...
생각해보니 챔질소리나 물파장 소리를 들었던적이
없었던거 같았습니다.
그래선지 두분은 제자리보다 더 윗쪽으로
생자리를 까고 이동하셨고
다른분은 제가 철수하면 들어오시려 한다길라
조금은 빠른 철수를 하였습니다.
한달간을 지켜보면서 찾아갔던 대형저수지에서의
이번 출조 이야기였습니다.
한낮의 따뜻함은 밤새 붕어를 만날 기회를 주었지만
조그만한 기상의 변화에도 바로 반응을 하며
입질시간대와 빈도가 바뀌는 산란전의 예민한 붕어들의 움직임을 볼수 있었는데요,
정말 운이 좋게도 산란전 알자리를 보러 올라와서 머물던 4마리의 4짜와 월척들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근데 저를 물속까지 들어가게 한 녀석은
지금도 궁금하네요.ㅎㅎㅎ
여러분들도 재밌고 즐거운 산란기 찬스
맞으시길 바라구요,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임산부들을 만나면 바로바로 놓아주는 catch & release !
낚시인의 미덕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건이 되는 종종 물가를 찾아가서
인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